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군주(還生君主)- 2nd Story
42화. 전쟁 전야.
그리고 1583년 1월 어느 날.
압록강을 건너는 어느 부대가 있었는데 그들은 정찰을 위한 명의 선견 부대였다.
"...이제 곧 조선입니다."
"걱정되는군. 우리 명이 훈련하고 있는 것과 그 이야기를 들었을텐데 그들은 반응이 없었어."
"겁먹었을 겁니다. 우리 명의 위력에."
"전 내각수보 장거정님은 조선과의 우의를 강조했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은 알아. 그래도 굳이 이런 짓을 해야할지 의문이네."
"...저도 그렇긴 합니다만 조선은 우리 명의 속국입니다. 속국은 상국의 명을 따라야되는 겁니다."
"...명의 부대입니다. 선견부대로 보이는군요."
"이제 이것으로 우리 조선과 명은 전쟁이로군. 이 일이 알려지면 명이 가만있지않을테니."
"하지만 시작은 저들이 먼저한 것입니다. 무진년때도 그랬고요."
"일단 저들을 유인해 끌어들인다. 전멸대신 몇몇은 살려돌아보내야될테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이들 명의 선견부대를 주시하고 있었던, 근처 숲에서 보고있었던 조선 수비대의 대화였다.
한편, 한양에서는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이미 조정의 말이 없어도 압록강변에서의 명 부대의 훈련, 그리고 일부 부대에 일어난 참사는 신문을 통해 어느 정도 알려졌고, 전 군에 경계령이 내려졌기에 더했다.
"...이러다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야?"
"하지만 그건 명이 도발한 것이래잖아."
"명나라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전하께서는 명과의 전쟁을 결정하신걸까? 무진년은 내란이었지만 이번에는 명과의 전쟁이라고."
"자네는 우리가 이길수 없을 것이라 본겐가? 무진년때 이야기 들었지않은가?"
"그건 그렇지."
"나는 이것을 보고 명이 정말 상국일지 의심이 든다네."/"맞는 말일세."
경복궁, 내각회의실.
"...잘하는 짓이군..."
방금 들어온 비천의 보고서를 받아든 균의 소감이었다.
"...결국 장거정에 대한 탄핵이 시작되었군..." 박규남의 말.
"이러면 정직하게 일을 한 관리만 지탄받게됩니다. 만력제가 너무 서둘렀군요."
"저도 만력제가 젊은 줄은 알고있었지만 이런 일을 저지를 줄 몰랐습니다." 영의정의 말이었다.
"만력제는 전하가 아니니까 그렇습니다. 우리의 경우, 영토가 작아서 빨리 끝낼수 있었지만 명은 영토가 넒으니까요."
"그건 그렇소만 시중의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그건 할 수 없는 일이오. 빠르건 느리건 간에 명은 압록강을 넘어올터.
그때를 봐서 명에게 선전포고를 할 참이오. 이번 일은 명이 자초한 일이니 말이오."
"..."
"만력제는 재위했을때 10살이었고 장거정의 도움을 받아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었소.
지금 그는 장거정의 그림자를 벗어나고 싶어 안달하는게요."
"어느 경우는 얌전히 있어야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지요.
혈기왕성한 것은 젊은이의 장점이지만 젊은이는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닌데 말입니다."
크리스의 말이었다.
"그것도 맞소. 장거정이 죽은 후, 만력제는 자신이 한번 백성에게 인정받고싶었을게요.
그래서 그런 조칙을 내렸지만 그 뒷일을 생각못해본 것이 틀림없소."
"대진(大秦)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대진 말기의 일이지요."
대진(大秦)이란 중국에서 로마를 일컫는 단어이다. 서기 166년까지 일단의 로마인들이 한(漢)나라에 도착해 한과 로마의 교류를 원하던 기록이 남아있다. 특히 166년 중국쪽 기록에 의하면 대진의 군주인 안돈(安敦,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이 교역을 위해 상아, 물소뿔, 자라 등딱지를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크리스가 하는 말은 로마의 모든 자유민에게 시민권을 내린 카라칼라 칙령을 말하고 있었다. 인도적인 관점에서 할 말은 없지만 실제 미친 결과는 엄청났다. 그때까지 계급간 유동성을 가지던 로마시민권이 기득권화하여 그때까지 로마시민권이 가지고 있었던 유동성이 없어져버리고, 노예와 시민으로, 또한 시민도 부유한 시민과 가난한 서민으로 완전 분할, 고정되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카라칼라는 세금을 더 많이 거두려는 것이었지만 이런 사태를 짐작조차 못했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 카라칼라 칙령은 아버지 세베루스의 군제개혁과 같이 로마가 비로마적으로 흐르게 되고 결국 멸망의 단초가 된다.
