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7화 (187/228)

환생군주(還生君主)- 2nd Story 

12화. 비천(砒天), 설립. 

비슷한 시간, 경복궁의 근정전 내각. 

1568년 무진삼란이 종결된 후, 명의 내각제도를 기초로 균이 자신의 심복들을 육조에 배치시킨지 4년후인 지금은 황재훈, 김호진, 나원호, 나중현, 이영식등은 이제 관록이 붙어 상당부분 균의 업무를 줄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균의 명으로 긴급 회의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여기에는 박규남도 참가하고 있었다. 

"...일단 북한산성과 동평관의 상태를 듣고싶군." 

"예, 전하. 우선 동평관의 왜녀의 상태를 조사한 결과 특별히 의심갈만한 인물이 느나드는 것은 찾지못했습니다. 이제 궁으로 옮겨도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산성의 양인들도 문제가 없습니다." 균의 말에 박규남이 조사한 것을 모아 대답했다. 

"좋소. 그리고 선공감 첨정."/"네." 

한성, 북촌의 한 작은 기와집. 

이 집은 홍문관 부수찬인 김문성의 집으로 그는 남인과 서인 양쪽에 들어있지않은 중립파로 지금 방에서 아들인 태성과 이야기중이었는데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과거를 보지않겠다고!?"/"네." 

"무슨 일이 있는 게냐?" 

"친구들하고 며칠전에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 그들도 이제 과거대신 상단에 들어가겠다합니다." 

"상단이라면? 양인들과 어울려 천한 상업을 하겠다는 것이냐?" 

"상업은 천한 것이 아닙니다. 유학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먹고 살아야하는 것이지요." 

"으음..." 

아들의 말에 그도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경복궁에 느나들어 균의 행동을 보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알지못했지만 서광대로를 놓고, 인구& 토지조사가 시작되고 끝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성리학으로는 국가철학이 안되는 것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아들의 말이 이어졌다. 

"심경은 확실히 말이 안됩니다. 어떻게 완벽한 사람이 이 세상에 있다고 보십니까? 

제가 듣기에 전하의 경연에 심경은 들어가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건 그렇다." 

태성의 말대로 균의 경연에는 심경은 아예 들어가지않았다. 물론 역사를 아는 균의 생각으로 그렇게 된 것이긴 하지만 남인과 화담학파에 대항해 권력확장을 노리는, 이제 중소정당이 된 사림들로서는 상당히 유감스러운 것이었다. 

"게다가 향약도 그렇습니다. 향약이 시작되면 사대부들은 평민들을 착취할 것이지요." 

"그래도 모든 사대부들이 너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그럴까요?"/"..." 

크리스와 헤어진 후, 태성은 자신을 둘러싼 것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자신이 몰랐던 수많은 사실을 알게되었으며 이제 자신이 이제부터 가야할 길에 대해 결심이 섰던 것이었다. 게다가 그도 사림계의 약간 질나쁜 친구들과 어울려서 그렇지 본질은 좋은 쪽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평민들이 그걸 정말 모를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사대부들이 자신들을 착취할 것이 뻔한 향약에 동의하지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과거보다 상단이 더 낫습니다." 

향약의 사상적 기원은 조광조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그 사상은 상당부분 "인본주의적"이지만 진의는 신분제의 고착과 경제적 착취의 합법화였다. 물론 사림파가 훈구파에 대항해 향약을 통한 지방세력의 강화를 노린 것이었고, 율곡 이이뿐 아니라 균도 향약을 왕권 강화로 철저히 봉쇄해왔기에 강녕전에서 향약은 언급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시행조차 되지않았다. 

훈구의 근원이 조선 개국공신들의 후손이면 사림의 근원은 정몽주와 길재이다. 

