소설리스트

166화 (166/228)

조선왕조실록-선조

무진삼란(삼려의 난).

비격진천뢰는 실로 대단한 병기였다. 하늘에서 폭발한 비격진천뢰는 두 가지 방법으로 여진족들을 공격했다. 하나는 비격진천

뢰가 폭발하면서 나온 철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면서 여진족과 그들의 말을 쓰러트린 것이고 또 하나는 비격진천뢰 특유

의 벼락같은 폭발음이 철파편의 공격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말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

덤으로 비격진천뢰는 정신공격도 가했다. 여진족들에게는 비격진천뢰의 폭음과 동료들의 죽음도 큰 충격이겠지만 지금까지 터지

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조선군의 포탄이 실은 상당한 폭발력이 있었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었다. 이는 자신들이 조선군의 

포격에 제대로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여진족들은 공포감을 느꼈다.

"이런 마귀 같은 조선왕!!!"

쥬셔리 부의 맹장 돈고호리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피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방금 전까지 적진을 향해서 용감하게 달려가

던 자신의 부하들이 지금은 그들의 말과 함께 피투성이가 되어 차가운 땅바닥에 누워있었다. 그것도 한 둘이 아니라 몇 백 명

은 족히 넘을 듯한 부하들이 땅에 누워있었다.

하지만 돈고호리와 남은 기병들은 아직 살아있는지 신음성을 흘리는 동료들을 구해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밟아 죽이는 경

우도 생겼다. 돈고호리들에게 있어서 그들은 더 이상 믿음직한 동료가 아니라 갑자기 생겨난 조선군의 대기병장애물에 불과했

기 때문이다. 거기다 방금 전까지 전력으로 질주하고 있던 그들이었기에 그런 장애물을 무척 위험했다.

"으악~!"

시속 60~70km로 달리던 말이 죽은 여진족의 시체를 밟고 미끄러지자 말 위에 타고 있던 여진족 기병은 관성에 의해 잠시 하늘을

 날 수 있었다. 그리고 머리부터 땅으로 떨어지면서 끔찍한 소리와 함께 다시는 움직일 수 없는 새로운 장애물이 되고 말았다.

 그 뒤를 따르던 다른 여진족도 차례로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이 멍청이들아! 다 죽고 싶은 게냐? 어서 속도를 낮춰라!"

보다 못한 돈고호리가 부장들과 함께 병사들의 돌격속도를 낮추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비격진천뢰에 놀란 말들은 그대로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말들이 통제를 벗어난 바람에 기마민족인 여진족이 간단한 장애물에도 쩔쩔매고

 있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충분히 간격을 벌린 상황인데도 막대한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저놈은 마귀다! 저놈은 마귀야!! 저 마귀가 내 병사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어!!!'

돈고호리는 점차 가까워지는 조선군의 진형을 바라보면서 그중에서도 용이 그려진 가장 큰 깃발아래 화려한 갑옷을 입고 있

는 청년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그리고 자신이 들고 있는 대부로 그 마귀를 한방에 요절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앞에는 1만은 되는 듯한 조선군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돈고호리는 주변을 살펴 자신이 이끄는 군대의 상황을 조사했다. 이제 주셔리부의 군사는 마무리 많이 잡아도 3천명이 넘지 않

을 듯했고 대부분 얼굴에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너연부와 야류장부의 여진족 7천여 명이 빠른 속도로 접

근중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돈고호리는 아군의 등장에 잠시 기뻐했다가 다시 얼굴빛이 변색되기 시작했다.

"아패란! 타오가치! 네놈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물론 겉보기에는 위기에 빠진 주셔리부를 구원하기 위해 너연부와 야류장부의 군대가 접근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진격은 주셔리부를 계속해서 전방으로 밀어내기 위해서였다. 후방에서 돌격해오는 기병은 사실상 적에 가깝다. 아무리 전방에 아군이 있어도 그 뛰어난 기동력과 돌파력으로 밀어버리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돈고호리 등이 자신들의 동료를 장애물로 인식한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돌격하는 기병은 자신의 앞쪽에 있는 것은 모두 피아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돌파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주셔리군은 전방의 조선군과 후방의 여진족 연합군 사이에 끼어있는 상황에다가 조선군의 집요한 공격으로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도 피해를 입지 않아 사기도 높고 전력도 완전한 두 군대가 쥬셔리군의 근처를 지나가지만 해도 이미 전력의 40%을 상실한 주셔리군은 사실상 괴멸당한다. 더욱이 너연부와 야류장부는 약속이라도 한 듯 반포위대형을 이루고 있었다. 당연히 주셔리군을 조선군쪽으로 밀어내겠다는 두 부족간의 암묵적인 협상이 있는 듯 했다.

