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3화 (223/228)

환생군주(還生君主)- 2nd Story 

48화. 임오(壬午)의 난(5) 

강녕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창녕궁 대조전... 

알 자힐리는 동생인 자하르를 만나고 있었고 아랍어로 대화중이었다. 

자신들의 멸망한 조국에서 간신히 도망쳐나와 바다를 표류하다 닿은 곳이 조선이었고, 그녀는 균을 보고 반하고 말았고 결국은 결혼에 성공하고 2남을 낳았다. 그리고 균은 자힐리를 제외한 그들의 가신들을 한성 외각으로 이주시켜 이슬람인 거주구를 만든 대신, 그들의 생활습관등은 존중해주었다. 이들은 그런 것을 순순히 받아들였으며, 워낙 소수인데다 상업에 몰두할 뿐 아예 정치에는 관여하지않아 대신들을 안심시켜주었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운이 좋았습니다. 누님." 

"그렇지. 비록 조국은 멸망했지만 이 나라가 우리를 받아줬으니 말이야. 그리고 가신들에게도 말해주었지?" 

"예, 누님을 믿고 함부로 설치지말라고 이야기해두었습니다. 그리고 누님도 정치에는 관여하지않으시지않으십니까." 

"내가 걱정하는 것은 너야. 그 분은 친족도 국법을 어기면 인정사정안봐주실 분이니까 말이야." 

"..." 

자하르도 거기에는 동감하고 있었다. 그가 균을 처음 만났을때, 균의 기세에 단단히 눌리어 통역의 물음에도 대답을 잘하지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나라의 대외정보담당은 기독교인이야. 알고있어?" 

"아니오. 몰랐습니다. 어떻게 기독교인이 이 나라까지 흘러왔지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중에 전하에게 들으니 그 기독교인들은 탐험가로서 폭풍을 만나 표류해 이 나라까지 흘러왔다더군." 

"하지만 기독교인이라면 전하와 누님의 결혼을 반대하지않았겠습니까?" 

"전하도 그런 말을 했어. 하지만..." 

"...크리스님이 전하와 아랍 왕녀의 결혼을 반대하지않은 것이 의외였습니다." 

북한산성의 비천 본부 부장실에서 리처드가 크리스에게 묻는 말이었고 부장실의 벽 하나는 명- 조선의 전쟁 상황이, 다른 쪽은 큐슈를 제외한 일본 통일전쟁의 상황이 표시되어있었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기를 쓰고 반대했겠지. 십자군 원정과 비잔틴 제국 멸망후 유럽과 중동간 관계가 심각해진 것은 알고있지?" 

"그럼요. 제 선조도 십자군에 참가해서 그나마 간신히 귀국하신 분들도 있는데요." 

"우리 아델레이드도 십자군 원정에 출정하신 분이 있고 다행이 기록이 있어 알고있지. 나도 처음에는 반대하려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본후에 마음을 바꿨어." 

"이 나라 말로 동병상련(同病相憐)인가요?" 

"...맞아. 나중에 알고보니 자신의 조국이 멸망하기 직전에 간신히 탈출해 표류하다 이 나라에 도착한 거라고 하더군." 

"우리와 비슷하지않습니까?" 

"응. 그리고 그녀는 처음부터 전하에 반한 눈치였던 것같아. 

10여년동안 지켜본 우리도 처음봤을때 겨우 청년티를 내었는데 지금은 훌륭한 젊은이로 성장해서 이 나라를 이끌고 있으니 말이지." 

"그러고보면 이 나라는 운이 좋은 것같습니다. 추밀원과 잉글랜드 지부의 연락으로는 이제 여왕 폐하께서 스페인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것같아요. 그전에 그 스코틀랜드 여자를 어떻게 처리해야겠지만..." 

"그건 윌싱햄 경에게 맡겨야겠지. 우리 쪽 일은?" 

"예, 우리 특무대와 친위대 특전대의 활약으로 명 보급부대는 간신히 그들의 나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알기로는 보급부대 사령관은 사형 확정이 확실합니다." 

"...패자부활전이라는 것이 없는 건가. 그 나라는..." 

