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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화 (1/398)

1편 - 장삼

장삼은 혈교의 고수다.

혈교의 내부에서 서열로 치면 삼십 위권 안에 드는 초절정 경지의 고수였다. 하지만 무림 전체로 따지면 백 위권 정도의 수준이었다.

중원강호에 무림인의 수가 얼마나 많은가? 그 중에서도 가장 강한 백명에 들어간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순위 따위가 아니다.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고, 그 때문에 장삼은 교내를 인상을 쓰면서 걸어 다니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될까?"

그의 몸속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공력이 있었다.

만약 이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다면 현재의 경지를 넘어서서 화경에 이른 절대고수가 될 수 있었다.

화경에 이른 자는 말 그대로 몇 명 되지 않고, 강호에서 내놓으라고 하는 절대고수들이다.

그렇게 되기를 얼마나 바래 왔던가?

하지만 몸속의 공력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이물질처럼, 그의 몸에 속한 것이 아닌 것처럼 떠돌고 있을 뿐이었다.

"젠장 그때 그것을 익히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가 익힌 심법은 혈교의 심법 중에서도 최상승 심법인 흑룡심법이었다.

혈교의 교주인 혈마가 익히는 혈룡심법 바로 아래의 심법이었고, 천하에서도 십 위권 안에 드는 심법이었다.

그것만 익혔더라도 충분했을 것이다. 마교에서 떨어져 나온 혈교였기에, 교에서 가르쳐주는 무공은 최고였다.

하지만 그는 더 빨리 강해지고 싶었다. 어서 빨리 경지에 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교가 지원한 것은 흡성대법이었다. 흡성대법을 익힌 그는 지금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흡성대법을 익힌 자들의 결말은 똑같았다. 어느 한계에 이르면 온몸의 터져버린다. 그것도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채 말이다.

그는 이미 그러한 광경을 여러 번 보았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 더 인상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만은 다르리라 생각 했건만. 그 오만이 결국 그를 이렇게 만들고야 만 것이다.

그는 물끄러미 손안에 쥔 서류를 보았다. 그 서류에는 정파 십대고수 안에 드는, 천하제일장(天下第一掌)이라 일컬어지는 장법 고수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는 무당파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번천장협이었다.

그를 제거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이건 나보고 죽으라는 건가?"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같은 초절정고수였지만 자신은 이제 초입, 그는 극에 이른 자였다.

거기다 언제 경지에 들지 모르는 자였다. 만약 그가 경지에 오른다면 현재 화경의 고수는 일성이마가 아닌 이성이마가 될 것이라고 세간에 소문이 자자했다.

하지만 항명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자신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때 급하게 익힌 흡성대법의 부작용 덕분에 그의 목숨은 길어야 한 달이었다. 차라리 이런 상황이라면 죽더라도 장법으로는 천하제일 고수인 그에게 도전이라도 해봐야만 했다.

교에서 원하는 것은 ‘장차 화경의 고수가 정파에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동귀어진’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번천장협과 단 한번이라도 손속을 겨룰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화경에 이른 고수가 현재로서는 채 다섯도 되지 않는 현실에서, 또 한명의 화경의 고수가 정파쪽에서 출현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야 어찌 되든 좋았다. 죽기 전에 현존하는 최강의 장법의 대가와 싸운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결심이 서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래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원하는 것은 이루어 보자."

그는 벽을 향해 크게 외쳤다.

"혈마께 전하거라. 명령을 수행하겠다고 말이다."

그 순간 벽에서 사람이 튀어 나왔다. 극에 이른 은신술이었다.

복면인은 장삼을 향해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는 대답과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이제 더 이상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거절하시겠다고요?"

스무 명의 복면인들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장삼이 거절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

"혈마께서는 분명 노야께서 허락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건 맞다."

"그런데 지금 거절하신다고 들은 거 같습니다."

"그래. 그것은 거절한다고 했다."

"번천장협을 상대하려면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냥은……."

뒷말은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감히 장삼에게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할 수는 없었다.

"나는 내 일에 책임을 지겠다. 그러니 너희들에게 책임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 나는 혼자 가겠다."

"하, 하지만…."

복면인들을 인솔하는 대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번천장협을 죽이는 일은 치밀하게 계산하여 암살해도 성공가능성이 희박한데, 장삼은 한사코 정면대결을 원하는 것이다.

장삼이 밖으로 나가자 복면인들은 잠시 얼이 빠진 상태로 대장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긴 우리끼리라도 작전대로 해야지."

"알겠습니다."

서장에서 무당파가 있는 호북까지는 상당한 거리였다. 더구나 중간에는 사천을 지나야만 했다.

그런데 장삼, 그는 혈교에서도 서열 삼십 위에 드는 초절정고수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정보는 개방이나 하오문에서 특급으로 치는 귀중한 정보였다.

만약 평소대로 움직인다면 금세 행적이 노출될 것이 자명했다.