"타오가치도 나와 같은 생각인가보군."

"그렇습니다. 아패란 장군님. 아무래도 주셔리부는 장백여진에서 가장 강대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이번에 전력을 확실히 꺾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들이 위험할 것입니다. 그러니 미리 화근을 제거하자는 것이지요."

"어차피 저 멍청이도 우리의 전력을 소진시키기 위해서 정면돌격을 제안하지 않았나? 자기 딴에는 중요한 순간에 자기 병력들을 데리고 빠질 생각이었겠지. 그러니 우리가 그 대가를 돌려줄 필요가 있다."

돈고호리의 작전은 매우 간단했다. 일단 자신들이 먼저 돌격을 하는 흉내를 내서 다른 두 부족들이 뒤따라서 돌격을 하게 한다. 그 다음에 기회를 봐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자신들은 쏙 빠지고 두 부족과 조선군을 대결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맹장인 돈고호리가 지휘하는 군대라면 기동력이 다른 여진족에 비해서 빠른 편이기 때문에 사용가능한 일종의 기동전이다.

거기다 주셔리군은 전투시작부터 지속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그래서 병력재편성을 할 필요가 있다는 핑계를 댄다면 피해가 전무한 두 부족으로는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너무 단순한 작전이다 보니 아패란과 타오가치 두 장수가 모두 눈치를 챘고 암묵적인 동의 하에 반포위진을 형성해 주셔리군의 기동을 막았다.

현재 상황을 정리한다면 여진족 내부에서는 조선군은 다른 부족에게 맡기고 도망치려는 주셔리군과 이를 막고 주셔리군에게 조선군를 상대하도록 강요하려는 너연, 야류장 연합군간의 대결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것이 조선군의 비격진천뢰로 인해 균형이 깨어지면서 주셔리군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습니다. 장군님. 하지만 예상보다 조선군의 전력이 강해서 주셔리군이 혼란에 빠져버릴 줄을 몰랐습니다. 그래서는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꼴이 아닙니다. 하하하!"

"그것은 웃을 일이 아니야! 우리도 가끔 조선군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의 전력이 강하다면 나중에 곤란하겠지. 아무튼 타오가치에게는 내 말을 잘 전하게. 주셔리야 자신들이 배신한 셈이니 이렇게 제거하지만 우리까지 불화가 생기면 단 한명의 병사도 만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일세."

"예. 장군, 원래부터 우리 두 부족은 강력한 주셔리를 상대하기 위해 힘을 합친 적이 많았지 않습니까? 또한 타오가치 장군도 유능한 분이니 너무 걱정마십시오."

이렇게 여진족 내부에 심각한 내분이 발생한 상황이었지만 겉으로 보이게는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덕분에 여진족의 두 부대가 선두부대를 구원하기 위해서 오는 것처럼 보이자 다시 조선군 진형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하. 후방의 너연부와 야류장부가 주셔리부를 돕기 위해서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사옵니다. 즉시 화포를 그들에게 집중해서 그들이 주셔리부를 구원하는 것을 먼저 차단하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

"아니다. 그냥 놔두거라."

"하오나 아직 주셔리부는 3천은 되는 병력을 보유하고 있사옵니다. 그들과 후속부대가 합류하면 거의 1만의 대군이니 지금 차단을 해야……."

"보통 전력의 삼분지일을 잃으면 그 부대는 전투력을 상실한 것이고 전력의 삼분지 이를 잃으면 그 부대는 전멸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전투력을 잃고 당황하는 아군에게 구원을 한다고 달려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일이다. 그러니 저들은 자중지란에 빠질 공산이 크다.

그보다는 주셔리부의 좌측과 우측으로 포격을 집중시켜 적에게 정면돌격을 강요하라. 방어력이 약한 경기병이 잘 준비된 보병방어선을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니 적 기병이 우회공격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두려울 것이 없다. 알겠느냐?"

"옛! 전하."

