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0화 (180/228)

환생군주(還生君主)- 2nd Story 

05화. 한 연금자의 초상. 

조선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명(明), 베이징(北京)의 고공(高拱)의 저택. 

"이제 오셨습니까. 나리." 

"어서 오십시오." 

하인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고공은 자신의 집으로 왔다. 그의 집도 아직도 중국의 숨은 실세답게 으리으리한 중국식 기와집이었다. 

"손님은 잘 계신가?" 

우선 방에 들어온 고공은 어느 시종에게 물었다. 물론 고공이 묻는 손님이란 작년 조선에서의 반란사건이후 명으로 도주해온 김진기를 말하는 것이었다. 고공은 도주해온 김진기를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사실상 자신의 집에 연금해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고공은 김진기를 통해 조선군의 신병기를 듣기는 했지만 아직 믿지못하고 있었다. 

"네, 잘 계십니다. 나으리." 

"불러오게나." 

이 말이 지난지 얼마후, 중국 옷을 입은 김진기가 들어왔고 두 사람은 바로 필담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서오시오. 김공公. 

-오랜만입니다. 대인. 

-이야기를 하도록 합시다. 지금 작년의 반란이후 내 정적인 장거정의 권력이 점점 더 증대하는 것은 알겠지요. 역시 당신 말대로 조선 왕은 보통 인물이 아니오. 그렇게 외교적으로 우리의 작전을 봉쇄하다니 말이오. 

-...지금 그 장거정은 몽골의 알탄 칸과의 화의를 준비하고있다고 들었습니다. 

-조만간 화의가 될 것이오. 우리 명에게는 북방의 위협이 줄어드는 것이지. 

-조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조선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조선의 양반들은 작년의 두 개의 반란과 우리의 일이 실패로 돌아간 후, 조용해졌소. 아무래도 귀공과 이공의 반란이 실패로 돌아간후 얌전히 있다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된 것같소. 여진도 지금은 일단 잠잠해졌고. 

-... 

'나때문에 윤 대감과 정경부인은 권력의 꿈이 아예 날아갔지.' 

고공의 말을 듣고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김진기였지만 지금 당장이 중요하기에 그런 감상은 바로 날려버렸다. 

-...그리고 조선에서 공용 도로가 완성되고있다고 합디다. 

-도로가요!? 놀란 김진기였다. 

-조선 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없지만 공용 도로를 건설하는 것외에 전국적인 토지 조사가 이루어지고있다고 하오. 귀공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고있소? 

"!!!" 

고공의 말을 듣고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끼는 김진기였다. 자신과 이동명의 반란을 기회로 잡아 균은 미리 준비해둔 수순처럼 전국적인 인구, 토지, 세금 조사를 시작한 것이었다. 이를 통해 조선은 확실한 인구수와 세금이 매겨지지않은 짜투리 토지를 찾아낼 수 있었고, 세금을 조정하게 될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 폐하께서는 작년의 사태를 구해준 장거정을 대학사의 수장으로 등용할 계획을 가진 것같소. 

-그럼 큰일이 아닙니까? 장거정은 지금 친조선파로 알려져있지않습니까? 

-적어도 나와 당신이 아는 한은 그렇소. 

이때 김진기는 작년의 반란에 이어 자신이 탈 말(馬)을 또 잘못 고른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자신이 아는 균의 능력으로 볼때 장거정을 이전부터 점찍어놓은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것과 명으로 이렇게 도주한 것도 균의 흉계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 것도 그때였다. 김진기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고공의 말이 들려왔다. 

이미 이 시점에서 장거정은 환관 풍보(馮保)와 손잡고 고공 일파를 몰아낼 계획을 짜고있었다. 

-김공. 

-네, 대인(大人). 

-나를 도와주시오. 장거정과 조선 왕의 연합에 대항할 참모가 필요하오. 나에게는 진홍도 있지만 그로서는 너무 부족하오. 그대는 작년까지 조선 왕의 곁에서 보고듣고한 것이 있을터. 그것으로 나를 뒤에서 도와주시오. 

고공이 자신의 참모로 있어달라는 말에 김진기는 난감해하고있었다. 이미 자신이 사대부라는 명분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연속으로 하고있는가하는 의구심이 든 상태에서 망명객으로 이런 제의를 받는다는 것은 정말 위험했다. 이쯤 되면 완전히 조선을 돌아선 배반자나 마찬가지이니까. 

-...저어,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너무 파격적인 제안이라 그렇습니다. 

-좋소.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소. 

다시 조선... 

깊은 밤을 이용해 소수의 호위군과 같이 한성의 경복궁으로 향하는 한 가마가 있었다. 그 가마에는 바로 크리스와 리처드가 타고있었다. 이들은 갇혀있었던 비금도를 떠나 3일째 밤을 이용해서 움직이고 있었고, 이 속도로 조만간 한성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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