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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3화 (3/398)

3편 - 만남

그리고 그는 야수와 같이 뛰어 오르며 연속해서 장을 뻗었다.

그가 만든 멸천장의 최후 초식인 멸천혼원장이었다.

장삼의 손에서 뻗어 나온 멸천혼원장은 거대한 힘을 가진 채 유운을 박살이라도 낼 듯한 기세였지만, 유운의 작은 손이 부단히 움직이더니 멸천혼원장을 쉽게 잠재웠다.

그만큼 유운의 경지가 대단했던 것이다. 그가 펼치는 장력은 매우 빨랐을 뿐만 아니라 위력도 강했다. 일장번천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가 펼치는 장력은 하늘이라도 부술 힘이었던 것이다.

장삼은 즐거웠다. 장법으로 이렇게 최선을 다해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자신보다 고수는 많지만 장력으로 뛰어난 자는 혈교 내에서 만나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계략에 빠진 것이긴 했지만, 이렇게 자신보다 몇 수 위인 강자와 대결을 펼치며 자신의 모든 것을 꺼내볼 수 있으니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었다.

윽.

대결 도중 장삼은 가슴에서 통증을 느꼈다. 과도한 공력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몸속에 공력이 엄청나게 많았지만, 대부분 제대로 수용도 못하는 공력이었다. 그러한 공력을 멋대로 사용하자 가슴에서 통증을 느낀 것이다.

통증이 거셌지만 장삼은 참았다. 어차피 목숨을 건 상태였다. 겨우 가슴의 통증 때문에 유운과의 비무를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장삼은 연거푸 멸천장의 초식을 쏟아내었다.

멸룡천아. 멸조탐천. 멸천장영.

모두가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닌 초식들이었다.

장삼은 자신이 만든 멸혼장의 초식 외에는 조금도 쓰지 않았다.

혈교의 사이한 사법이나 여러 가지 비겁한 수법은 모두 배제한 것이다.

장법!

오로지 하나의 장법으로 유운에게 맞서고 싶었다. 그것을 위하여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어도 이를 악물며 손을 내밀었다.

쾅!

유운 역시 장삼의 절박한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두 손바닥을 맞대고 있는 사이였다. 그래서 인지 장삼이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무량수불. 정말 대단한 실력입니다."

유운의 말에 장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대협이 훨씬 훌륭한 실력이십니다."

"아까 멸천장이라고 했는데 제가 본적이 없는 무공이군요. 도우께서 만드신 독문절학입니까?"

"그렇습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아닙니다. 대협의 양의번천장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양의번천장이 위력이 대단한 것은 그 안에 전통과 역사가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천년의 세월동안 양의번천장은 다듬어지고 또 다듬어졌습니다. 그러니 강할 수밖에 없지요."

장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만든 멸천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마교에서도 손꼽히는 흑룡장에 혈교의 여러 가지 장법이 섞인 멸천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양의번천장에 비해 손색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유운은 장삼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도우께서는 가진바 실력을 제대로 못 펼치시는 것 같습니다."

유운의 말에 장삼은 미소를 지었다. 몸속에 있는 내공으로 치자면 유운의 내공보다도 장삼의 내공이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그 대부분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유운이 그것을 눈치 채고 물어본 것이었다.

"예. 저도 그것이 아쉽습니다."

장삼은 말을 하면서 단전이 터질듯이 팽창하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없었다.

"다시 시작할까요?"

장삼이 말에 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장삼의 다급한 표정을 보자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장삼은 다시 한 번 멸천장을 펼쳤다. 그러자 유운 역시 양의번천장을 펼쳤다. 그와 함께 거대한 폭음이 사방으로 퍼졌다.

그들의 기세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여러 명의 복면인들이 큰 나무 위에 은신해 있었다. 그들은 유운과 장삼의 비무가 열리는 비무장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비무장을 보던 복면인 중 한 명이 품속에서 피리를 꺼내들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계획대로 되는구나."

