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선조
즉위 4년.
압록강은 그 길이가 수천 리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강답게 여러 개의 지류를 가지고 있는데 함경남도에 있는 명당봉에
서 발원하는 물줄기가 가장 길어 지리학적으로 압록강의 본류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하는 물줄기를 압
록강의 본류로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요즘 들어서 명당봉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들은 이상한 일들을 많이 당해서 뒤숭숭해하고 있었다. 작년 말에 명당봉의 남쪽사면에서
출발한 물줄기들은 성천강이 되어 여진족들이 서로 상잔을 하다가 죽어가는 처참한 광경을 구경했다. 함흥에서 그런 전쟁이
있었던 것이 벌써 백년도 더된 일이니 성천강을 이룬 물줄기들은 놀라서 몸서리를 치면서 동해로 흘러들었다.
바다에서 증발작용을 통해 공기 중의 수증기가 된 후 눈이 되어 다시 명당봉에 돌아온 물줄기들은 이번에는 북동쪽의 사면에서
다른 곳을 향해 출발했다. 바로 압록강이 되어 조선과 명나라의 국경선을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순탄치
않았다. 겨울철이 되어 압록강이 얼어버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압록강은 수면 아래로 조용히 흐르면서 가끔씩 고개를 내밀어 주변을 볼 수 있었을 뿐 모든 광경을 구경할 수는 없었다. 그
래서 압록강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음소리를 들었지만 자세한 광경을 볼 수는 없었다. 단지 그 울음소리가 북쪽에서
들려왔으며 그쪽에는 백두산 또는 장백산이라고 불리는 큰 산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궁금증을 뒤로 하고 다시 서쪽을 향해 흐르던 압록강은 이번에는 누군가가 무척 즐거워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
의 분류로는 여진어라고 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압록강이 그 정도까지 알 수는 없었다. 더욱이 압록강은 이곳이 서해평
이라고 불리는 지역이라는 것도 몰랐다. 단지 얼마 전 울음소리로 우울해졌던 기분이 여기서 좋아졌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러나 압록강은 얼마 흐르지 않아서 바짝 긴장을 해야 했다. 자신이 지나는 왼쪽에서 엄청난 기운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
이다. 물론 오른쪽에도 어떤 기운이 있기는 했지만 왼쪽의 기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압록강은 최대한
오른쪽으로 붙어 자신의 목적지인 서해로 향했다.
"여기를 넘으면 조선의 영토입니다. 이미 요동 총병관 대인께서 함부로 조선국경을 넘지 말라고 하셨는데 백총(
명나라의 중대장급 지휘관)께서 이렇게 함부로 넘으시면 나중에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괜찮아. 조선은 우리 명나라의 속방이 아닌가? 거기다 우리 군은 조선왕을 돕기 위해 파견된 군대이니 조선에서 술과 고기를
조금 얻어먹는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어."
"하오나 한 백총. 이미 조선의 내전이 종결되어 우리도 조만간에 철수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더 이상 우리 군이 조선국경에 주둔할 이유도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무단 행동을 한다면 총병관 대인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것입니다."
"하하하. 총병관이 어디 대수인가? 내가 이래봬도 북경에 있는 조정관료들과 아는 몸일세. 거기다 총병관이라는 작자가 우리에게 제대로 군수물자를 보급해주기라도 하는가? 우리는 군수품을 조달하기 위해서 활동하는 것뿐이고 그러다가 우연히 국경을 넘은 것뿐이야. 안 그래도 압록강 일대의 국경선은 그 경계가 애매하니 말이야. 하하하!"
어느 겨울 밤. 백여 명의 명나라 군사들이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조선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명나라 조선지원군 소속의 병사들로써 그들의 말대로라면 조선의 변경마을을 약탈할 생각으로 압록강을 건너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도 다른 나라의 국경을 침입하는 것인데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흔히들 오합지졸을 가리키는 말로 '당나라 군대'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명나라 군대'도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운 수준을 자랑한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는 총 18만의 병력을 조선에 파견했는데 입만 열면 명나라 군대의 도움으로 임진왜란에서 이겼다고 주장하던 오리지널 선조가 그들의 전투력을 평가한 말이 있다.
'이런 밥버러지들…….'
