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군주(還生君主)- 2nd Story
38화. 장거정의 죽음과 여파.
그로부터 며칠후, 조선의 경복궁.
경회루에서는 오랜만에 균이 주최한 연회가 열리고 있었다. 모인 사람은 균과 비妃인 중동 소국에서 망명온 공주였던 알 자힐리, 진이와 곽재우, 예송이, 시마즈 유메 그리고 이제 14세가 된 정아공주등과 아직 어린 임해군과 광해군이었다. 정아공주는 진이와 예송이도 귀여워해 가끔씩 변복을 하고 궁 밖으로 데리고 나가 서민의 삶을 간접체험시켜주는등 여러가지로 교육에 힘쓰고 있었다.
비슷한 시간, 북한산성.
비천 본부의 연구실.
"이것이 개량된 인피면구(人皮面具)인가?"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소가죽이나 아니면 특수한 천을 이용하여 사람의 얼굴 형태를 만든 후 뒤집어 쓰는 방법을 썼지만 이번 것은 약간 다릅니다. 사람의 피부에 가깝습니다."
"대단하군..."
라텍스 고무가 없는 시대에 이정도로 인피면구를 만든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소비되는 일이었다. 그것을 당시 서양 학문- 초기 화학의 도움을 받아 얼굴에 부담이 없고 기존의 것보다 더 뛰어난 인피면구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확실히 서양학문이 대단합니다. 그 덕에 이런 것까지 다시 손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개량된 인피면구를 만든 연구원과 크리스가 이에 대해 이야기를 더 나누는 동안, 갑자기 어느 요원이 헐레벌떡 뛰어들었다.
"부장님. 헉헉- 이야기하시는데 죄송합니다만... 지급입니다. 베이징 지부에서."
"!! 내용이 뭐지?"
"장거정이 노환으로 사망했고, 장서유가 내각수보로 올라갔습니다.
그들의 성향으로 봐서 장거정이 이룩한 개혁을 전무로 돌릴 것이 확실합니다."
"...슬슬 준비할 때군. 명 각 지부와 국내 지부에게 긴급 명령이다. 이제부터 경계령을 발동하며 위기가 지나갈때까지 유지된다. 연합 상단과 의금부, 전하에게도 알리도록."
"알겠습니다." 연락 요원이 가자 바로 연구원이 물었다.
"...이제 시작인가요?"
"성인이 된 만력제는 자기 마음대로 해보고싶겠지만... 그렇게 안되지."
"...뭐라고, 그게 사실인가!?"
경회루 밖에서 비천 요원의 조용한 진언을 들은 의정부 부정 박규남의 반응이었다.
"...으음. 조만간 명의 도발이 있을 것은 확실해지겠군. 비천의 그런 조치는 상당히 적절해보이네.
우리 의금부도 곧 조치를 취하고 전하에게도 알려드리겠네."
경회루 안은 교역을 통해 들여온 서양 악기를 통한 음악- 바로크 음악과 기존 조선 궁중 음악이 번갈아가면서 연주되어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내고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싫어한 일부 소수의 대신들도 있었지만 내색은 하지않았다.
"..."
이런 균에게 박규남은 슬그머니 다가가 귓속말을 전했고 그 말을 들은 균은 일시적으로 표정이 변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않았다.
'...결국 그렇게 되었나. 이제 만력제는 장거정의 품을 떠나 자기 마음대로 해보고싶겠지만 그는 결코 루이 13세가 아니야.'
연회가 파하고 균은 즉시 취로전에서 박규남을 불러 자세한 사항을 들었다.
"...따라서 비천은 긴급 경계에 들어갔으며 의금부도 그런 지시를 내렸사옵니다."
"좋소. 만력제는 이제 19세밖에 안됬소. 자기 마음대로 해보고싶겠지."
"비천의 예측도 그러하옵니다."
박규남은 이제 30세가 된 자신의 주군에게 대답했다.
"후후후... 한번 그가 마음대로 설쳐보게 둡시다."
