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8화 (208/228)

환생군주(還生君主)- 2nd Story 

33화. 서학(西學)의 유입과 반동. 

그 며칠후, 경복궁의 강녕전. 

강녕전의 조회에서 모인 많은 조정 사람들은 균이 펴보인 세계 지도에 놀라고있었다. 

"...이것이 잉글랜드에서 구해온 세계 지도요. 경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 

이지함을 뺀 나머지 조정 사람들은 균의 말에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이때 이지함은 이미 사헌부의 수장인 대사헌으로 승격해있었다. 

"세계는 명과 왜밖에 있는 것이 아니오. 

이것을 보시오. 구라파(歐羅巴, 유럽)와 이미아(利未亞, 아프리카), 아묵리가(亞墨利加, 아메리카)가 존재하고 있소. 과인도 이것을 통해 매우 놀랐으며 세계는 참으로 넒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소. 그처럼 유학이 모두가 아니오. 따라서 명의 학문을 계속 받아들이는 외에 서양학문을 받아들일까하오." 

"!!" 

"아니되옵니다. 전하. 양이의 학문이 우수하다는 것은 알겠사오나 그들의 학문을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옵니다." 

어느 대신이 균에게 고하고 있었다. 물론 균도 이런 반론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우선 내각에게 보여준 것이었고, 따라서 권기를 비롯한 세 의정들은 조용히 있었다. 

"과인은 명의 학문을 계속 받아들이면서 서양의 학문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뜻을 모르는가?" 

"하지만 명은 우리에게 있어서 상국(上國)입니다." 

"..." 

균은 어이가 없었다. 비록 기호사람이 중소정당화되었고 상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아직도 저런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기가 막혔다. 

'조선의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이지함의 속마음이었고 균의 말은 계속되었다. 

"지금 명의 내각 수보는 과인과 친한 장거정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조선은 잉글랜드와 교역할 만큼의 힘이 있다. 그것을 보지못하고 있는가? 게다가 지금의 명이 상국 대접을 받을만한가. 

무진년의 일을 기억하는가. 그때 명은 반란을 지원하기까지 했었다. 그들이 승인한 과인을 내치려했단 말이다." 

"...하지만 서양의 학문과 종교를 받아들이면 후회하실 겁니다. 전통을 수호하셔야 합니다." 

"그 전통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아무리 유구한 전통이라도 바뀔때는 바뀌어야 한다." 

"전하-!!!" 그 대신의 절규는 계속되었지만... 듣는 사람이 없었다. 

"이제부터 조선은 명과 서양의 학문을 받아들일 것이다. 또한 사역원의 영학청을 서학청으로 확대개편할 것이오." 

균의 이 말이 떨어진 다음 날 아침, 경복궁 문 앞에서는 일단의 유생들이 모여 시위하고 있었다. 

"전하, 서양의 학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니되옵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전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전하-!!" 

이들의 소리는 취로전까지 들릴 정도로 시끄러웠고 지금 취로전에는 박규남이 와있었다. 

"예상은 했었지만 너무 시끄럽군. 저들에 대한 것은 어떻게 되었나, 부장?" 

"폐하께서 예측하신대로 사림입니다. 남명과 화담, 그리고 영남학파는 폐하의 뜻에 따를 것입니다." 

"이것이 어느 정도까지 갈 것같나?" 

"오래 못 갈 것입니다."/"그렇겠지." 

원래 역사에서 서양 학문, 이른바 양학(洋學)에 대한 알레르기는 18세기 후기부터 시작되며, 천주교 탄압과 정적제거의 구실로 쓰였다. 또한 당시 시기가 인조반정으로 주도권을 잡은 사림의 계파인 노론인 것에 주목해야한다. 조선의 4대 사화로 주도권을 훈구파에서 뺏은 사림파는 왜란과 호란을 통해 국가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광해군이 그들의 생각과 다르게 나가자 인조반정을 일으켜 그나마 남아있던 남인들을 거의 몰아내고 실권을 장악한다. 실권을 장악한 그들은 바로 권력싸움을 시작하는데 시파와 벽파, 노론과 소론이 바로 그들이다. 게다가 개화기때 노론의 비주류였던 김옥균을 비롯한 노론 좌파의 갑신정변이 실패로 끝나자 주류인 노론 우파가 실권을 쥐게되었는데 이들은 일본에 의해 식민지화되어가는 조선을 지키기는 커녕, 오히려 현실 타협을 해버린다. 

