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5화 (225/228)

환생군주(還生君主)- 2nd Story 

50화. 임오(壬午)의 난(7) 

1583년 7월 20일. 

명의 수도, 베이징. 

자금성의 삼대전에서 만력제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 망할 대만놈들... 감히 짐을 배반하고 반란을 일으켜... 게다가 우리 명 사람들을 죽였겠다.." 

"..." 

대신들은 할 말이 없었다. 그들도 예상못한 일이었고 게다가 이 전쟁으로 인해 베이징을 비롯한 명의 곳곳에서는 반란 조짐이 가득했으며, 조선군은 며칠 거리로 베이징에 다다르고 있는 형편이었다. 

"대만의 반란분자들을 당장 잡아 대령하시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함대가 없습니다. 조선에 상륙하려 준비했던 선단들은 이미 침몰했고... 조선 수군은 이미 주요 항구를 봉쇄했습니다. 폐하." 

"또한 중원 전역에서 폐하에게 반란을 들고있다고 합니다. 

조선군이 이곳에 들이닥치기 전에 먼처 화평을 하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대신들의 말에 어느 정도 분이 풀린 만력제는 이부상서 유양호를 쳐다봤다. 그 서슬에 유양호는 땀흘리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대의 말을 믿고 나는 이 전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뭔가. 위대한 우리 명의 군대는 조선이라는 제후국에게 철저히 망신당했다. 그 책임을 져야겠지..." 

"...;;;;;;;;" 

"유양호의 관직을 당장 박탈하고, 자금성 감옥에 가두어라. 후속조치를 내리겠다. 

그리고 감옥에 갇혀있는 요동군 사령관 이성량을 불러오라." 

한성의 북한산성. 

오랜만에 리처드는 비천의 일에서 빠져나와 임꺽정과 같이 술을 마시면서 대화중이었다. 

이들은 몇년전의 씨름후, 서로의 진가를 알게되어 의기투합하게 된 것이었고 일이 없으면 이렇게 만나 대화하는 것이 일과였다. 

"...슬슬 전후처리가 시작될 거야. 

개량된 북한산 소총과 무자총통, 게다가 전하에게 훈련받은 사람들이니 엉망진창인 명의 군대가 당해낼리 없지. 초전부터 그렇게 당했으니까..." 

"맞는 말일세. 그러고보면 서양 학문도 대단해." 

"그것을 받아들일 결정을 한 전하가 더 대단하지. 보통 통치자라면 그런 결정을 내리기 무척 힘들어." 

"...으음, 자네 나라의 통치자가 여왕이랬지." 

"그렇지. 엘리자베스 1세 폐하. 그분도 이 나라의 주상처럼 영리하고 보통이 아닌 분으로 알고있어." 

"마치 옛 신라시대의 선덕여왕같구만... 

비천의 정보력은 정말 대단하이. 어떻게 그렇게 명 군대의 움직임을 속속들이 알고있었지? 

부장의 힘인가?" 

"크리스 아가씨? 상당부분은 그렇지. 그분은 확실히 정보쪽이 체질인 것같아. 가문에 흐르는 피의 영향도 있겠지만... 

경복궁에서 이제 시작했을텐데... 대신들 얼굴이 지금쯤 백지장이 되었겠지..." 

"뭐가?" 임꺽정이 의아한 얼굴로 리처드에게 묻고있었다. 

같은 시간. 경복궁, 강녕전. 

균의 명을 듣는 대신들은 지금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균에게서 지금까지 어느 왕이 하지못했던 전무후무한 말이 나왔던 것이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화폐명칭을 냥, 전에서 원, 전으로 바꾸며... 단위는 1원은 100전.... 교체 시기는 1583년 8월 1일부터 약 6개월까지이다." 

대신들은 균의 명을 듣고 멍한 상태였다. 화폐개혁이었다. 

대동법이후 대로가 정비되고 서양과의 교역이 시작되면서 내수가 확대되었을뿐 아니라 유통구조도 많이 정리되어 화폐가 시중에 엄청나게 나돌고있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아마 태종, 세종 시대의 낡은 화폐였다. 그외에 숨겨둔 장롱 예금도 있을 것이었는데, 이것을 일거에 타파하는 정책으로 금본위제를 기본으로 한 화폐개혁을 내세운 것이었다. 

균은 이 화폐개혁으로 마지막으로 남은 양반세력들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무진 삼란때문에 뒤로 미루어둔 대신 백과사전의 사례들과 자신의 전생 기억을 회상하면서 다듬고 다듬었다. 그리고 이제 이번 임오의 난을 틈타 화폐개혁을 하는 것이었다. 

1583년 8월 3일. 