"오호...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좌의정의 말.
"어떤 정책이든지 적어도 한번은 심각하게 고민해보고 결정해야한다는 교훈이겠지요." 김호진의 말이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전형적인 교훈이구료."
"무슨 일이든지 현장을 직접 봐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논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탁상공론(卓上空論)이 되면 잘못하면 나라가 망하고, 국가의 주요 성장동력도 사라져버리는 것이니까요."
"그건 맞는 말이외다. 그래서 우리는 전하의 노력으로 명과 다르게 서양의 학문도 받아들이는 중이지요."
"명은 지금 이 압록강변의 상황을 트집잡아 어떻게든 전쟁으로 가려고하는 것입니다.
만력제는 자신의 이 조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고 있지요. 그리고 이번 전쟁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군의 상태는 어떻소?" 우의정이 김호진에게 물어왔다.
"군은 현재 육군, 수군할 것없이 경계태세입니다. 하지만 저들이 압록강을 건너올때까지는 안됩니다."
"맞는 말이오. 조선은 타국을 침략한 적이 없고, 침략한 적도 없소. 하지만 도전해오는 자에게는 인정을 봐주지않소. 그것은 조선이전의 선대 국가들도 그랬소."
이들이 이런 말을 하는 사이에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리처드가 들어와 크리스에게 보고서를 주고 서둘러 나갔다. 그것을 본 크리스는 이제 갈때까지 갔다는 표정을 짓고, 그 표정을 본 내각 사람들은 물어봤다.
"...무슨 일이오?"
"말씀드리지요. 압록강변에서 들어온 정보입니다.
명의 선견부대로 보이는 부대가 압록강을 건넌후, 우리 국경수비대와 접전을 벌였지만 거의 전멸하고 퇴각했다고 합니다.
이제 명은 명분이 다 갖춰졌다고 볼 겁니다."
"...으음..." 그 말에 박규남은 신음했다.
"비천이 파악하고 있는 명의 전력은 얼마로 보고있소?"
"자세한 것은 알수없지만 약 100만으로 봅니다. 하지만 실제 전력으로는 20만이하로 보고있지요. 하지만 조선은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능력이 상당히 올랐으니 양으로는 저쪽이 우위일지 몰라도 질에서는 틀립니다."
"그건 그렇소."
"이제 명과의 전쟁은 피할수 없소. 따라서 경계상태에서 준전시상태로 경계상태를 올리겠소.
그리고 조만간 명의 대군이 압록강을 건널터. 그때를 전후해 선전포고를 하겠소."
균의 이 말로 내각회의는 끝났다.
마침내 조선과 명사이에 번개를 띈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1583년, 임오년.
선조 재위 18년, 균의 나이가 31살, 만력제가 20살이 되는 해였다.
4월 10일.
명의 베이징.
자금성의 삼대전에서 조회가 열리고 있었다..
"...따라서 짐은 무례한 조선을 칠 것이오."
"아니됩니다. 지금 군의 상태를 알고하시는 말입니까!?"
신시행이 막아섰지만 만력제는 말을 이었다.
"내각수보의 뜻은 알겠지만 조선은 국경에서 우리 명 군을 죽이고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소. 따라서 이런 무례한 속국을 치는 것이 당연하오."
"하지만 전 내각수보께서는 조선과의 우의를 강조하셨습니다."
"그건 그 분때의 일이오. 하지만 나는 다르오. 선제와 다르오. 선제는 무진년 조선과 대결에서 물러나셨지만 나는 이번에 조선에게 본때를 보일 참이오."
"맞습니다. 폐하.
무례한 조선에게 본때를 보여야할 겁니다."
만력제에 동의하는 이부상서 유양호였다.
"이부상서-!!"
신시행의 절규가 삼대전에 울려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