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0화 (200/228)

환생군주(還生君主)- 2nd Story 

25화. 서양 상선의 등장, 그리고 교섭. 

선조 재위 8년인 1573년. 조선의 모습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서광대로는 여수까지 연결되었으며, 경인대로의 완공외에 한성과 대구, 부산을 잇는 한부대로의 공사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조선 북부에도 대로 공사가 시작되었다. 

수미법과 대동법이 실시됨에 따라 평민들의 부담은 상당 부분 줄었으며, 이앙법이 서서히 보급됨에 따라 식량 생산도 증가추세에 있었다. 또한 인구, 토지 조사에 따라 지방 양반들의 부담이 대폭 늘어났다. 교육에 있어서는 서당과 훈장 수를 늘리고, 훈장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준을 약간 높이면서 실사를 통해 격이 맞지않는 훈장들은 모조리 파면시켰다. 

하지만 아직 치안은 중앙 포도청이 설립됨에 따라 약간씩 나아지고 있었지만 위생부분은 아직 떨어지고있는 것이 문제였으며 서출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었으나 지방 포도청에 파견되는 사또들의 징세권을 회수해서 부패의 소지를 없앴고 연좌제도 논란끝에 폐지되었다. 

군대는 무진삼란이후 자신감을 얻어 상당부분 북한산 소총으로 교체함과 동시에 망원경이 천천히 공급 중이었으며, 병무청이 육군을, 수군청이 수군을 담당함에 따라 군의 재편이 실시중이었으며, 기존 화포들 외에 신형 화포인 무자총통의 양산, 개량외에 판옥선의 부분 개선등이 있었고 명과의 국경선에 있는 산성들을 보수, 강화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균은 조만간 상비군을 설치할 예정이었다. 

상업에 있어서 무진삼란이후 해외에서는 조선 연합 상단이란 이름 아래 송상, 나상등이 뭉쳤고, 국내에 있어서는 서로 경쟁하고 있었지만 조정은 삼란이후 상업에 대한 세율을 낮추는 대신, 이들이 얼마나 공정, 공평한 상업관계를 하고 있는가에 주안점을 두고 행정지도를 하고있었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고있는 조선 여성의 모습은 조선 후기의 것인데 왜란과 호란을 겪은 후, 재건하는 과정에서 조선 전기에 활발했던 여성에게 장옷을 입히고 여러가지로 사회적 권리를 박탈하고 제약을 가하기 시작했으며 사회의 일원이 아닌, 약간 심하게 말하면 "가축"으로 취급한 것도 조선 후기였다. 하지만 전생에서 이것을 알고있는 균에게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은 인력의 확대에도 좋은 일이었기에 일부 양반층의 반대에도 되려 장려하는 형편이었다. 

1573년 4월 7일. 

강화도, 강화산성. 

망루에서 망을 보던 병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히 명이나 왜의 배와 다른 형태의 선단이 이곳으로 가까이 오는 것이 확인되었고 급히 자신의 상급 담당자를 불렀다. 

"장군님."/"음." 

그는 이제 겨우 공급되기 시작한 망원경을 눈에 대고 쳐다보았다. 병사가 말한대로 명이나 왜의 배와 다른 형태였고, 균이 내린 명령을 상기해봤다. 

망원경은 천리경이라는 이름으로 조선 후기에 유입되던 신문물 중 하나로 인조 9년에 청에서 가져왔으며, 병인양요때는 천총 양헌수가 이를 통해 프랑스군의 동태를 보며 작전을 지휘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 균의 명으로 망원경이 대량으로 생산 공급되는 추세였기에 이 강화산성을 지키는 장군도 당황하지않고있었다. 

"분명히 전하의 명령은 함부로 경거망동하지말라는 것이었지." 

망원경을 눈에서 떼고 장군은 같이 온 부관에게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럼 아직 경계령을 풀지말게. 저 남만선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리의 대응도 달라질테니.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전투 준비는 해두도록." 

"알겠습니다." 

한편 영국 상선단 기함 엘레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다. 

잠시 후, 남만선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경복궁과 비천 본부에게까지 알려졌으며 크리스도 그 소식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온 모양이군." 

"상당히 긴 시간이었습니다."/"그렇지." 

"자네도 같이 가지않겠나." 

"저도 말입니까?" 리처드의 말에 태성이 물었다. 

"자네는 우리를 만나기 전에 그저 그랬지.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야. 일단 명과 왜이외 나라의 사람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 

"..." 리처드의 말에 태성은 할 말이 없었고 결국 교섭장에 같이 갈 수 밖에 없었다. 

4월 9일 

제물포 항. 

제물포 항구에는 명과 왜와 다른 남만 배가 입항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었고, 조약 교섭장도 마련되어있었다. 

"정말 많이 몰렸군요." 

"나라도 그랬을거야. 외국의 배가 온다는 말에."/"..." 

"이제 조선이 도약하게 되는군." 

"...이것을 기다리신 것같습니다만." 

"그래, 조선은 이로서 비상하게 될테지. 두고보게나." 

