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군주(還生君主)- 2nd Story
22화. 개편과 입궁.
비천에 의해 조선으로 송환된 김진기가 무진반란과 암살미수 책임을 지고 처형된후, 사실상 균에게 도전할 양반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이제 안전함을 느낀 균은 유성룡이 이전에 예견한대로 조정의 조직개편에 들어갔다.
1573년(선조 재위 8년) 3월 4일.
경복궁 강녕전.
여기에서는 현재 21세의 균이 중심이 된 아침 조례가 진행되고 있었다.
"...따라서 의정부는 폐쇄하겠소. 하지만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과 삼사의 기존 지위는 유지되며,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은 내각에 포함될 것이오. 또한 상당수 업무가 중복되는 부서는 페쇄하겠소."
"망극하옵니다. 전하."
대부분의 신료들은 동의했다.
이미 내각은 잘 굴러가고있는데다 아무리 과거급제한 양반들을 위해서라지만 너무나 중복되는 부서가 많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세 정승이 내각에 들어간다는 것은 조만간 삼사도 내각에 포함될 수도 있기에 문제는 없었으며 이에 따라 삼사의 기존 지위는 유지하면서 내각에 포함되지만 의정부(議政府)는 우리의 원래 역사에서 18세기 후기의 개화기에 사라지지만 균의 어명에 의해 300여년 빠르게 사라졌으며 포도청은 현대의 중앙경찰청과 같은 역할을, 금위영도 의금부 하부 기관으로 개편되었으며 수군청이 창설되어 조선의 모든 수군을 통제하게 되었다. 또한 도로청이 신공감 하부기관으로 신설되어 조선의 모든 대로들을 관리하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수시로 암행어사를 지방으로 보내었던 것을 상설화했다.
"하지만 중복 부서를 폐쇄하면서 일부 능력있는 관리들은 재등용할 것이오. 이에 대한 준비는 집현전에서 맡으시오."
"옳으신 배려입니다. 전하.
우리나라는 명보다 작으면서도 쓸데없는 부서가 너무나도 많았사옵니다. 따라서 중복되는 부서는 줄이는 것이 마땅하오나 그 속에서 능력있는 인재는 구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누군가의 말인가해서 균이 쳐다보니 바로 3년전인 1570년에 벌어진 과거에 급제해 조정에 들어온 정여립의 말이었다.
정여립(鄭汝立)
바로 송강 정철에 의해 벌어진 기축옥사의 주인공으로 율곡 이이와 친해 서인으로 분류되었으나 동인으로 전향하는, 동양 최초의 공화사상을 제창한 사람이다. 하지만 1573년인 지금은 막 정치세계에 등단한 풋내기 신인일 뿐이었다.
"...좋은 말이오. 그리고..." 균이 말을 이으려는데 누군가가 말을 이었다.
"남매들이 서로 떨어져지낸다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전하의 뜻대로 여동생이신 진이와 예송이를 궁으로 불러들이십시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고... 지금 동평관에 있는 도진의구의 딸도 궁으로 불러들일까하는데 어떻소? 그녀를 너무 오래둔 것같소."
이 부분에서 신료들 사이에 웅성이는 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찬반이 갈려져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 좀 가라앉은 줄로 안 균도 예상은 했지만 의외여서 다음 말을 서둘러 이었다.
"...경들의 의견에 대해 참고가 될 것으로 말하자면 도진의구의 딸은 짐의 후궁대우를 받고 있소. 하지만 그것뿐이고 가능하면 강녕전과 취로전에서 멀리 놓아둘 참이오."
이 말에 신료들의 웅성임이 뚝 멎었다. 그정도면 신료들 대부분의 생각으로도 무리가 없었다.
'물론 정보부와 비천의 감시도 포함되지. 조만간 비천도 공개해야겠지.'