노련한 장수들은 각 부대를 지휘하고 있었기에 균의 주변에는 아주 젊은 장수들 밖에 없었다. 24살의 이순신이 본진에서 세 번째로 나이가 많은 정도였으니 모두들 경험이 많이 부족해서 균이 일일이 가르치고 있었다. 물론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었지만 좀 문제가 있었다.

"전하! 소장에게 기병을 내어주시면 당장 저기 있는 놈들의 목을 다 베어 오겠사옵니다."

'이 사람 신났군.'

평소에는 비금도와 북한산성에 박혀 있다가 오랜만에 넒은 벌판, 그것도 전투가 한창인 곳을 보게 된 임꺽정은 계속해서 출전하게 해달하고 균을 졸랐다. 하지만 균은 고개를 저었다. 임꺽정를 데리고 온 이유가 무식하게 힘만 쎈 여진족 장수가 있다면 그를 상대하게 하기 위해서이기는 했지만 아직 기병의 투입시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임장군. 나중에 원 없이 싸우도록 해줄 것이오. 하나 지금은 때가 아니오. 장군도 그동안 병서를 공부했으니 기병의 투입시점이 언제인지는 알고 있지 않소? 그때가 되면 장군에게 선봉을 맡겨 그동안 쌓은 것을 풀게 할 것이니 기다리시오."

"망극하옵니다. 전하."

균이 임꺽정을 달래고 있을 무렵 돈고호리는 주셔리부가 자랑하는 뛰어난 맹장답게 상당한 지휘력을 발휘했다. 원래부터 힘을 숭상하는 여진족에게 있어서 뛰어난 용력을 타고난 장사는 존경을 받는 존재였다. 그래서 부하들이 잘 따르는 장수 중에 하나인 그는 혼란에 빠진 병사들을 바로 얼마 안 되서 수습했다.

하지만 그사이 너연, 야류장 연합군이 주셔리군의 도주로를 차단하고 조선군의 포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거의 누가 보아도 조선군과 연합군이 손을 잡고 주셔리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고 돈고호리는 한 가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도망칠 기회를 완전히 놓친 그에게 선택권이란 없었다.

'이미 후방과 좌우 측방은 아군을 가장한 적군에게 둘러싸였다. 지금 그들을 공격해봐야 명분도 승산도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정면돌격 뿐이라는 말인가? 보통의 조선군이라면 중앙돌파에 무너지겠지만 저들은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 아니, 일단 움직이자. 어떻게 되었든 움직이는 것이 살아날 확률이 높다.'

"우리는 계속 전진한다! 나를 따르라!"

"옛!"

병사들은 돈고호리의 뒤를 따랐지만 처음 출발할 때와의 함성과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반응이었다. 돈고호리는 병사들의 낮은 사기에 실망했지만 기병은 어떻게든 움직이는 것이 생존율을 올리는 길이었다. 그것을 병사들도 알았기에 주셔리군의 이동속도는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동력이 빠른 기병답게 돈고호리의 주셔리군은 빠른 속도로 조선군의 방어진지 정면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병사들의 동요도 말을 달리면서 점차 안정되는 분위기를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이동 속도는 아까만큼 빠른 것이 아니었다. 최고속도에 이르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던 것이다.

"전원 맥궁을 준비하라! 조선군에게 화살을 날린 후에 돌격한다! 모두 물러서지 말고 용감히 돌격하라! 조선놈들에게 죽어간 동료들의 원수를 갚자!"

"와아~!"

여진족은 기본적으로 활로 무장한 경기병이다. 따라서 이들의 공격방식은 맥궁이라는 좋은 활로 원거리에서 적을 공격하고 적이 반격하면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처음작전은 조선군을 삼면에서 포위하고 그 주위를 돌면서 화살을 날려 조선군의 전열을 무너트린 후 돌격하여 격파하는 것이었지만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무산되었다.

이에 정면돌격으로 작전이 바뀌었지만 먼저 활을 쏘고 적진을 어지럽힌 후 돌격한다는 여진족의 기본전술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거기다 맥궁의 사정거리고 상당한 수준이고 조선군의 방어라고는 전면에 방패를 든 창병이 약간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래서 맥궁이 위력을 발휘할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맥궁을 손에 들고 활을 끼울 때 여진족에게는 불행히도 비격진천뢰가 날아오는 바람에 주셔리군의 화살 공격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래서 여진족들은 다시 활을 꺼내들고 화살통에서 화살을 뽑았다. 그러나 아까 전 활을 쏘기 직전에 공격을 받아서 활과 화살을 잃어버린 자들이 너무 많았다.

