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군주(還生君主)- 2nd Story
47화. 임오(壬午)의 난(4)
비슷한 시간, 조선의 한성.
경복궁의 강녕전에서는 개전이후 대신들과 균의 웃음소리가 나고 있었고 문 밖의 궁녀들도 들려나오는 소리에 서로 희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장계에 따르면 벽동에서 곽재우 장군과 정여립 장군등은 압록강을 도강한 명의 대군 약 5만을 거의 전멸시켰고, 해상에서는 수군청장 이순신이 칭다오와 항저우등에서 대기중이던 명의 수군을 바닷 속으로 가라앉혔소. 대승이오."
"...모두가 전하의 덕입니다."
"감축드리옵니다. 전하."
"그렇사옵니다. 전하.
전하의 놀라운 혜안(慧眼)이 교만한 명의 국경분쟁에서 시작한 이 전쟁을 이기게 하고 있사옵니다."
반은 아부고 반은 칭찬, 감탄인 대신들의 이런 말에 균도 입이 귀에 걸렸지만, 현실적인 화제로 바로 바꿨다.
"하지만 지리적인 입장으로 우리는 명뿐 아니라 왜도 주시하지않으면 안되는 입장이오.
지금 왜는 풍신수길이란 자가 열도를 통일하고 뒷처리에 몰두하는 상황이오. 비록 우리 조선이 사쓰마와 동맹을 맺고있더라도 항상 주시해야하오."
"그렇사옵니다.
명도 그렇지만 왜인들은 더 믿을 수 없기에 항상 주시해야합니다. 따라서 경상 우도 통제사와 전라 좌, 우도 통제사로 하여금 남해와 동해를 항상 순찰해야함이 옳습니다."
누군가했더니 바로 이항복(李恒福)이었고 이항복의 말을 들은 균은 지금 전라도 관찰사로 있는 유성룡을 떠올리고 있었다. 1583년인 이때 이항복은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하고있었고, 본래 역사대로라면 1590년까지 저작, 박사, 전적. 정언, 수찬, 이조정랑등 굵직굵직한 직책을 맡을 것이었다. 이것을 아는 균도 이항복의 친구인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과 같이 키우고 있었고, 이덕형은 1580년에 과거급제하여 1583년인 지금은 정치 신인으로 승문원에 근무하고있었다.
"그대의 말이 맞소. 그에 대해서는 지시를 내릴 것이오. 하지만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
명도 이렇게 초전에 당했으니 가만있지않을 것이오. 그렇지만 나는 우선 요동을 다시 찾고싶소.
이것은 대신들도 알다시피 태조대왕님께서 생각히신 것이오. 우리는 작은 나라가 아니오.
우리 조선이전의, 만주를 지배하던 고구려를, 발해를 기억해보시오."
균의 말에 대신들은 숙연해졌다.
이런 균의 계획은 이미 전쟁이 벌어지면서 생각해놓은 것으로 광녕성을 비롯한 요동지방은 지금 비록 중립을 지키고 있지만 이 전쟁을 통해 중국에서 회수할 것이고 그에 더해 이제 준비한대로 움직이면 되는 것이었다.
다물(多勿)... 고구려와 발해이래의 고토(古土)의 회복... 조선 전기의 사람들이 항상 생각해오던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명에 대한 사대가 정착되면서 그것을 잊어버리고 소중화(小中華) 사상에 젖어있던 그들에게 크리스가 다리를 놓고 균이 주도한 유럽과의 교역은 그들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해주었고, 유럽의 사상이 들어옴에 따라 일부 양반들을 제외한 대신들은 지금까지의 자신들이 중국만을 바라본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런 그들에게 균의 지시가 내려지고 강녕전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한편... 명에서 조선으로 이동하는 보급부대는 밤이 되자 일단 멈추고 쉬는 중이었다.
이들은 벽동 전투의 결과를 들은 후, 급거 귀환을 서두르고 있었지만 내심 만력제의 호통이 두려웠다.
그것은 이들의 작전회의에서 바로 나타났다.
"...그래서 후속부대와 같이 이동하는 것이 좋을 것같소.
이대로 가다간 조선군에게 노출되는 것은 시간문제요."
"저도 일단 귀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조선군이 추격해오지않아도 조만간 올 것이외다."
"으음... 고민이군."
이들이 이렇게 의논을 하고 있는 사이에 검은 그림자 몇몇이 이들 명의 보급부대가 지키는 보급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저것입니다. 대장님."
"그래도 경비는 세워놨군.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이것을 불태우면 일단 명의 후속부대가 와도 힘들 겁니다. 이들도 돌아갈지말지를 아직 주저하고있으니까요."
"좋아. 시작하기로 하지."/"예."
이들은 비천 특무대로 김태성이 지휘하는 이번 작전은 명 보급부대의 보급품을 불태우는, 목숨을 거는 작전이었다. 이런 위험한 작전에 김태성도 참가했는데, 그는 비록 비천의 중심요원이긴 하지만 비천의 정보력에 놀라면서도 이전에 맛볼수 없었던 기묘한 짜릿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암... 졸려..."
보급품을 경비하는 어느 병사의 하품이었다. 그는 이런 불침번이 싫었다. 게다가 전쟁은 더더욱 싫었다. 자기 나라가 도발한 국경 분쟁으로 인해 쓸데없는 전쟁이 일어났고, 전쟁이 시작하자마자 벽동으로 진입한 5만 대군이 순식간에 박살났을뿐 아니라 칭다오와 항저우등에서 준비하던 상륙군이 바닷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바보같은 황제... 도대체 뭘 생각하고 이런 전쟁을 벌인...!!"
휘이이익- 푹-!!
날카롭고 이질적인 소리에 그가 귀를 기울였지만 이제 그의 혼자말은 더이상 계속될 수 없었고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면서 몸의 힘이 풀려가고 있었다.
"...어어..."
쓰러지면서 그는 같이 경비를 보는 주변 동료들을 봤다. 이미 주변 동료들은 어느 사이엔가 모두 쓰러져있었고 이제 그의 의식은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대체... 이게...'
그가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고 숨을 거둠과 함께 보급물자들에 갑자기 불이 붙기 시작했다.
펑- 퍼퍼펑-!!
마침내 보급부대 곳곳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고 그에 허둥지둥 뛰쳐나오는 보급부대 지휘관들이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