북경으로 진격하는 중인 조선군 육군 진영에서는 갑작스런 일에 놀라고 있었다. 

현재 이들은 앞길을 막고 머릿 수만 믿고 그저 돌격만 해오는 명의 오합지졸 군대를 북한산 조총 부대, 포병, 기병의 유기적인 운용과 균의 지령으로 군기시에서 개발된 지뢰인 파진포, 지뢰포, 목통. 쇄마탄으로 격파하고 조금 있으면 만리장성 근처에 다다를 예정이었고 이와 병행해 수군은 해안을 따라 명의 항구를 봉쇄하고 있었다. 

파진포(破陳砲)는 원래 광해군 4년 장인 조천종이 제작한 것으로 주철 100여근을 사용해 만든 대형 지뢰로 적이 이것을 밞으면 안에 들어있는 부싯돌과 아륜철이 마찰되어 철포가 폭팔하는 것으로 크기는 가마솥 크기로 말 한마리가 운반할 수 있는 크기였다. 

지뢰포(地雷砲)는 도화선식 지뢰로 인조 3년 기록에 나타나며 개발자는 심종식인데 이것은 진천뢰 여러 개를 땅 속에 묻고 약선으로 연결한 것이다. 사용은 아군 잠복지까지 도화선을 늘여 땅에 묻었다가 적이 다가오면 약선에 불을 붙여 약선이 타들어가 진천뢰를 폭팔시키는 것이다. 

사용재료는 가판 반쪽, 송판 5쪽, 수철 50근, 정철 50근, 숙마 1근이고 화약은 전천뢰의 다소에 따라 6- 7근이 소모된다. 

목통은 지뢰용 폭팔물로 직경은 22.05cm, 입구 직경은 13.65cm이며 그 속에 소약 5냥, 능철 50개, 지화와 소발화를 묶은 것 81개를 넣고 마른 쑥잎으로 빈 곳을 채운다. 속을 채운 후에 나무 뚜껑을 덮고 종이로 4- 5회 싸며 약선구멍은 2개이다. 이것을 이용해 불랑기포의 자포와 불을 일으키는 기화를 섞어 정井 모양이나 부채살 모양으로 매설한 다음에 빈 대나무 통을 묻고 도화선을 넣는다. 

다음에 도화선이 있는 나무 지주와 아군의 매복지점에 구리선을 팽팽하게 묶고 구리선 위에 주화 2개를 각각 반대방향으로 묶어 매달아 놓은 후에 적이 지나갈때 주화에 불을 붙이면, 이 주화는 구리선을 따라 나무 지주 주변 화약에 점화하게 되고 도화선으로 옮겨 붙어 지뢰를 폭팔시킨다. 

도화선의 주화를 마친 주화는 반대편 주화에 불이 붙으면서 아군으로 회수된다. 

쇄마탄(碎磨彈)은 무쇠 주물로 제작되며 몸통은 둥글고 목이 달려있다. 안에는 화약 13냥이 들어가며 입구를 격목으로 막은 뒤 다시 격목 위에 구멍을 뚫고 도화선을 연결해, 요해처에 묻었다가 폭팔시킨다. 

"명의 황제가 화의를 청한다고!?" 곽재우의 놀란 말. 

지금 이들은 균에게서 배운 방법대로 지도를 펴고 앞으로의 작전을 숙의중이었다. 그런데 북경에서 화친을 청하는 사절이 온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이건 무슨 일이 있는 겁니다. 분명 저들도 우리가 북경으로 진군 중임을 알고있고 대비를 하고있을 겁니다만..." 

"지금 북경에서 반란 조짐이 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그와 관계있는 일일까요?" 

"...그와 관계있는 일일 것이오. 그렇지않아도 우리가 북경으로 진군하는 것에 그들은 상당히 초조해 할 것인데 말이오." 

그 말을 들으니 곽재우는 떠나기 전에 균에게서 들은 말이 생각났다. 

[회상] 

개전 전, 균은 매제이며 친구인 곽재우를 취로전에 불러 서로 말을 놓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처음에는 결혼 후 성격이 많이 얌전해진 균의 동생 진이 이야기였지만 주제는 역시 이번 전쟁이었다. 

"...잘 들어라. 재우야."/"네, 전하." 

"이번 일은 명의 도발이 확실한 것은 너도 알고있겠지." 

"모를 말이옵니까." 

"좋다. 

...현장에서의 지휘는 너에게 맡기겠다. 나에게 배운 것은 알고있겠지."/"예." 

"일단 북경까지 밀고 들어가라. 하지만 상황에 따라 북경까지 밀고들어가지않아도 된다." 