균이 이제서야 시마즈 유메를 경복궁에 들이는 이유는 몇년동안 정보부가 동평관을 감시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을뿐 아니라, 무진삼란과 암살미수, 그리고 김진기 납치작전등 큰 일에 치어 이제서야 생각이 난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왕대비 박씨와 인순왕후 심씨의 반대가 있을 것이었지만 그것도 이런 조건이라면 문제가 없었고 더구나 인순왕후의 아킬레스 건인 이제 7살인 정아 공주를 균이 잘 돌보고 있었기에 더 그랬다. 또한 균이 아는 대로라면 왕대비 박씨는 1577년, 인순왕후 심씨는 1575년에 사망할 것이었다.
"그럼 짐이 태어난 인달방에 있는 진이와 예송이를 불러들이겠소. 또한 도진의구의 딸도 궁으로 불러들이는 것으로 알겠소."
"망극하옵니다. 전하."
한편 이 소식은 북한산성에 있는 비천에도 들어갔다.
"친족이라면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그런 일이 그렇게 오래걸린 것이 이해되지않는걸?"
크리스의 첫 소감이었고, 그에 마침 부장실에 들어온 태성이 설명해주었다. 그는 내금위 시험에 합격해 바로 비천으로 들어왔고, 비천의 첫 임무인 김진기 납치작전에도 참가했다. 이 작전을 통해 그는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을 뼈저리게 통감해 여러가지를 배우려고 하고있었다.
"부장님께서는 잘 모르겠지만, 조선은 잉글랜드처럼 왕권이 강하지못했습니다.
듣자하니 잉글랜드의 왕권이 강화된 것이 100여년전이라면서요?"
"응, 선왕이신 헨리 7세이후부터 왕권이 강화되었지. 하지만 조선에서는 왜 그렇게 신권이 강한 거지? 물론 우리 잉글랜드에서도 Parliament가 있어 왕을 견제하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팔리아먼트? 조선의 조정과 비슷한 겁니까?"
"비슷하지만 틀린 부분도 많지. 내가 배운 것이 맞으면 Parliament가 처음 시작된 것이 에드워드 1세 시대니까 1239년이지. 시몽 드 몽포르가 개최자이며 의장으로 기록되어있고 조선처럼은 아니지만 상하로 나뉘어있지."
"...고려때부터라면 상당히 오래되었군요. 상하로 나뉜 것은 흥미있습니다만 사실 원래 조선에서 신권이 강하지않았습니다.
우리 조선 역사와 경국대전을 보면 아시겠지만 조선의 왕권은 명의 황제권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강하지요. 하지만 조선에는 멀리 삼국시대까지 거슬러가는 명문들이 많습니다. 그때문에 왕권이 신권에 비해 눌려보이는 겁니다."
"...왕의 자질도 그 속에 포함되지."
"그렇지요. 제가 역사를 좀 공부해서 알게된 사실인데, 태조와 태종, 세종, 세조대왕이후 지금처럼 유능한 왕이 나오는 것은 오랜만이지요."
"...그렇지... 잉글랜드만 해도 헨리 6세나 에드워드 2세같은 유약한 왕도 있었으니까요."
리처드의 말에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3월 6일.
모친이 사망한 후 상을 치르면서 인달방에서 생활하던 진이와 예송이는 균의 명과 함께 경복궁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이미 한번 궁을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진짜 생활하는 것이기에 더 떨리면서도 왕의 동생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모든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당당하게 들어갔으며, 며칠 후 시마즈 유메도 일단의 시녀들과 같이 경복궁으로 들어갔다.
1573년 4월 10일.
군기시.
나원호는 지금 보고를 듣고있었다.
"...드디어 신형화포를 만들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부정님."
"전하에게는 알렸는가?"
"예, 물론 시험을 끝냈습니다만 기존의 총통들을 능가하는 성능입니다."
"오오-!!"
보고를 한 부하도 나원호의 기쁜 표정을 보고 같이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무진삼란이후 균의 명을 받아 기존의 총통의 개량과 동시에 사정거리가 길고 효력이 좋은 신형총통의 개발을 서둘렀는데 그 일단이 끝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