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군주(還生君主)- 2nd Story
34화. 잠시동안 평온한 날(3)
한편 북한산성, 비천 본부.
부장실에서는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을 가지게 된 크리스와 리처드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건 내 짐작인데 말이야."/"..."
"이 나라의 왕이 혹시 시간여행자는 아닐까?"/"설마요!?"
"내가 생각해도 좀 황당한 결론이긴 해. 하지만 우리 가문에 전승되는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 아델레이드의 시조가 누구인지는 알지?"
"예, 저도 어느 정도는 알고있습니다. 고대 로마 시대에 살았던 분이라면서요."
"응, 율리우스 아드레우스.
정확히 말하면 초대 황제때인 아우구스투스 시대분이라고 알고있지. 그분이 거부가 된 것이 브리타니아, 정확히 말하면 지금의 잉글랜드에 건너갔다고 되어있어. 그런데 그것을 조언한 분이..."
"...아가씨의 이름과 같은 분 아닙니까?"
"맞아. 나중에 시조님과 결혼한 크리스티나 아드레우스라고 하지. 하지만 그 분이 사망한 후에 아드레우스 자택 깊숙한 지하에 무언가를 봉인해놨다고 하는데, 앞으로 500여년 후에 개봉하라고 했다는 전승이 있지."
"하지만 그 본가의 저택은..."
"나도 알아. 북방만족들의 칩입으로 페허가 되다시피한 것을 우리 아델레이드가 웨섹스 왕국을 통해 다시 사들여 자리잡은 것이니까 말이야. 당시 사신 가문 당주님이 조사해본 바로는 아직도 봉인이 멀쩡했다고 했어."
"...그래서 시조님과 결혼한 분이 시간여행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전승에 따르면 그분이 조언한 것이 있고, 시조님이 따랐다고 하는데, 그 조언이 거의 다 맞았다고 해. 그래서 시간여행자가 아닐까 추측하는 것이고 그분은 지금의 우리가 알면 안되는 것이 있으니까 그런 조치를 해놓으셨겠지. 500여년 후에는 개봉해도 된다는 단서를 달아서.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 나라의 왕이 시간여행자일 가능성도 있어.
한가지 이야기해줄까. 김진기란 자를 잡을때, 내가 그와 독대한 적이 있지. 베이징으로 가야 되는 것을 보고하기 위해서 말이야."
"...그랬지요."
"그때 그가 명의 왕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고, 그대로 되었어. 그 덕에 우리는 일을 수월하게 끝냈지만."
"..."
"어쩌면 우리 잉글랜드의 운명도 알지도 모르지만 시치미떼고 있을거야. 내가 아델레이드 사람인 것을 알고있었을테고. 그건 이 나라 사람들도 제대로 모르는 것이거든."
"그러고보니 아가씨의 말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것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왜의 상황은 어때?"
"사쓰마 지부의 연락에 따르면... 오다 노부나가와 별도로 도쿠카와 이에야스는 나가시노 성공략이 끝난 것으로 알려왔습니다. 도쿄 지부는 설치중이고... 다른 지부도 설치에 들어갔습니다."
"...시마즈 가家는?"
"현재 큐슈에서 혼슈의 칩입에 대비해 방어시설을 쌓는 중이라고 합니다. 명은 조용하고요."
"상단 베이징 지부는?"
"인수인계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송상의 부행수였던 안지연이라는 자가 후임이 되었고요."
"송상이라... 개성이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상단이란 말이지."
"이 나라의 상업풍습대로라면 그렇지요. 조선에는 송상외에 한상, 나상등이 있지요.
그런데 최미연을 우리 잉글랜드로 보내도 되겠습니까? 본인은 유배처럼 받아들일텐데."
"내가 들은 그녀의 상재라면 문제가 없을걸. 게다가 언어와 풍습을 배우고 가니까 조금은 쉬울거야. 상관은 본국의 우리 가문이 마련해주기로 했지."
"하지만 이 나라의 왕이 우리 유럽 학문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을때 그 난리는 정말 의외였습니다."
"...그건 나도 놀랐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 일종의 반동이랄까..."
"자신들이 숭상하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 들어오니 호기심과 두려움이 인다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어. 적어도 이 나라에서 왕에게 의견을 알리기위해서는. 그래봤자 며칠 못갔지만."
"그들이 사림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유학의 한 계보인 주자학을 중시하는 학파라고 들었는데요.
다른 학파들은 자신들의 스승이 있어서 유학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런 일을 벌일 수 밖에.
너무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니까 말이지. 문자지상주의라고 해도 좋아. 그에 관해서는 개신교도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그런 자들이 이 나라의 정권을 쥐게 되면 암담해질 겁니다."
"이 나라의 왕도 그걸 아는 것이겠지. 그러니 반란이후에 입지가 축소된 사림보다 남명, 화담, 영남학파를 더 중용하는 것일테고."
"여왕 폐하께서는 어떠시답니까?"
"아마 에스파니아와 일전을 슬슬 준비하는 것이겠지. 정식 루트로 조선의 화포가 성능이 좋다면 구입할 용의가 있다는 말이 들어왔어. 하지만 문제는 내부의 문제야. 그 스튜어트 여자..."
"그건 백작님과 윌싱햄 경이 손을 쓰지않을까요?"
"...그러면 좋겠지만 너무 늦으면 곤란해. 스튜어트 여자는 이미 폐하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데 폐하는 5촌이라고 감싸고 있는 형편이니 말이야."
"폐하께서도 난감하실 겁니다. 5촌 동생이라는 여자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것을 알면서도 감싸는 자신이 말입니다."
"...하지만 그 분도 언젠가는 결정해야될 거야. 인정일지 국가일지를..."
베이징과 북한산성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균은 오위도총부 부총관인 형인 하원군과 하릉군, 그리고 진이와 예송이를 같이 불러 오랜만에 오붓한 가족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