정몽주는 조선이 건국될때, 고려를 지키려고 마지막 힘을 쓰다 태종 이방원에 의해 선죽교에서 살해되고, 후에 태종에 의해 복권된다. 또한 길재도 고려에 대한 지조를 지키기 위해 태조 이성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지방으로 내려가 후학을 가르치게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려에 대한 지조외에 어떻게 보면 시대는 급격히 바뀌고 있는데 이전 시대에 안주하려는 회고주의자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실용적인 유학을 중시하는 훈구에 비해 사림은 되려 공리공담으로 흐르게 되고, 길재 이후 조식이나 이황과 같은 유학에 대한 높은 지식을 가진 스승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임란과 호란, 그리고 4대 사화를 통해 권력을 쥐게 된 사림은 국가재건의 과정에서 교조화된 유교적 도덕률이 전후 엉망이 된 사회를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주 안이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미치고 있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할 것이냐?" 

"내금위로 들어갈까 합니다."/"!!!" 

아들의 말에 김문성은 한번 더 놀랐다. 

한편 북한산성, 친위군 훈련장. 

훈련장에서는 지금 갑작스런 씨름대결이 벌어지고 있었다. 

서유생의 부추김을 받은 임꺽정이 리처드에게 도전해온 것이었고, 이에 리처드는 응했는데 치고받는 주먹싸움이 아닌 씨름으로 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자 훈련이 끝난 상당수의 친위군들도 흥미를 느껴 몰려들었고, 순식간에 씨름장은 왁자지껄해졌다.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누가 이길까?" 

"사단장님."/"나는 저 양인에게." 

어느 사이에 임꺽정과 리처드중에 누가 이길까하는 내기가 성립되었고 판돈은 순식간에 올라가고있었다. 

"준비... 시작-!" 뎅~! 

심판을 맡은 한 병사가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두 거한의 등을 치면서 뒤로 물러나면서 시합이 시작됨을 알리는 괭가리 소리가 울렸고, 바로 임꺽정과 리처드는 맞붙었는데 아직까지는 막상막하였다. 

"이겨라! 이겨라!" 관중들의 환성이 두 사람이 힘으로 붙는 씨름장을 가득찼다. 

다시 경복궁의 근정전 내각. 

기본적인 보고를 다 들은 균은 그제야 화제를 꺼냈다. 

"이렇게 모두를 모인 이유는 새로운 정보기관을 설립하기 위해서이다." 

"!!!!!!" 이 말에 모인 사람들은 놀랐지만 박규남은 더 놀랐다. 

"...그렇다고 너무 놀라지말고 잘 듣도록."/"네네..." 

"지금까지 왕실 정보부는 국내 정보의 수집과 분석에 상당한 역할을 해왔으나 그것은 조선 내에 국한되어왔다. 하지만 이제 조선 밖 나라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우리는 명과 왜에 육지와 바다를 통해 국경을 접해있기에 오래 전부터 이들 나라에 대한 정보가 많지만 상당부분 질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정보부와 별도의 정보기관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사역원(司譯院)에 지금 우리나라에 표류한 양인들의 언어를 연구하는 기관을 설치했으며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있다." 

이 말에 황재훈, 김호진, 나원호, 나중현, 이영식 그리고 박규남이 놀란 것은 당연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이 이런 정도까지 진행되고있었던 것이었다. 

"이름은 무엇으로 하실 것입니까?" 

모인 사람들중 누군가가 물었고 그의 말에 균은 이렇게 대답했다. 

"비천(砒天)으로 생각했다. 모두의 의견은 어떤가?" 

"이의없습니다."/"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책임자는 누가 됩니까?" 

"지금 북한산성에 있는 양인, 크리스 아델레이드로 할 것이다." 

"하지만 양인을 책임자로 하다니 괜찮겠습니까?" 

"그렇지않으면 이때까지 오도록 내가 뭣하러 그들의 언어를 연구하도록 하고 그들이 우리 말을 배우도록 했겠나? 그래서 지금 북한산성에 부지를 찾아 건설하는 중이고." 

"..." 

균의 말에 모인 사람들은 할 말이 없었고 이를 위해 2년이란 공을 들인 것에 더 놀랐다. 

이제 더이상 내각의 반대는 없었고 조선 최초의 대외정보기관이며 이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게 될 비천(砒天)이 설립되었다. 

...그리고 임꺽정과 리처드의 씨름대결은 무승부로 끝났지만 이후 서로를 인정한 둘은 의기투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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