이후 우리가 알고있는, 친일파의 뿌리가 바로 이들이다. 

하지만 지금 균에 의해 바뀌어진 역사에서 사림은 조정의 약 절반 이하를 차지하는 그저 그런 집단이고 그나마 진행되는 산업화에 의해 힘을 잃어가는 것에 불과했다. 균이 보기에 이것은 남은 주도권을 놓치고 싶지않은 사림의 발악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박규남의 말로 증명되었던 것이었다. 균에 의해 바뀐 역사에서 진행되는 산업화는 남명, 화담, 영남학파에게는 영향을 거의 끼치지못했다. 이들은 진행되는 산업화를 보면서 절정에 오른 성리학대신 새롭고 실용적인 학문을 찾던 중에 서양 학문이 나타난 것을 보고 이것을 적극 수용했지만, 사림은 명에 대한 명분을 들면서 반대했다. 하지만 이것은 균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시대조류를 거스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휴정 스님에게서 무슨 소식이 없었나?" 

"아, 예.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요 몇년간 불교계의 움직임이 바뀐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 그들은 불교정화운동과 부흥운동을 하면서 앞으로의 일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잘 된 일이지. 서양 종교가 조만간 들어올 것은 확실하다. 그에 대한 것도 준비중이지?" 

"예, 사역원이 사쓰마 지부가 예전에 올린 천주교 교리를 연구하고있습니다." 

몇년전 사쓰마 지부의 김석현이 자신이 조사한 천주교 교리를 보내온 적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연구를 사역원 영학청에 넘겼고 결과물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자네는 최미연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나?" 

"그 이야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그정도로 끝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요. 

이 기회에 우리도 잉글랜드에 상단을 설치하면 어떻겠습니까?" 

"호오~" 박규남의 말에 감탄하는 균이었다. 

"현재 우리 조선은 잉글랜드와의 교역이 시작되어 그들의 물건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제품도 그곳으로 가고있고요. 이것을 체계화해 제어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최미연, 그녀의 상재로 볼때 언어와 풍습이 다른 구라파에 가서도 잘 할 것이 분명합니다." 

"...좋아. 부장. 비천 부장을 부르게. 지금 최미연은 근신중이니까 그 문제를 해결해야겠지." 

잠시후, 불려온 크리스는 박규남의 최미연에 대한 의견을 듣고는 찬성했다. 그리고 경복궁 앞의 유생들의 통촉은 그들의 의견에 동조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아주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또한 사역원의 영학청은 서학청으로 확대개편하는 안이 통과된다. 

그래서... 한달 후인 9월 10일. 

베이징, 조선 연합상단 베이징 지부. 

근신이 해제되고 복귀한 최미연은 놀란 표정이 이만저만한 정도가 아니었다. 영광인지 유배인지 감을 잡지못할 정도였다. 

"...최미연을 조선 연합상단 잉글랜드 지부의 총책임자로 임명한다. 

조선 상인의 의기를 잉글랜드에서 펼치도록. 잉글랜드 어에 대한 교육은 다음 지부장과 인수인계후 귀국하여 사역원에서 교육받을 예정이니 너무 걱정하지말도록. 또한 구라파 상계 예절등에 대한 것은 비천이 담당할 것임..."

1574년 9월 20일. 

명, 조선 연합상단 베이징 지부. 

"안지연입니다."/"베이징 지부장인 최미연입니다." 

"인수인계를 하기로 할까요." 

안지연의 말에 최미연은 그동안 자신이 준비한 인수인계 서류들을 넘겨주었고 그 부피에 안지연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많군요."/"당연하지요. 그런데 송상의 부행수였다면서요?" 

"그랬지요." 

이러면서 두 여성은 친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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