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군주(還生君主)- 2nd Story
24화. 만남...???
시간을 약간 돌려 1573년(선조 재위 8년) 3월 20일.
균의 명에 의해 정식으로 경복궁에서 살게된 진이와 예송이는 얼떨떨하면서도 차차 적응해갔다. 하지만 진이의 왈가닥 끼는 여전해 궁 내 시녀들이 고생할 정도였으며, 예송이는 주로 대비전에서 정아 공주를 돌보았다. 물론 왕대비와 인순왕후가 예송이가 이야기하는 궁 바깥과 자신의 이야기를 할때면 즐거워하면서도 안쓰러워했으며 때때로 진이와 유메는 서로 만나 이야기도 했다.
취로전.
"...적응해간다니 다행이로구나."
"예. 하지만 벌써 밖이 그리운걸요."
취로전에서만은 남매 사이에 존대어를 붙이지않고 말하는 진이였다.
"...그래요. 저도."
예송이도 성장하고 정아 공주를 돌보면서 어느 정도 대인공포증이 가라앉았는지 균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렇게 세 사람이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곽재우와 크리스가 왔다는 소리가 들렸다.
"진이와 예송이는 잠시 밖에 나가있지않겠느냐."
"알았어요. 예송아."/"예."
균의 말에 진이와 예송이는 정중히 절을 올리고 밖으로 나갔고 잠시 후, 크리스가 들어왔고 정중히 절을 한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부장, 무슨 일이오?"
"예, 사쓰마 지부에서 연락입니다.
대마도주를 통해서 덕천가강이 비금도 소총을 구할수 있겠느냐고 물었으며, 요시아키가 노부나가 토벌을 외치며 오미에서 거병했다는 소식입니다."
2월 26일.
요시아키는 아사이 나가마사, 아사쿠라 요시카게, 다케다 신겐과 연합해 노부나가 토벌을 외치면서 오미, 이시야마에서 거병했다.
"덕천가강이 우리 비금도 소총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고 하면 비공식 루트를 통해 조용히 넘겨주도록 하시오. 그러면 그들이 알아서 하겠지. 그리고 시마즈 가家의 움직임은?"
"2년전 류조지 가家를 멸망시킨후 혼슈를 정복할 수 있다고 허풍이 심합니다. 아무래도 이 시점에서 자제를 시키는 것이 낫겠습니다. 또한 서양 상선들이 나가사키에 나타났다고 하지만 시마즈의 화포를 받고 자국으로 철수한 것같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좋소. 손을 벗어나게 하면 곤란하지. 그건 비천 부장에게 맡기겠소."
서양 상선들이 나가사키에 정박못하고 철수했다는 이야기에 균은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마침내 균의 예정대로 된 것이었다.
"...그리고 조만간 잉글랜드에서 상선이 올 예정입니다. 전하가 놀라지말라고 명해두시는 편이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그렇게 해두겠지만 부장이 손쓴 것이 아니오?"
"제 개인적인 연락망으로 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기밀은 안썼지요."
"...알겠소.(역시 아델레이드의 사람이군...)"
한편 취로정 밖에서는...
"언니, 방금 그 사람 색목인이었지요."
"맞아. 하지만 어떻게 우리 조선까지 온 것이지. 게다가... 응?"
둘이서 이야기하다 진이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곽재우를 봤다. 곽재우도 진이와 예송이를 눈치챘지만 여자에 대해서 약간 쑥맥인데다 이미 미래를 약속한 조식의 딸을 배신할 것같아서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진이는 예송이가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곽재우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이었다.
"...내 이름은 이진이에요. 알다시피 전하의 여동생이지요. 이름이 뭔가요?"
"...아, 예. 전하의 호종을 드는 곽재우라고 합니다."
말로만 듣던 "조선 최고의 왈가닥." 진이를 직접 보는 곽재우는 여길 어떻게 빠져나갈까 궁리하고 있었지만 직책이 직책이니 어디로 갈 수 없었고 튀더라도 궁 내이니 금방 들킬 것이 분명했다.
"후후후... 미남이네."/";;;;"
"이리 와요. 이야기를 나누어보자고요."/"...(이거 혹시 전하의 작전...???)"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곽재우는 진이에게 아무 반항을 못하고 예송이와 일부 시녀들이 보는 가운데 궁 내의 조용한 곳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한편, 남지나해의 어느 곳에서는 몇 척의 서양 상선들이 보였으며 기함의 마스트에는 성 조지기旗와 아델레이드 가家의 문장이 박힌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기함 엘레나 함교.
함교에서는 함장과 부함장이 이야기중이었다.
"...정말 조선이란 나라가 있는 겁니까?"
"크리스 아가씨가 알려준 위치에 따르면 있다고 하네. 그리고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교역이야. 아가씨는 조선인의 자존심을 적당히 살려주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편이 좋다고하는군."
"...하지만 여왕폐하께서도 관심을 가진줄 몰랐습니다."
"지금 우리 잉글랜드는 우환을 가지고있고, 에스파니아와 포르투칼은 신대륙의 부富를 독점중이지. 그것을 깰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이지."
"몇개월전인가 지팡그에 갔던 에스파니아 상선들이 화포 세례를 받고 철수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우리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말라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크리스 님이 계시니 큰 문제는 안되지만 그래도 그런 상황에 대한 준비는 해두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들 상선들은 천천히 조선에 다가가고 있었다.
선조 선열제 시대, 정확히 말하면 무진삼란을 기점으로 조선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 변화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 그때까지 천민 취급을 받았던 중인과 상인의 본격적인 등장과 성장, 그리고 비록 절정기에 오른 성리학이지만 그 뒤에 숨은 공리공론으로 인해 남명학파가 중심이 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새로운 학문을 찾으려는 운동이었다.
이때 조선은 국제 무대에 나오게 되는데 그 처음이 역시 선조와 비슷한 성향의 엘리자베스 1세의 잉글랜드라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그때까지 명과 왜밖에 모르던 조선에 처음으로 서양 문명과 만나게 된 것은 성리학과 다른 학문을 찾는 자들에게 유혹적인 것이었고 이로서 조선은 세계 무대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던 것이었다.
-역사 작가 이혁일의 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