그 말의 뜻을 박규남이 모를리가 없었다. 경연에서 사림들이 좋아하는 "심경"보다 주로 "춘추"의 정나라편을 주로 듣는 균이니만치 무언가가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바로 욕금고종(慾金拷慫)을 쓸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도승지를 불러주도록 하시오."/"예, 전하."
박규남 다음에 들어온 사람은 정인기였다.
"도승지. 장거정이 마침내 사망했고 만력제는 조만간 친정으로 나설 것이 확실해졌소.
연회에서 밝히지않은 것은 좋은 분위기를 깰 것이라 그랬던 것이오."
"장거정이 사망했다면 그의 정책이 제대로 계승되겠습니까?"
도승지를 몇년이나해서 정인기도 이제 균의 방식을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균도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후후후... 일단 전 군에 경계령을 내리도록 하지요. 특히 수군청장에게 이르시오.
명을 주시하고 있으라고. 아마 명이 도발해온다면 압록강일 것이오."
지금의 수군청장은 선전관으로 있다가 초대 수군청장으로 임명된 이순신이었다. 그리고 현재 균을 호종하는 사람은 부마가 된 곽재우와 원래 역사보다 6년 빠르게 1576년에 내금위 위사로 들어온 권율(현재 46세)이었다. 권율도 처음에는 즉위한 균의 능력을 의심했지만, 변화하는 조선을 보고 서둘러 내금위에 지원해 합격하여 균을 호종하는 위치에 있었고 균도 권율의 이름을 듣자마자 반가이 그를 맞이했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융경제가 사용한 방식을 되풀이할 것이란 말씀이겠지요."
"그럴 것이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매우 다르지. 그때는 우리가 아직 힘이 없어 외교적 수단을 써야했지만 지금은 다르오. 사건이 벌어지면 일단 대화를 해봐야겠지만 말이오."
"전하는 만력제가 사건이 벌어지면 선제인 융경제와 비슷하게 나가리라 보십니까?"
"그에게는 이부가 있으니 말이오."
"하지만 그들은 고공이나 장거정이 아닙니다."
"맞는 말이오. ...한번 만력제가 설쳐보게 두도록 합시다. 일단 명 조정에 조의는 보낼 것이니 말이오. 후후후..."
균의 이 웃음은 분명히 만력제의 도발에 대응한, 화끈한 준비가 있다는 뜻이었다.
*너 자신을 알라.
*대부분의 사람은 악하다.
*모든 것은 연습이다.
*시간을 활용하라.
*넘치는 것은 좋지않다.
*여유를 가지고 서둘러라.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델포이 신전 현관 벽의 금언.
Non times bella nec provocas.(전쟁을 두려워해선 안되지만 도발해서는 안된다.)
-로마의 금언.
1582년 5월 13일.
명의 베이징.
자금성, 삼대전.
지금 만력제는 균이 보내온 조의를 읽고 난 후였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이부상서."
"일단 지금은 넘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전 상관이셨던 고공께서 지난 무진년에 조선에서 내전이 있었을때 도망온 자를 보호하고 계셨었습니다."
"오호, 그랬소. 만나보고싶구려."
"하지만 고공님이 장거정에 의해 숙청되었을때, 그도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디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그건 유감이구려. 조선 왕의 방식을 알고싶었는데..."
지금 이부상서는 몇년전 사신으로 조선에 왔다가 도승지인 정인기에게 혼이 나 그후부터 조선에 원한을 가지게 된 유양호였다. 그는 고공 일파가 장거정에 의해 숙청되었을때, 장거정파로 위장해있었기에 살수있었고 지금은 이부상서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개인적인 원한을 풀려고 만력제를 꼬드기는 중이었다. 만력제도 지금은 영명한 왕이긴 했으나, 아직 젊어 무슨 공적이라도 세우고 싶어해서 그와 손발이 맞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선제이신 융경제께서도 당시 조선의 반란을 진압하고자했지만, 조선 왕은 그것을 거절하고 되려 국경분쟁을 일으켰지요. 이 기회에 조선 왕의 버릇을 고쳐놔야합니다."
"...나는 선제가 아니오. 아니, 선제보다 위대한 황제가 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