"왜, 입니까...????" 

"우리 군의 능력으로 충분히 명의 수도까지 진격이 가능하지만, 그렇게까지 하지않아도 우리에게 이득이기 때문이지. 명의 백성들도 상황을 대충 알터. 게다가 우리 조선의 대외정보망이 있으니 말이다." 

"...알 것같습니다. 만약 명의 사신이 오면..." 

"...명 요동군은 중립을 지킬 터지만, 요동과 대만 그리고 향항(香港, 홍콩)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조선령으로 하도록. 그리고 명에서 이 일을 벌인 자를 끌고와야되지만 그쪽에서 이미 죽였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또 하나, 명 황제를 포로로 하지않는 것이 더 이득이야." 

그 말에 곽재우도 침을 꿀꺽 삼킬수 밖에 없었고 말을 이었다. 

"왜, 입니까?" 

"옛 고려시대에 비슷한 방식으로 원에 의해 내전이 일어난 것은 너도 알고있겠지."/"예." 

"그래서 황제가 포로로 우리에게 끌려와도 좋지만 그로 인해 일어날 내전과 반란이라면 그가 있을 동안에 일어나는 것이 좋지않을까... 당분간 앞가림하느라 정신없을테고, 그동안 우리는 상당부분 여유가 생길테니." 

"어차피 이 전쟁은 명이 일으킨 것이니까요. ...하지만 요동이나 대만은 명의 영토가 아닙니까?" 

"지금은 그렇지만 이 일이 끝나면 우리 조선 땅이 될거야. 우리 조선이 서학을 받아들이려면 대만과 향항이 필수고." 

그제사 균의 말을 이해하는 곽재우였다. 그도 균이 보여준 세계지도를 보고 일종의 문화충격을 받았으며,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서양학문에 대해 관심이 가는 형편이었다. 곽재우는 몰랐지만 균은 홍콩이 천혜의 항구임을 알기에 향후 그곳을 중심으로 조선이 서양뿐 아니라 동남아와 교역하는데에도 중점을 둘 예정이었다. 

[회상 끝] 

곽재우가 이런 생각을 할 즈음, 조선 함대 일부는 대만에 도달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대만에 대한 해상봉쇄를 시작하고 있었다. 

대만해협에 떠있는 조선 함대의 어느 판옥선. 

함교에서는 함장과 부관이 대화중이었다. 

"...지금쯤 명 황제라는 작자는 날뛰고 있겠군요." 

"그렇겠지. 그도 대만에서 반란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을거야." 

"하지만 정말 대단합니다. 어떻게 대만인들이 명 사람들을 몰아낼 생각을 했을까요?" 

"...나도 모르지만 위에서 움직이는 것이 있지않을까..." 

비슷한 시간, 조선 함대 기함 함교. 

"무사히 대만을 봉쇄했다고!?" 

"그렇습니다. 봉쇄함대에 따르면 반란을 일으킨 대만인들이 처음에는 명 함대가 나타난 줄로 착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청장님..." 

"알고있네." 잠시 생각하던 이순신은 말을 이었다. 

"...이 대만의 반란은 비천이 주도한 것이네."/"비천이 뭡니까?" 

"전하가 만드신 우리 조선의 대외정보망이지. 정말 대단하군. 전하도 비천 부장도..." 

"전하야 원래 영명하신 분이지않습니까. 그런데 비천 부장은...??" 

이해가 가지않는 부관의 말에 이순신은 덧붙였다. 

"우리 조선에 서학을 들어오게 한 사람일세. 전하가 특별히 발탁한 사람이야." 

그 말에 부관은 상당히 놀란 표정이 되었지만 이순신은 허허하고 웃기만 했다. 

처음 내각회의에서 그도 크리스를 처음 봤을때에는 놀랐고, 아직 대외비밀로 되어있는 조선의 대외정보부 부장이라는 것에 더더욱 놀랐으며 균과 함께 서학을 들여오게 했다는 것에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물론 이순신도 서학이 들어오면서 문화충격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고, 조선 바깥의 세상이 그렇게 발전 중인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세상은 정말 넒으이..." 

이런 말을 하면서 이순신은 함교를 봤다. 명의 함대는 사실상 소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이 해상봉쇄로 서양 상선은 조선으로 가거나 본국으로 키를 돌리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쯤 명 황제는 화가 나 날뛰고 있겠지. 게다가 구라파의 여러 나라도 이것을 어느 정도는 주시하고 있을 걸세. 우리가 이기나 명이 이기나 말일세. 이제 곽재우 장군이 어느 정도까지하느냐에 달렸어." 

"..." 

이제 명의 도발로 일어난 전쟁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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