하긴 다 망해가는 국가의 군대가 강할 리는 없다. 군사력이라는 것은 그 나라의 종합적인 국력이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 황제인 세종 가정제 이후 급격히 무너지고 있던 명나라의 군대는 국경을 지키는 정예부대를 제외하고는 군대라기보다는 부랑자집단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더욱이 그들의 말대로 압록강 일대는 국경선이 애매했다. 원래 압록강 중간의 여러 섬들은 당연히 조선의 영토였다. 하지만 조선이 명나라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그 섬들을 포기했고 주인이 없어진 위화도 등의 섬들은 중국인들이 넘어와서 농사를 짓고 사는 형편이었다. 따라서 압록강 일대는 국경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컸다.
그 결과 이성량이 예상한대로 압록강 북쪽에 주둔하고 있던 명나라 군사들이 번번이 국경을 넘는 경우가 생겼고 이에 대비해서 이성량이 그들에 대한 보급과 통제에 만전을 다하고 있었지만 이미 조정의 높은 분께 비밀지령을 받은 자들에게까지 그의 노력은 통하지 않았다. 여기 있는 백총 한웅소라는 자가 바로 그러했다.
"한 백총.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압록강을 벗어납니다. 이제부터는 명백한 조선의 영토이니 조선군이 주둔하고 있을 것이고 여기서 싸우다가 우리가 월경했다는 증거라도 남기면 정말 큰일입니다."
'후후후. 조선군과 교전하여 최대한 많은 증거를 남기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받은 명령이네. 십총(명나라의 소대장급 지휘관).'
"십총. 그런 것은 상관없다!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질 테니 모두 빨리 강을 건너게 독려하라. 오늘은 오랜만에 술과 고기로 배를 채워보자. 하하하."
"……알겠습니다. 백총."
백총 한웅소가 무리하면서 국경을 넘는 이유는 간단했다. 조선의 내전이 싱겁게 끝나버리자 고공은 조선의 내정에 간섭할 기회를 상실했다. 그래서 5만의 군대를 움직인 비용을 능가하는 이익을 얻지 못하면 고공은 황제를 속인 죄로 실각할 위기에 빠졌다. 이에 고공은 압록강에서 군대를 철수시키기 전에 인위적으로 국경분쟁을 일으킬 생각이었다.
그런 고공의 지령을 받은 한웅소는 자신들을 조선군이 발견하고 저지해 주기를 바라면서 일부러 아무런 경계도 없이 국경을 넘고 있었지만 조선군은 좀처럼 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와 그의 부하들이 입록강을 완전히 건너 내륙지역으로 들어서는 대도 단 한명의 조선군도 구경하지 못했다.
'이런. 조선군들이 오합지졸이라고 하더니 우리 명군보다도 더 하군. 의주라면 조선의 북방을 지키는 중요한 요새도시인데 이렇게 경계가 허술해서야…….'
한웅소의 말대로 의주 일대의 조선군의 방어는 허술했다. 당장 압록강 근처의 명군은 아무리 못해도 1만 정도에 달한다. 하지만 의주에 있는 조선군은 고작 1천명, 그나마 최근에 많이 증강된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니 국경을 넘는 중국인들을 막지 못해 압록강에 있는 많은 섬들이 점거당한 것이다.
"도대체 이놈의 나라는 군대가 있기는 있는 거냐?"
"백총.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아니다. 빨리 마을이나 찾아봐라!"
새벽이 다 되도록 한웅소의 그가 지휘하는 110여명의 명군들은 조선군은커녕 조선의 마을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덕분에 한웅소는 조바심이 났지만 괜히 병사들에게 진실을 알릴 필요는 없었기에 혼자 애를 태웠다. 결국 한웅소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압록강 북쪽의 본진을 향해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씨이이웅~!"
"커어억~!"
갑자기 한웅소들을 향해서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동료들을 잃은 명나라 군사들은 주변을 살폈지만 도저히 화살이 어디서 날아오는지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부하들이 급작스러운 화살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데도 한웅소는 기뻤다. 그는 부하들을 지휘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앞장서서 달아나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궁수를 찾지 못할 정도로 멀리서 화살을 날리는 족속들은 조선인들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를 공격하는 것은 조선군이다. 이제 임무를 완수했으니 나에게도 천총(명나라의 대대장급 지휘관)의 자리가…….'
"으윽~!"
