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군주(還生君主)- 2nd Story
35화. 잉글랜드에서의 최미연.
1575년 2월 7일.
영국, 런던항.
약 6개월의 항해를 무사히 끝내고 입항하는 선단에서 최미연은 항구에서 보이는 런던의 풍경에 놀라고 있었다. 확실히 조선과 다른 풍경이었다.
"...저것은 뭐죠?"
최미연이 같이 온 통역사에게 물었다. 그녀는 사역원에서 기초적인 영어와 비천 본부에서 대체적인 유럽 예절을 배우고 왔지만 아직도 얼떨떨했다. 그런 그녀의 눈에 뾰족한 첨탑으로 장식된 큰 두 건물이 보였다.
"아, 웨스터민스터 사원이라고 합니다. 에드워드 1세 시대에 건축되어진 것이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다른 쪽은 죄인들을 가두는 런던 탑이라고 합니다."
"웨스터민스터 사원이라... 이 나라는 벽돌을 쓰나보지."
"예, 아직 조선은 양반을 제외하고는 초가인데 말입니다."
"...나를 이 나라로 보낸 전하의 생각을 알 것같군..."
선단이 방역을 끝내고 나자 어느새 3월이 다되어있었다.
1575년 3월 20일
런던 시내의 다층 건물.
여기에 조선 연합상단 잉글랜드 지부가 최미연을 기다리고 있었고, 바로 업무에 들어갔다.
그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녀와 같이 온 사람들중에 비천 요원들도 있었고, 이들의 임무는 잉글랜드 지부의 설치, 잉글랜드와 유럽의 동태 조사였다.
"지부장님, 손님이 오셨습니다."/"손님?"
"예. 지금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알겠어."
손님이 왔다는 말에 최미연은 응접실로 내려갔다. 거기에는 백작 정복을 입은 중후한 모습의 노인이 있었고 두 사람은 통역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잉글랜드에 온 것을 환영하오. 나는 아델레이드 백작이오."
"조선 연합상단의 최미연입니다."
"와보니 어떻소?"
"놀랄 따름입니다. 특히 벽돌로 된 집들이 많은 것에 놀랐습니다."
"조선은 다른가보지요?"
"예, 벽돌은 양반이란 계급이 많이 사용하고 평민들은 주로 초가집에서 삽니다."
"호오-. 도시에서는 벽돌을 많이 사용하지만 농촌은 조금 다릅니다."
"이야기를 듣고왔는데 이곳은 신라 시대처럼 여왕님이 다스린다고요?"
"엘리자베스 1세 폐하이십니다."/"엘리자베스... 폐하?"
최미연에게 있어서 "폐하"라는 단어는 황제에게만 사용하는 단어로 알고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여기에서는 자연스레 쓰고 있었다.
"좀 놀라고 있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알고있는 것과 너무도 틀려서 말이지요."
"우리 잉글랜드도 조선과의 교역을 신경쓰고 있습니다. 게다가 스페인과의 관계가 조금씩 험악해지고 있기에 더 그렇지요."
"그 이야기는 이곳에 오기 전에 대충 들었습니다. 종교문제라고 들었는데요."
"종교문제와 정치문제가 섞여 아주 혼란한 상태지요.
이 나라만해도 선왕이었던 헨리 8세와 블러디 메리의 개신교 탄압이 있었고, 이웃 프랑스만해도 성 바톨로뮤의 축일로 상징되는 내전을 불씨만 남긴 상태에서 신왕新王인 앙리 3세가 즉위한 상태입니다."
"...심각하군요."
유럽의 종교- 정치상태에 대해 미리 브리핑을 받고 온 최미연이었지만 유럽 대륙의 상태는 난감해보이기만 했다.
"교황청조차 이교도 제거라는 명목으로 대륙에서 벌어지는 살육에 대해 지원하는 형편이니까 말이지요."
"우리는 그런 문제가 없지않지요. 유학과 불교의 대립말입니다. 결국 불교가 산山으로 쫓겨 들어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요."
"으음... 아시아도 이곳 유럽못지않군요."
"아무래도 어느 사상에 대해 교조적이 되면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요.
지금 조선은 서양의 지식을 원하고 있습니다. 지원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그렇고말고요. 그리고 우리도 동양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일단 본국에 말해놓겠습니다."
아델레이드 백작과 최미연은 몇가지 이야기를 더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최미연이 아델레이드 백작이 크리스의 아버지인 것을 안 것은 조금 후였고, 그를 통해 엘리자베스 1세를 만난 것은 정말 의외였던 일이었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집행되고, 개인의 권리와 언론의 자유도 보장된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백성의 자유를 보장하는데 기반을 둔 군주정의 존재 이유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