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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화 (2/398)

2편 - 만남

수백 명의 도인들이 한 명을 포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포위된 한 명은 도인들을 전혀 겁내지 않는 상태였다.

무당에 초절정고수의 수는 적지 않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외부로 나간 상태였고, 현재 무당에 남아 있는 초절정고수는 원로원이나 장로원을 뺀

다면 번천장협 뿐이었다.

잠시 후 한 명의 늙은 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모든 도인들이 예를 갖추었다.

"본도가 유운이라고 합니다. 도우께서 본도를 찾으셨는지요?"

늙은 도인은 평범한 노인처럼 보였다. 몸은 왜소했고, 말라서 별 다른 힘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저 노도인이 바로 무당파가 자랑하는 장법의 고수인 번천장협 유운이었다.

'반박귀진!'

능력이 극에 이르면 도리어 평범해 진다고 한다.

저 노도인이 바로 그러한 경우라는 것을 장삼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렇습니다. 번천장협이라 불리시는 분이 맞으십니까?"

"부끄럽지만 강호의 동도들이 본도를 그리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도명은 유운이니, 도인으로 생각해주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장삼은 유운을 바라보았다. 유운은 강호에 이름 높은 무인답지 않게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신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구나 공력을 갈무리하고 있어서 도저히 무공을 익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제 이름은 장삼입니다. 사천성 태생이며, 어려서부터 무공을 수련 하였습니다."

"도우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제가 더 영광입니다."

"그래. 저를 찾은 이유를 다시 한 번 물어도 될까요?"

"제 소원은 번천장협과 장(掌)을 나누는 것입니다."

"저와 비무를 원하시는 겁니까?"

유운은 강렬한 기세로 장삼을 바라보았다. 일반인이라면 그 기세를 받아 넘기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장삼은 유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유운이 미소를 지었다.

"장으로 비무를 하자라…. 무량수불. 알겠습니다."

"사숙님!"

유운이 동의하자 무당파 제자들이 안색을 굳혔다. 유운이 싸우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들만으로도 충분히 제압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무당파에는 수많은 고수가 있었고 진법이 있었다. 장삼을 제압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를 제압하지 않은 것은 상부의 명령이 없었기 때문이지 결코 자신들의 실력이 모자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문파의 큰 어른인 유운의 말이었기에 그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유운이 주변을 둘러보자 제자들은 분주히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장삼에게서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만약 허튼짓을 한다면 몸을 날릴 제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유운은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그대의 눈빛을 보니 흥미가 생기네요. 그런데 장이라…. 재미있군요."

유운이 말에 장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와의 비무를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도우의 열정에 호기심이 생긴 것뿐입니다."

유운은 말을 하면서 두 팔을 펼쳤다.

보통 장법을 익힌 자들은 체격이 매우 좋다. 더구나 팔이 길다.

그런데 유운은 보통 장법을 익힌 자들과는 다르게 매우 왜소한 체격을 가졌고, 팔 역시 그리 긴 편이 아니었다.

만약 그가 스스로를 번천장협이라 말하지 않았다면 그가 장법의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우우우웅!

그의 전신에서 방금 전까지 느낄 수 없었던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흡사 태산을 앞에 둔 듯한 기분에 장삼의 온 몸이 긴장으로 떨려왔다.

두근두근.

장삼은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평상시라면 흡성대법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무에 대한 순수한 흥분이었다.

부르르르!

몸이 한 차례 떨렸다.

그것은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 처음 장법을 배웠을 때, 그리고 심법을 처음 배웠을 때 느꼈던 감정을 몇 십 년이나 지나서 다시 한 번 느낀 것이다.

유운은 장삼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그 역시 순수한 무골이었다. 하고 다니는 모습은 평범한 도인이었지만 순수하게 무를 좇았기 때문에 초절정의 극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였기에 지금 장삼의 모습에서 예전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미소 지은 것이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유운은 말과 함께 소매를 걷었다.

"제가 쓰는 장법은 양의번천장입니다."

유운이 소개는 간단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지니는 의미는 소개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검술로 이름 높은 무당에서 장으로 자신의 이름을 높인 그의 말이었기에 무게감이 있었다.

게다가 그의 모습은 이제 평범한 노인의 모습이 아닌, 하늘에서 내려온 천장같이 엄준한 것이었다.

장삼 역시 포권을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제가 익힌 장법은 멸천장입니다."

멸천장이라는 말에 무당파의 제자들의 안색이 대번 바뀌었다. 무공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가운데 천(天)자가 의미하는 것은 분명 번천장협 유운이었다. 그런데 그 앞에 멸(滅)자가 들어있으니 번천장협을 죽이겠다는 말을 은유적으로 돌린 것처럼 들린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

멸천장은 장삼이 혈교의 흑룡장과 파천권 그리고 혈영신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섞어 만든 무공이었다.

그는 언젠가는 장법으로 가장 유명한 번천장협을 만날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쓰러뜨리겠다는 뜻을 담아 그 장법을 멸천장이라 이름 붙인 것이었다.

유운은 장삼이 말에 미소를 지었다.

"멸천장이라. 이름이 참으로 호기롭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몸에서 흐르는 기운이 사이한 것 같습니다."

"……."

유운의 말에 무당파 제자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리고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여차하면 합공이라도 펼칠 기세였다.

하지만 장삼은 당당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저는 당신과의 결전을 위해 그곳에서 왔습니다."

장삼의 진지한 눈빛에 유운은 감탄했다.

그곳이라고 하면 혈교, 아니면 마교였다. 그런데 이정도로 뼈대가 있는 자는 혈교 같은 곳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아마 마교에서도 고수의 축에 해당하는 자가 분명해 보였다.

장삼은 등 뒤에서 쏘아지는 살기를 느꼈다. 자신의 목표였던 유운과 더 말을 섞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무당의 무인들은 이미 큰 어른인 유운이 비무를 허락했기에 함부로 끼어들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그것을 믿을 수는 없었다.

장삼은 장을 펼쳤다.

"받으십시오."

그가 펼친 신법은 흑룡신법이었다. 마치 승천하는 용처럼 힘 있게 유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장을 펼쳤다.

장삼의 멸천장은 패도를 기반으로 한다. 강력한 힘을 한 점에 집중시켜, 말 그대로 하늘을 멸하는 강대한 파괴력을 낳는다.

장삼이 손을 뻗어오자 유운 역시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으로 장을 펼쳤다.

그의 손바닥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별호인 번천장협이 어디서 유래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양의번천장!

하늘을 흔든다는 장법으로, 그 요체는 기운의 엄청난 진동에 있었다. 장력 자체가 한 번에 수십여 번이나 진동을 하는데, 그 위력이 하늘을 흔들 정도라고 했다.

쾅!

두 개의 힘이 충돌하고, 거대한 충격음이 사방으로 퍼졌다. 그와 함께 두 힘이 부딪힌 여파로 흙먼지가 날렸다.

잠시 후 흙먼지가 가라앉자 무당의 제자들은 주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유운은 그 자리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장삼은 무려 세 걸음이나 물러선 것이다. 그것만 보아도 유운이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과연 양의번천장.

이 장법을 익혀 대성한 자가 무당파에서도 거의 없다고 알려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삼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길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부오오오!

그의 근육이 부풀어 오른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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