하지만 화살은 한웅소를 피해가지 않았고 한웅소는 차가운 압록강변에 쓰러졌다. 하지만 그는 외롭지는 않았다. 그가 지휘하던 1개 초(명나라의 중대급 부대) 110명의 병사들중에서 이미 백 명에 가까운 자들이 그와 같이 쓰러져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사히 달아나는 이들은 고작 십여 명에 불과했다.
"천총. 저기 달아나는 저들은 처리하지 않아도 좋겠습니까?"
"상관없어. 저 정도는 살아남아야지 조선군의 공격을 받아 1개 초가 전멸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것이 아닌가?"
"하지만 저희가 사용한 화살은 조선의 화살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
"지금 중요한 것은 명나라 군사를 죽인 화살이 어디의 것이냐가 아니라, 명나라 군사들이 어디서 떼죽음을 당했느냐는 것이야. 어차피 외교라는 것은 진실보다는 힘이 더 중요한 것이니 빌미만 잘 만들어도 조선을 공박하기에는 좋은 요건이 되는 것이지. 그럼 우리도 빨리 돌아가세."
한웅소의 명군을 공격한 자들은 일을 마치고 나서 주저하지 않고 압록강을 건너 북쪽으로 달아났고 한웅소들의 시체는 차가운 새벽바람에 점차 얼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시체들 옆에 한 무리의 조선군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더니 주변을 구석구석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들 중 한명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멍청한 되놈들. 증거를 남기려면 좀 잘 남길 것이지, 이렇게 좋은 증거를 남겨주다니 주상전하께서 무척 기뻐하시겠군."
즉위 4년인 서기 1569년 2월 한성부. 작년에 있었던 무진삼란은 그 거창한 이름에 걸맞지 않게 단 한번의 전투, 그것도 여진족들이
자멸한 함흥전투 한번으로 사실상 마무리 되었다. 아직도 함경도 일대에서는 화령군의 잔당이 남아있고 김진기, 이동영등 반란의
주모자들을 잡지는 못했지만 더 이상 균이 이끄는 중앙정부에 도전하려는 세력이 없어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역사적으로 반란이 종결되면 국왕보다는 반란세력의 반대세력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반란에 참가한 자가 만은 기호사림은 급격히 쇠락하고 영남학파, 남명학파, 훈구파가 곳곳의 요직을 점하게 되었다. 하지만 가장
이익을 많이 본 것은 바로 균이었다.
'조정의 판세를 분석해보면 예조판서 이황의 영남학파가 35%, 호조판서 조식의 남명학파가 25%, 이조판서 홍담의 훈구파가 20%,
그리고 기호사림이 나머지 20%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전에 비해서 세력균형이 더 잘 이루어졌으니 함부로 나서는 자들은 없겠군.'
균이 내전을 종결짓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세력균형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균은 적절한 수준에서 기호사림의 몰락을 막고 4
개 당파가 세력균형을 이루도록 조정했다. 아무래도 왕권에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는 신권이니 이를 적당히 나누어 서
로 견제하게 만드는 것이 균의 전략이었다.
단순하게 보이는 전략이지만 당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조선시대 신하들의 탄핵권을 쥐고 있는 존재는 바로 왕이다
. 왕이 탄핵을 하겠다고 나서고 이를 반대세력의 신하들이 지지한다면 신하의 입장으로는 당할 도리가 없다. 예를 들어 기호사림에
속한 어떤 신하가 균의 정책에 심하게 제동을 걸었다고 치자. 그러면 균이 나설 필요도 없다.
당장 나머지 80%의 신하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기호사림이 가진 벼슬을 자신들이 차지하기 위해 극도의 충성경쟁을 벌이
게 되고
알아서 탄핵을 요구한다. 그럼 균은 팔짱만 끼고 구경만 하다가 못 이긴 척 허락하는 흉내만 내도 알아서 처리된다. 실제의
선조역시 그런 식으로 자신의 왕권을 유지한 인물이다.
'이제 조정의 세력균형은 이루어졌으니 중앙정부의 상황은 내 의도대로 이끌어 나갈 수 있고 다음은 지방에 대한 대규모 개혁이
남아있나? 일단 중요한 것은 대규모 전국 일제조사겠지. 그다음에는 전국에 도로를 건설하여 지방세력을 완전히 제압하는
것이고.'
"후르륵~!"