때문에 그의 얼굴은 많이 바뀐 상태였다.

혈교에서 그를 위해 인피면구를 구해놨기 때문이었다. 옷 역시 일반 서생의 옷을 입고 있었다. 더구나 마차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행적의 노출이 없이 매우 빠르게 호북으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두려움도 없었다.

그런 그라도 얼굴에서 초조함을 숨기지 못했다. 그가 번천장협과 손속을 겨뤄보기도 전에 몸속의 진기가 그대로 터져 버릴까봐 불안했기기 때문이었다.

그의 몸속 진기는 통제되지 않았다. 다행이 지금까지 수련한 심후한 공력 덕분에 버티고 있는 거지, 잠시라도 방심한다면 터져 버릴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는 암살을 거절하였지만 교에서 이렇게 자신을 위해주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내가 모를 줄 알았느냐? 분명 혈마는 흡성대법으로 늘어난 기를 인위적으로 폭발시키는 방법을 알거야. 분명 내가 도착해서 번천장협을 만나는 순간 터뜨리겠지.'

그는 교활한 편이었다. 그다지 똑똑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런 일이 있을 적에는 상당히 머리가 팽팽히 돌아가는 편이었다.

때문에 이 치열한 혈교에서 살아남아 초절정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거다.

장삼은 혈마의 계략을 모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혈마의 계략을 알지만 빠져나올 수 없는 이상, 번천장협과 일장을 겨루는 것이 그의 마지막 바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당금 천하를 이루는 세 개의 축은 마교와 혈교, 그리고 무림맹이었다.

이렇게 무림에서 당당히 한 축에 자리한 혈교가 전력을 기울이는 일이 틀어질리 만무했다.

장삼은 무당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해검지에 서서 무당산의 정상을 바라보았다.

"정말 아름답구나."

그가 말하자 안내를 맡은 무당파의 도인이 웃었다.

"무슨 일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도인이 말에 장삼은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서 비무 신청을 받습니까?"

장삼이 말에 도인은 미소를 지었다.

사람은 외형만 보아서는 속내를 판단하기 힘들었다. 얼굴만 봐서는 도문에 들르기 위해 온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에 대한 호기심으로 무당파에 오르고 싶어 하는 자도 비일비재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서생차림으로 비무를 말해 위화감이 들었지만 그뿐이었다.

그의 역할은 상부에 보고하는 것이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었다. 보고를 하면 상부에서 알아서 판단을 내리고 지시를 줄 것이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도인은 책임자를 향해 걸어갔다. 비무에 대한 것은 자신이 관련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젊은 도인이 장삼을 향해 걸어왔다.

"반갑습니다. 혹시 별호를 알 수 있을까요?"

도인이 말에 장삼은 미소를 지었다.

"강호초출이라 별호는 아직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혹시 무공을 얼마나 수련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혹시라도 지명하고 싶은 분이 있으면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

"물론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번천장협과 손속을 겨룰 수 있습니까?”

장삼이 말에 도인은 잠시 말문을 닫았다.

"실례지만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번천장협과 손속을 겨루고 싶습니다."

"실례지만 그분은 본 파에서도 큰 어른이시라 함부로 뵐 수가 없습니다. 단순히 무공을 견식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봐 드릴수도 있습니다."

도인은 말을 하면서 소매를 걷었다. 무당파의 큰 어른을 보자고 한 것 때문에 모욕을 느낀 것이다.

도인이 말에 장삼은 미소를 지었다.

본래라면 당장 피를 보았겠지만 이미 그의 목숨은 며칠 남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피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제가 원하는 것은 번천장협입니다."

“그렇다면 먼저 저에게 한 수 가르침을 주십시오. 배울 점이 있다면 그 분을 뵐 수 있으실 겁니다.”

도인의 얼굴은 붉게 변한 상태였다. 장삼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제가 실력을 조금 보이겠습니다."

장삼은 손을 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밀었다. 어떠한 추가 동작도 없었다. 단지 손을 들고 민 것 밖에는.

하지만 그 여파는 가볍지 않았다. 장삼의 앞에 있던 도인이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이, 이런…!"

경계를 서던 무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장삼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도관에는 한 명의 도인이 좌식을 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유운. 현 무당파 장문인이 동생이자 천하제일장이며, 화경의 고수에 가장 가까운 자였다.

번천장협이라 불리는 그가 눈을 떴다. 그와 함께 급하게 달려오는 도인의 모습이 보였다.

"사숙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누군가 사숙을 찾고 있는데 무공이 매우 고강합니다."

"그래?"

유운은 호기심을 느꼈는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지금 수련장에 있습니다."

"나를 만나러 온 손님이라면 직접 만나야겠지."

"하지만 조심하셔야 합니다. 현재 폭발 사건 때문에 위험한 상황입니다."

"걱정하지 말거라. 암살로 죽는다면 내 수련이 부족한 탓이다."

"하지만…."

"걱정 말고 그가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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