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군주(還生君主)- 2nd Story
31화. 협상.
해가 바뀌기 전인 1573년 11월.
한성의 북한산성, 비천 본부 소회의실.
이곳에서는 간단한 회의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동명을 잡으라는 왕명이 내려진 것은 압니다만 그렇다고 부장님까지 갈 필요가 있습니까. 베이징 지부장을 보내셔도 되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요동 사령관은 우리 조선과 관계있는 곳이네. 게다가 이성량은 내각수보인 장거정과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고있네. 우리가 여진에서 아무 문제없이 활동하려면 그의 허가를 미리 받아놔야 문제가 없을게야."
"사역원에 여진어를 아는 사람들이 있나?"
"아닌 것을 알고있습니다. 사역원은 명, 왜어와 몽골어를 우선하기에 여진어를 담당하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크리스의 말에 어느 요원이 대답했다.
"제가 아는 역관은 몽골어와 여진어가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여진족이 몽골의 한 분파라 여겨집니다만..."
사실 몽골과 여진은 다르다.
여진족은 10세기 초 이후 나타난 퉁구스계 민족으로 여직(女直)이라고도 부른다.
송화강(松花江), 목란강(牧丹江), 흑룡강(黑龍江) 유역과 동만주 해안지방에 살던 종족이다.
10세기 초 요(遼)나라 태조가 발해(渤海)를 멸망시키자 발해의 지배에서 벗어난 말갈족(靺鞨族)을 여진족이라 하였다. 요나라 때 거란의 통치 아래 있던 흑수말갈(黑水靺鞨)은 고려와의 국경인 두만강(豆滿江)유역에서 함경남, 북도 지방에 해당되는 지역에 이동하여 살면서 요와 고려에 조공하여 흑수여진, 동여진(東女眞), 생여직(生女直)이라 하였으며, 길림성(吉林省성) 남서부의 여진을 송(宋)나라에서는 숙여직(熟女直), 고려에서는 서여진(西女眞)이라 불렀다.
명은 송화강 유역의 여진을 해서여직(海西女直), 파저강(婆猪江), 혼강(渾江) 유역의 여진을 건주여직(建州女直), 흑룡강 유역의 여진을 야인여직(野人女直)이라 하여 독특한 군정으로 이들을 통치하고있었다.
"...그래도 요동 사령관이고 하니 부장님이 직접 가는 것이 낫겠습니다."
"여진족들이 움직이려고 해도 무진의 란때문에 움직이려하지못할테니 이동명으로도 속이 탈 것입니다. 지금이 기회지요. 흑룡강에서 압록강까지 오려고 해도 그 중간에 있는 여진족들이 허락해줄리 없고 말입니다."
"전하께서도 우리가 특무대를 가지게 허가해주었으니 기동작전도 어느 정도 가능해졌고 말이지요."
균은 정보부와 별도로 비천에게 기동작전을 펼칠 수 있게 특무대를 창설할 것을 허가해줬고, 창설된 특무대는 현재 조선의 무술을 기본으로 일본의 고급닌자 몇 명들을 쿄토지부를 통해 조선으로 불러와 가혹한 훈련중이었기에 여진에 잡입은 가능해도 그 다음이 문제였다. 또한 균은 군자감에게 자신이 백과사전에서 모사한 그림을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전투를 바꿀 새로운, 날수있는 기구"와 "큰 돌을 움직일수 있는 기구", "돌의 틈을 단단히 메울 수 있는 접착제"등을 극비제작하라고 명을 내렸다.
"우리 비천이 아직 공식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연합 상단의 힘을 빌어 조용히 들어가야할 거야. 물론 나도 조선- 명, 조선- 여진 국경선간에 보따리를 들고 이동하는 군소 상인들이 있는 것은 알고있지."
"...그것도 방법이겠군요."
다시 요동방면군 지휘소.
이성량과 통역을 대동하고 온 최미연의 회담은 계속되고 있었고, 이성량은 최미연의 설명에 납득한 것으로 보였다.
"...알겠소. 여진으로 느나드는 조선 상인들에 대한 보호는 계속될 것이외다. 그들이 명의 법을 어기지않는다면 말이오."
"알겠습니다. 그것은 제가 주지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승낙해주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이야기는 잘 나누었소. 즐거웠소이다."
"다음에 시간이 나면 더 뵙기로 하지요."
최미연이 간 후, 이성량은 아들 이여송을 불렀다.
"조선 연합 상단의 베이징 지부장이란 자가 온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느냐?"
"그저 명에 있는 조선 상인의 안전 아닐까요?"
"나는 그보다 더 큰 것이 숨어있는 것같다. 요즘 여진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것은 알고있겠지."
"예, 하지만 이것이 그것과 관련있다는 것입니까?"
"모르겠다. 하지만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은 확실해... 무언가가..."
"저도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러려무나. 여송아."
그 말을 남기고 이여송은 방을 나갔다. 그러자 최미연이 있던 자리에서 분명히 돈을 담은듯한 자루가 나타났고, 그것을 흐뭇한 웃음으로 받아든 이성량이었다. 하지만 그도 왜 조선이 자신에게 뇌물을 주면서까지 이런 일을 하는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비천은 이동명 생포를 위해 여진에 잡입하게 되었다.
김진기 때와 다르게 이동명 회수작전은 비천 기록에 남아있지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동명과 조흥수는 비천에 의해 조선으로 끌려왔다. 처음에는 두 사람은 자신의 혐의를 부정했지만 김진기 처형소식을 듣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약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되어있다. 결국 이렇게 해서 지난 무진삼란의 주모자였던 김진기와 이동명이 전부 사망함으로서 균은 일단 한시름 놓게 되었지만 다른 사소한 문제가 갑자기 떠올랐다.
1574년 7월 13일.
명, 조선 연합 상단 베이징 지부.
지부장실에서는 놀란 최미연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전하께서 소환을 명하셨단 말이지."
"제가 들은 바로는 그렇습니다. 또한 지금 받으신 문서가 바로 그 소환문서입니다."
'설마... 알아차렸나... 아니면...'
그 생각을 하면서 최미연은 소환장을 펴봤다. 분명히 자신이 여러번 본 균의 필체였다.
소환장의 내용은 "조선 연합상단 베이징 지부장 최미연을 본국으로 소환한다. 즉시 북한산성으로 올 것." 이라는 것이었다.
북한산성이라는 말을 보자 최미연은 오싹해졌다. 지난 무진삼란때 송상의 송하진이 일시 갇힌 곳이며 의금부와 별도로 국가사범들을 조사하는 곳일 뿐 아니라 왕실 정보부와 비천 본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