"여진족이 다시 돌격해온다!"

"대완구는 즉시 방포하라!"

"퍼어엉~! 퍼어엉~!"

주셔리군의 정면돌격을 발견한 조선군 포병대가 급히 비격진천뢰를 발사했다. 격목에 떠밀려 대완구를 터난 비격진천뢰는 한참

을 날아가더니 이번에는 하늘에서 폭발한 것이 아니고 주셔리군의 앞쪽에 떨어졌다. 아무래도 주셔리군의 돌격속도가 아까전보다

 느렸기 때문에 조선군 포병들이 실수를 한 것처럼 보였다.

주셔리군의 앞쪽에 떨어진 비격진천뢰는 잠시 후 요란한 소리를 내고 파편을 날렸지만 땅에서 폭발한데다가 거리도 멀어 이번

에는 주셔리군에 제대로 피해를 주지 못한 채 계속해서 회색빛 연기만을 피워 올렸다. 그것을 보고 주셔리군은 크게 사기가 올

랐다. 계속 돌격만 하면 비격진천뢰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보았느냐? 아까 전의 적 공격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돌격하라! 적들의 피로 동료들의 원한을 갚자!"

"와아아아~!!!"

"일단 적 포탄의 연기가 심하니 맥궁은 저 곳을 지나면 발사하라! 그리고 다시 조선군의 포탄이 날아올 줄 모르니 다른 병사

들과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라!"

수백 개에 달하는 비격진천뢰에서 화약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자 주셔리군의 전방시야가 일부분 가려졌다. 물론 평야지대라서 그렇게 자욱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조선군을 조준하는 데는 방해가 되어 맥궁사격은 나중으로 미루어야 했다. 돈고호리는 곧 말을 달려 연기지대를 벗어났다. 그런데 그의 귀에 무엇인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이웅~!"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인데…….'

돈고호리의 귀에 친숙하면서도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무엇인가가 자신의 어께를 스치고 지나갔다. 돈고호리

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는데 또 무엇인가가 머리 위를 바로 날아갔고 뒤에서 부하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그는 

그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조선군의 편전이다! 모두 말에 바짝 엎드리고 힘껏 내달려라!"

하지만 돈고호리의 외침에도 부하들의 비명소리와 말 울음소리는 더욱 커지기만 했다. 편전이 사방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돈

고호리는 수십 년간 조선군과 싸운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의 생애에 있어서 오늘처럼 많은 수의 편전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는 조선군의 공격을 간파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적 포탄이 바로 앞에 떨어진 것은 결코 실수가 아니었다. 놈들은 우리가 포탄에 놀라서 간격이 벌어지면 그때 공격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연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만든 다음 사방에서 화살을 날리고 있으니 얼마나 많

은 희생자가 나겠는가?'

편전은 애기살이라고도 불리는 조선의 소형화살이다. 사정거리는 약 1천보(1.24km)이며 화살은 작지만 빠르고 위력적인 공격이 

가능하다. 편전은 조선기병의 주 무장중 하나이며 그 가공할 위력 때문에 외국에 기밀이 새어 나갈까봐 변경에서는 편전을 연

습하는 것을 금했을 정도였다.

그런 편전의 대규모 비행집단이 막 연기지대를 벗어나는 여진족 기마대와 만나자 그 결과는 참혹했다. 선두에 섰던 병사들과 말

들은 완전히 벌집이 되어버렸고 그 다음 열에 있던 병사들마저 하나도 남김없이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아무리 능숙한 용사라

도 빠르게 날아오는 편전을 피할 길이 없었다.

그 외에도 곳곳에서 화살이 사람의 몸에 박히는 소리와 화살을 맞은 사람에 말에서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희생자의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돈고호리는 병사들에게 빨리 움직여 이곳 죽음의 지대를 벗어나라고 명령했다.

"더 빨리 움직여라! 기병이 사는 길은 오직 돌격뿐이다!"

기병, 특히 여진족 같은 경기병들은 자체 방어력이 무척 약하다. 그 대신 빠른 이동력을 이용하여 방어를 대신했다. 하지만 아

무리 빨리 달려도 편전의 속도보다는 느렸고 조선군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지점을 목표로 삼아 계속해서 활을 날리고 있었다.

 덕분에 그곳을 통과하던 여진족 기병들은 차례로 자신의 애마와 함께 힘든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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