박규남과 균의 대화였다. 

"조선과 남만의 교역이라..." 

"성리학에 꽉막힌 자들로는 생각해내지못할 일일세." 

"전하의 생각은 확실히 대단하신 것같군." 

"남만 사람들이라..." 

균과 함께 온 일부 내각 대신들의 생각이었다. 

"저기 보인다!" 

어느 사람의 말에 모여든 사람들은 그쪽을 봤다. 거기에는 몇 척의 판옥선의 호위하에 몇 척의 범선이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모여든 사람들이 놀라움과 감탄하는 모습이었다. 

잠시 후, 범선들이 입항하고 걸대가 걸쳐지면서 범선에 내린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모습에 모인 사람들도 놀랐다. 그리고 크리스가 리처드와 같이 마중을 나오는 모습을 보자 웅성이기 시작했지만 그에 상관않고 크리스는 내려온 함장과 같이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랜만이네. 시간이 오래 걸렸지." 

"아가씨, 오랜만입니다. 몇년만입니까?" 

"...3년만이지. 잉글랜드는 어때?" 

"그 스튜어트 여자에 대한 문제때문에 시끄럽습니다." 

"그래,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지금 이 나라의 왕께서도 나와계시네. 

내가 온 것은 통역을 위해서야." 

"이 나라 언어를 배우신 모양이군요." 

"배우는데 시간이 걸렸지." 

시간이 약간 지나, 제물포에 설치된 임시 무역 조약식단. 

이곳에는 긴 탁자를 반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잉글랜드 무역단,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균을 비롯한 조선의 요인들이 앉았으며 크리스는 통역을 맡았다. 

우선 자기 소개를 간단히 한 후에 먼저 말문을 연 것은 균이었다. 

"조선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Welcome to Kingdom of Chosun." 

"Thanks for great hospitablity. Your Highness."/"큰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전하." 

"우리는 귀국과의 공정한 무역을 원하며... 조선은 자기와 인삼, 차茶, 비단등과 같은 상품을 수출할 용의가 있다."/"We need fair trade with England... Choson is ready to export these products as Porcelain, Jinseng, Tea, Silk and so on." 

균이 고른 것은 이 시대의 국제무역에서 큰 돈이 될 것들이었다. 특히 이 시대의 서양에서는 동양 무역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었는데,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터키에서 수입해오는 향신료외에 사치품에 열올리고 있었던 중이었다. 하지만 균은 수출목록에서 비금도 소총을 뺐는데, 그 이유는 백과사전을 통해 알고있는 유럽사를 거리도 있어서 아직 건드릴 생각이 없는데다, 앞으로 벌어질 임진왜란을 앞두고 내치가 중심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잉글랜드도 귀국과 공정한 무역을 원합니다. 잉글랜드는 우선 양모를 수출할 수 있습니다."/"...Our England also need fair trade with Chosun. We can export wool." 

17세기의 영국은 엔클로저 운동이 일어나 대대적인 목축업, 특히 양모업이 일어나기 시작해 내수를 견디지못하고 전통적인 공급지인 네덜란드로 상당량을 수출하고 있던 중이었다. 

며칠을 옥신각신하던 중에 결국 균과 영국 무역단 단장은 적정한 상품을 서로에게 알맞은 가격으로 정하면서 끝냈다. 그리고 이 교섭에서 조선- 잉글랜드간의 우호조약이 가조약되었다. 

그리고... 4월 20일. 

잉글랜드 선단은 충분한 대접과 상당량의 자기, 비단등을 실은 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것을 보면서 함장과 크리스는 대화하고 있었다. 이들은 잠시지만 상당히 잘 닦인 길, 백성들의 개선되는 생활을 보고 감탄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제 이 나라는 더 발전하게 될 거야." 

"그렇습니다. 이렇게 도로가 잘 정비된 나라는 유럽에도 많이 없습니다. 고대 로마만 빼고는." 

"그렇지. 하지만 이제 겨우 이 조선이란 나라는 시작이야. 전하에 의해서 말이지." 

"정말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여왕폐하와 거의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에요." 

"맞는 말이지.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아직 고국에 돌아갈 수 없어." 

"...돌아가실수 없다니 유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물론 가족들은 보고싶긴 해." 

"그럼 백작님에게는 어떻게 이야기해드릴까요?" 

"...조선에서 중용되고 있다고 하면 아실거야." 

"...알겠습니다." 

슬픔을 억지로 삼킨듯한 크리스의 말에 함장은 납득한 모양이었고 더이상 묻지않았다. 

짐을 다 실은 후, 잉글랜드 선단들은 다시 판옥선들의 호위하에 해상으로 나갔지만 크리스는 배웅만 할 뿐이었다. 그것을 보고 혹시 떠나지않을까 의심했던 일부 대신들은 내심 안심한 모습이었고 이제 조선이 전통적인 명과 왜이외의 서양 국가와 교역을 한다는 것에 두려움과 환희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마침내 조선이 천천히 아시아에서 세계로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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