"그렇습니다. 대장님."

"그래. 몸속의 공력이 최고로 부풀어 지면 터트려야겠다."

"예."

피리는 혈교의 최고 비밀 병기였다. 피리는 흡성대법이 한계에 도달한 자에게 피리소리를 전달해 몸속의 공력이 그대로 터트리는 병기인 것이다.

혈교는 이 방법으로 많은 무림의 명숙들을 헤쳤다.

장삼이 멀쩡한 모습으로 번천장협과 비무를 할 줄은 그들 역시 몰랐다.

무당파에는 수많은 고수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그들 중 몇 명과는 손속을 겨룬 다음에야 번천장협에게 이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장삼은 무식한 방법을 써서 번천장협과 비무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 잠시만 기다리면 장삼은 강력한 폭탄이 된다. 그럼 번천장협뿐만 아니라 무당파의 수많은 고수들까지 덤으로 같이 제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장삼은 황홀한 기분을 느꼈다.

몸속의 혈도는 찢어질듯이 아파왔다. 과도한 공력남용과 공력의 제어가 풀린 탓이었다. 덕분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통을 받고 있었지만 마음은 홀가분했다. 장법의 궁극의 경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운은 수많은 장법을 알고 있었다.

그는 마치 장삼의 스승이라도 되는 양, 그에게 무한할 정도의 가르침을 내리고 있었다.

그는 장법이라는 수단의 한계를 벗어나 있었고 대결을 펼치면서 수많은 장법의 무리를 장삼에게 알려주는 듯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장삼은 대결을 펼치면서 이렇게나 홀가분하게 장력을 방출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경지는 지금 한 꺼풀 벗겨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장풍의 경지였다.

장법의 경지 중 장력만 할지라도 바람이 인다. 하지만 장풍은 그런 바람의 유형화된 경지였다.

바로 강기 무공이었던 것이다.

장삼은 부드럽게 손을 앞으로 밀었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 바람이 손바닥을 거쳐 뻗어 나왔다. 아직 완전히 다듬어 지지 않았지만 장풍의 위력은 실로 강맹했다.

장풍이 유운을 향해 날아가자 유운 역시 부드러운 표정으로 손바닥을 밀었다. 그러자 유형화된 기운이 밖으로 뻗어 나왔다. 그 역시 장풍을 펼친 것이다.

장삼의 장풍은 강맹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유운의 장풍은 부드러운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둘 모두 강맹한 위력을 지녔다면 그 충격으로 무당이 흔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유운의 장풍이 장삼의 장풍을 부분적으로 사그라들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우려한 충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전 장력으로 펼친 무공보다는 월등히 큰 충격이 펼쳐졌다.

쾅!

정과 마에 속한 두 장법의 절정고수가 펼친 장풍이 서로 부딪힌 후에 사그라들었다.

장삼은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의 손에서 장풍이 펼쳐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한 것이었다. 그만큼 장풍과 장력의 차이는 엄청날 정도였던 것이다.

장삼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다시 한 번 몸속의 혈도가 찢어질듯이 부풀어 올랐다.

'도저히 더 못 버티겠구나.'

원래라면 번천장협과 같이 죽을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번천장협에게 큰 은혜를 입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혈마의 계략대로 그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장삼은 미안한 표정으로 유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로 한발자국 물러섰다.

그러자 유운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유운의 말에 장삼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장법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도우께서 펼치는 장법은 저 역시 처음 보는 거라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 오늘 일은 잊지 못할 겁니다."

"이제 그만 가시려는 것입니까?"

유운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 처음 보았지만 왠지 장삼과는 인연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장법을 익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장법을 익힌다는 것에 끌려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어떤 마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언가에 이끌려 장삼에게 몇 가지의 가르침을 내렸다.

그런데 이렇게 이름만 알고 보내려니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인연이 닿는다면 또 만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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