비교적 운신이 자유로운 취로정 안이라서 격식 없이 요란스럽게 차를 마시며 앞으로의 일을 구상하고 있던 균에게 선전관
이순신이 나타나서 귓속말을 건냈다. 그러자 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이순신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했다. 잠시 후 균
은 경복궁 후원에 있는 작은 건물로 거둥했다.
"대명국 요동 총병관 이성량의 장남인 이 아무개가 조선국왕전하를 뵙사옵니다. 천세. 천세. 천천세."
"공식석상도 아닌데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이름이 이여송이라고 했지? 알현신청은 예전에 했다고 하던데 과인이 국사가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었노라. 그래서 귀한 손님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아니옵니다. 국왕전하. 소인에게 알현을 허락하여 주신 것만 해도 광영이옵니다."
균이 만난 사람은 바로 이여송이었다. 처음에 함흥에서 균을 만날 예정이던 이여송이었지만 여진족이 서로 상잔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 생각을 바꾸었다. 다시 한성부로 찾아와서 정식으로 알현을 요청한 것이다. 그리고 균은 그의 알현신청을 받
고도 일부러 시간을 끌었는데 이여송은 불만을 내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균 앞에서 벌벌 기고 있었다.
'역시나 아버님의 눈동자와 같아. 아니 그 이상이다.'
잠시 기회를 보다고 균의 눈을 본 이여송은 움찔하더니 머리를 땅에 부딪칠 정도로 숙였다. 이여송이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존경하
는 인물은 바로 아버지 이성량이다. 그리고 그는 그 명성에 걸맞게 요동의 제왕으로 군림하면서 여진족의 발호를 막았고 그 재능은
가히 명나라 제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성량이 여진족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방법은 한마디로 이이제이였다. 여진족은 이웃부족과 사이가 나쁘다는 것을 이용해 하나의
부족이 강대해지면 주변 부족을 모아서 그 부족을 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여진족끼리 서로 상잔시키는 이성량의 전
략은 매번 성공을 거두었다.
누루하치의 조부인 기오창가와 부친인 타쿠시는 원래 왕코라는 자의 부하였는데 이들을 배신시켜 왕코를 멸망시킨 적도 있고 다시 기오창가의 세력이 강해지자 이웃 부족인 투룬의 니칸와일란을 이용하여 이들을 제거해버리는 등 이성량의 손에 걸린 자들치고 살아남는 자들이 없었다. 그것이 요동의 제왕 이성량의 능력이다.
하지만 이성량은 만주 일대의 여진족을 관리하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자였기에 손쉽게 여진족들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반해서 눈앞의 조선왕은 나이도 어리고 여진족을 움직일 권한도 없는데도 여진족을 서로 싸우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여송이 저자세로 나온 것이다. 눈앞의 조선왕은 최소한 자신의 아버지를 능가할 가능성이 충분한 인물이었다.
"그래. 그럼 용건은 무엇인가?"
"제 아비인 요동총병관의 밀서를 전해드리러 왔사옵니다."
이여송은 아까 전에 밀서를 조선의 무관들에게 전해주었다. 어전에서 손에 품을 넣다가는 암살자로 몰려서 바로 살해당해도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균에게 밀서를 전해준 이는 바로 옆에 있던 이순신이었다. 균은 밀서를 전해 받아 읽어보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총병관의 의사는 과인도 분명히 알겠다. 우리 조선은 상국인 명나라와 싸울 의사가 없다."
"전하. 망극하옵……."
"하나, 걸어온 싸움을 피할 생각도 없다. 이미 조-명 국경에서는 명나라 석궁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이는 화살에 맞아 죽은 명군의
시체가 대량으로 발견되었다는 정보가 올라왔다. 자작극을 할 정도라면 양국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오나 전하!"
"거기다 작년 반란의 주모자 둘이 달아났는데 하나는 명나라로 하나는 만주로 달아났다. 그 일과 이번 일을 연계한다면 상당히
재미있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가?"
"!!!"
이여송은 물론이고 같이 옆에서 시립하고 있던 이순신 역시 움찔했다. 물론 반역자들이 외국으로 도주하는 것은 가끔 있는 일이니
아무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외국이 자작극을 만들어가면서 일부러 분쟁꺼리를 만든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 즉 명나라가 일부로
자작극을 만들어 반역자를 보호할 정도로 조선의 내전과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