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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0화 (10/398)

10편 - 방현으로

며칠 뒤.

무사들과 표사들 사이는 그동안 더욱 냉랭해졌다. 이제 표두가 있지 않으면 언제 시비가 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마차에서는 장수와 단주만이 있었다.

장수는 단주에게 거래에 대해서 배우고 있었다. 집에서도 상인이 배워야 할 이론적인 것들을 배웠지만 단주에게 배우는 것은 좀 더 실용적인 것들이었다. 후계자 수업이었기 때문에 배워야 하는 게 무척 많았다. 그래서 장수는 쉬지도 못하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상인에 대한 공부는 지루하거나 단순한 게 많았다. 그리고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 그런 것에 대한 교육을 받았기에 장수는 지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거 엄청 지루하구나.'

무슨 일이라도 벌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 장수는 숲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누군가 있구나.'

장수가 몸은 느리지만 오감까지 느린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현문에서도 으뜸인 전진의 심법을 익혀서 인지 기척을 느끼는 것은 더욱 발달해있었다. 숨어있는 것을 보면 좋은 목적은 아닐 것이다. 그들을 느낀 순간 장수는 고민에 빠졌다.

'저들에 대해서 말을 해줘야 할까?'

고민은 금방 사라졌다.

숲에서 느껴지는 자들이 기운이 너무 약했던 것이다.

'말을 해줄 필요가 없을 거 같구나.'

표사들과 무사들이라면 충분히 해결이 될 것 같았다.

"무엇을 하십니까?"

장수가 딴 생각을 하자 단주가 예리하게 물었다. 그러자 장수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따로 생각할게 있어서요."

단주는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직속상관이 될 소장주가 아둔해 보여 가슴이 답답했던 것이다.

상단이 숲에 다가가자 큰 함성이 나왔다.

"멈춰라!"

말과 함께 산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제법 덩치가 있는 자가 앞으로 나섰다.

"목숨이 아깝거든 재물을 두고 썩 꺼져라!"

두목으로 보이는 자는 말을 하면서 깃발을 살폈다. 그는 호북에서 유명한 표국의 깃발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살펴봤던 것이다.

사실 이번 상단의 덩치는 약소 산채가 건드리기에 매우 컸다. 하지만 요즘은 경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산채로서도 모험을 걸어야 했다. 그리고 정 안되면 도망치면 될 일이었다.

그러자 표두가 나섰다.

"너희들은 누구냐?"

표두는 인상을 쓰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웃는 얼굴로 나섰을 것이다. 사람 목숨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중한 것이다. 그래서 웬만한 산적은 돈을 주고 협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좋게 넘어갈 기분이 아니었다.

표두는 일부러 공력을 내보이지도 않았다. 고수급이 자신이 존재감을 들어내지 않으니 산적들은 상단의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너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냐? 우리는 이 지역의 주인이시다."

두목이 말에 표두는 산적들의 규모를 살폈다.

'대충 이십여 명 되는구나.'

충분히 상대할만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서로 반목하는 분위기에서는 한번쯤 전투를 치룰 필요가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표사들이 표두의 근처로 다가갔다. 하지만 무사들은 모이지 않았기에 산적들과 표사들의 숫자는 얼추 비슷해 보였다.

"당장 꺼져라. 너희들 따위에게 줄 재물은 없다."

말과 함께 표두가 손짓을 했다.

"쳐라!"

그러자 표사들이 산적들에게 달려들었다.

두두두두! 하는 소리가 나며 표사들이 달려들자 산적들은 안색을 굳히고 표사들을 상대하기 위해 나섰다.

"이런 씨발 새끼들이! 모두 죽여라!"

산적으로서는 숫자가 비슷했기 때문에 마주 대응했다.

하지만 싸움은 일방적이었다. 고수급인 표두가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혈기가 쌓인 표사들도 실력발휘를 했다.

카가강! 카강!

병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결국 산적들의 몸에 칼이 박혔다.

"크헉!"

산적들이 하나, 둘씩 죽었다. 전세가 금세 불리해 졌고, 산적들은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표사들은 함성을 질렀다.

이긴 것이다.

"와아아아!"

표두는 사로잡은 산적을 묶었다. 나중에 관가로 가서 포상금을 받고 넘기기 위해서였다.

"속이 다 시원 하구나."

원래라면 돈 몇 푼으로 끝날 일이었지만 직접 손을 쓰니 기분은 상쾌했다.

하지만 그의 좋았던 기분은 금세 사라졌다. 표사들 중에 부상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호위 중에 만나는 산적들과 일일이 싸우면 표사들이 남아날 리가 없었다. 하지만 표사들도 한바탕 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 다친 자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싸움이 끝나자 무사들이 표정도 바뀌어 있었다. 표사들이 실력이 제법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장수는 마차에서 표두와 표사들이 싸우는 광경을 차분히 지켜보았다.

어제의 난투극에 비한다면 오늘의 싸움은 좀 더 다듬어진 무사들의 격전이라 볼 수 있었다.

전생에서는 싸움이라면 이골이 날 정도로 스스로 뛰어들어 치렀지만 이번 생에서는 어제에 이어 두 번째였다. 그것도 스스로 싸운 것이 아닌 그저 옆에서 구경하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장수는 구경을 하는 도중에도 마치 자신이 싸움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산적들을 향해 장을 발휘하는 것을 상상했다.

"무공이라는 게 신기하십니까?"

단주의 말에 장수는 웃음이 나왔다. 일급무사 정도의 실력을 지닌 표사들의 무공은 장수의 입장에서는 애들 장난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좀 더 수준 높은 무공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에 신기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단주에게 그런 것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더구나 지금 상황에서는 몸이 너무 느려 저들을 상대해도 이긴다고 볼 수 없었다.

"그렇습니다."

"예. 신기하실 겁니다. 무공이라는 것은 눈으로 직접 보기에도 믿기지 않는 것입니다. 몸이 하늘을 날지를 않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거나,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적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면 무공을 쓰는 무사들이라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주는 말을 하면서 장수를 향해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지금 보시다시피 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어도 결국 마차를 호송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돈만 있다면 무공이 강한 자들도 얼마든지 고용할 수 있습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돈이 있어도 진짜 강자는 고용할 수 없다.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자들은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라 할 수 있는 단주의 말을 애써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군요."

"예. 그래서 소장주님에게 공부를 하시라고 한 겁니다. 재물을 모으시면 저 정도의 무사들은 얼마든지 고용할 수 있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단주는 장수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뚱뚱한 그로서는 날렵한 몸매에, 무공이라는 것을 지닌 무사들을 고용한다는 게 하나의 자부심과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상단은 그 후에도 몇 번 더 산적을 만났다. 이후에 만나는 산적들은 약간의 돈을 주고 지나갔다.

장수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표행 중에 만나는 모든 산적과 싸운다면 표사들은 몸이 몇 개라도 버틸 수 없었다.

칼에는 눈이 없었다. 그 결과, 처음 결전에서 다친 자들이 아직까지도 치료를 하지 못해 누워 있는 자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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