"어쨌든 이걸로 명은 큰 타격입니다만... 인구수가 워낙 많으니 어떻게 처리하겠지만 이로 인해 베이징의 분위기가 슬슬 심각해진다는 겁니다." 

"그럼 조선이 이제 반격에 나서야할 때겠지... 왜쪽은?" 

"혼슈쪽은 아직도 내전 분위기입니다만 큐슈쪽은 이 전쟁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토요토미라는 자는 의심이 너무 많군요." 

교토와 사쓰마 지부의 보고를 이미 읽어본 크리스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자신이 봐도 이 토요토미 히데요시란 자는 정말 오다 노부나가의 후계자인지 의심이 갈 정도고 2인자로 취급받는 도쿠카와 이에야스가 더 나아보였다. 

"...그런데 만약 조선이 승리한다면 뭐를 명에게 요구해야할까요?" 

"아, 그건 우선 전하의 생각을 듣고 결정해야지. 포모사와 홍콩은 조선이 우리 유럽 문명을 받아들일려면 필요해. 그리고 우리 잉글랜드에 있어서 친 잉글랜드 국가가 아시아에 필요한 것은 당연하고." 

크리스의 이 말은 몇년전 엘리자베스 1세가 아버지 아델레이드 백작과 윌싱햄 경과 이야기 나눈 내용과 거의 똑같았다. 

"그럼 그쪽은 필수겠군요." 

"...그렇지. 조만간 의금부나 외교부, 왕실 정보부가 물어올테니 준비해둬. 이제부터 조선의 반격이고 명은 이 전쟁을 도발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할 거야." 

외교부는 균이 김석현을 불러오면서 새로이 창설한 부서로 그때까지 3사와 의정부가 담당하던 명과 왜, 그리고 교역을 시작하고 있는 유럽의 외교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만든 부서이고 그 부장으로 김석현을 임명시켰고 김석현은 왜에서의 경험을 살려 외교부의 사람들을 이끌고 있었다. 

같은 시간, 한성의 의금부 부장실에서는 박규남이 이번 일로 대화중이었다. 

"...그래서, 가택연금된 중국인들의 동태는?" 

"처음에는 반항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본보기를 보여주었더니 따르고 있습니다만... 

국내 상인들중 일부는 걱정이 많은 것같습니다. 개전 전에 비천이 서둘러 연합상단에 가입되있는 명 주재 상인들과 주민들을 대피시켰지만 소수가 남았기 때문이지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네... 국내에 있는 명과 왜의 세작들을 찾는 문제는?" 

"비천과 협력해 찾고있는 중입니다만, 전쟁이 시작된 후에 비천도 바빠져서 약간 힘듭니다." 

"비록 협력관계에 있어도 언제까지 비천에 의지할 수 없는 거야. 

우리도 비천 못지않게 세작들을 잡아낼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하에게 보여주게." 

박규남은 비천을 맡고 있는 크리스의 능력을 존경하면서도 그 수준은 안되더라도 가까이 갈수 있다면...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국익에 있어서 서로 협력하면서도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좋은 의미의 라이벌 관계였기 때문이었다. 단, 박규남이 걱정하는 것은 크리스가 색목인이고 언젠가 돌아가야할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면 정말 필요한 사람인데...' 이런 박규남의 생각과 관계없이 요원의 말이 이어졌다. 

"예. 그리고 이제 반격의 때일 것같습니다만..." 

"초전에 승리는 했지만 명은 대국일세. 우리가 북한산 소총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더라도 인구수로는 명을 당해낼 수 없지." 

"하지만 비천에 있는 제 친구 말로는 베이징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고 합니다." 

"...움직임이 심상치않아?" 

"곧 반란이라도 일어날 분위기입니다. 요동군은 중립을 취하고 있고... 괜한 전쟁이 일어난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겠죠." 

"...알겠네. 자네 말대로 반격할 것이 확실하군. 국외는 비천이 맡는 것이지만 내부의 적이 나타나지않도록하는 것이 우리 일이네. 대신들, 비妃와 그 가신家臣들, 그외의 사람들을 눈치채지못하게 보고 있어야 해." 

"알고있습니다." 

이제 조선군은 균의 명을 받아 곽재우와 정여립, 그리고 다른 장군들의 지시하에 대군을 이끌고 압록강을 넘어 명으로 진군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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