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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1화 (11/398)

11편 - 동행

웅성. 웅성.

도시를 지나게 되자 상단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동하는데 필요한 물건을 사야 했기 때문이었다.

무한에서 방현까지 가는 것은 장거리 상행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움직이면서 부족한 물품은 몇 번이나 채워야 했던 것이다.

단주는 뚱뚱한 몸으로 마치 경공술을 발휘하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하인들을 부렸다. ‘사실 단주는 숨은 고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나게 빨랐다. 표사들과 무사들은 그런 모습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잠시 뒤 큰 객잔에 도착하자 하인들은 짐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표사들과 무사들 중 일부가 짐을 지키기 위해 남고 나머지는 객잔으로 들어갔다.

객잔에 들어서자 장수는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석가장에서만 지냈던 그로서는 객잔에 올 기회가 없었지만 전생에서는 혈교의 초절정고수로서 많은 일을 해야만 했기에 객잔에서 자는 일이 많았었다.

장수는 문득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익히고 있는 심법이 생각나서였기 때문이었다. 선천지공이나 전진심법은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심법이었다. 그렇기 의식을 하자 어느새 술 생각이 사라졌다.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표두는 웃음을 지으면서 장수를 바라보았다. 표사들과 한잔하기 위해 온 것이다.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너무 좋아서 그렇습니다."

"하하하. 객잔이 뭐가 좋습니까? 석가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시설을 쓰셨을

거 아닙니까? 이곳은 여러 사람이 쓰는 곳이라 지저분하고 가구도 품질이 좋지 않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표두는 매우 편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강호에 살고 있

는 그였기에 객잔과 노숙이 편했던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좋은데요?"

"예. 객잔에 오는 자들은 모두 오랜 여행을 하던 중에 쉬러 오거나 용무가 있어 잠시 들르는 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간혹 오래 머무는 사람들도 있지요. 피로를 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게 바로 객잔입니다."

말을 하면서 표두는 익숙하게 자리에 앉았다.

원래 객잔에 표사들이 들어오면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오랜 관례였다. 오랜 시간 여행에 지쳤을 것이고, 그들이 사는 곳에 돈을 뿌리고 가기에 지역민들이 양보하는 것이다.

표사들이 자리를 잡자 어느 정도 빈자리가 있던 객잔이 가득 찼다.

표사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술과 함께 안주를 시켰다. 그동안 제대로 된 음식이 너무 그리웠던 것이다.

장수는 거친 표사들과 함께 식탁에 앉자 기분이 묘해졌다. 마치 혈교의 초절정고수였던 전생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혈교에 있었을 때는 두려울 게 없었다. 죽음도 두렵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인생을 함부로 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았다.

자신의 지난날을 돌이켜봤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행동을 해서 가장 나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어떻게 그렇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가 아닌 순전히 의문 가득한 물음이었다.

지금의 자신과 그때의 자신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객잔으로 세 명이 들어왔다.

그들을 보는 순간 장수는 반가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무당파로구나!'

단지 도복을 입었을 뿐이었다. 도복을 입었다고 무당파일리는 없었다.

하지만 장수는 무당파 같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도사들의 허리에는 검집이 메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유운을 생각하는 마음이 간절해서 인지 도복만 입으면 무당파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는 무당파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당연히 유운의 생사였다.

도사들은 객잔에 들어서자마자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이미 빈자리는 없었다. 도사들이 이 객잔에서 쉬려면 합석밖에 답이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자리에서는 술을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도사인 그들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객잔의 점소이의 행동도 도사들에게 그리 호의적인 반응이 아니었다. 도사들은 소면이나 먹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객잔의 돈줄이 되어주는 표사들이 온 상황이었다. 만약 도사들의 허리에 검이 달려 있지 않았다면 당장에라도 내쫓았을 지도 몰랐다.

그때 장수가 도사들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그러자 도사들은 웃음을 띠며 장수를 향해 다가왔다.

장수의 모습을 보고 표두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장수를 바라보았다.

"저 도사들을 아십니까?"

"아니요. 처음 봅니다."

"그런데 왜 저들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합석을 하시겠다고 하셨습니까?"

그로서는 술자리에서 도사들과 같이 합석해야 한다는 것은 속이 편하지 못한 일이였다.

"물어볼 말이 있어서요."

표두는 장수가 보지 않게 인상을 구겼다. 그는 주당이었다. 객잔에 들른 이상 잠을 자지 않고 술을 마실 생각이었던 것이다. 원래 표사들은 표행 중에는 술을 자제해야 하지만 고수급인 그는 술기운을 배출할 수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었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부러 소장주와 함께 앉았는데 지금 와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그때 도사 세 명이 자리에 왔다.

"도우님,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평소에도 도사님들을 보면 자리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도사들은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먼저 장수가 나섰다.

"도사님들을 보니 제가 시주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돈은 걱정 마시고 드시고 싶은 것을 드십시오."

장수의 말에 도사들은 미소를 지었다. 그들도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라 힘들었는데 이렇게 마음씨 좋은 사람을 만나 기분이 풀어졌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도우님."

"아닙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 점소이를 불렀다. 그러자 점소이가 달려왔다.

장수도 표두의 안색을 보고 그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역시 전생에는 알아주는 주당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 도사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게 먼저였다. 어차피 다시는 철마표국과 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장수였다.

그는 하나도 꺼릴 게 없었다.

점소이가 주문을 받고 사라지자 표두가 도사를 보며 물었다.

"무림인으로 보이시는데 어느 문파십니까?"

표두의 말에 도사는 웃으며 말했다.

"저희는 무당파의 도사들입니다. 저는 청솔이라는 도명을 가지고 있지요."

청솔이라 말한 도사는 매우 인자하게 보였다.

"청솔 진인이셨군요."

표두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허름한 도복과는 다르게 대문파인 무당파라는 말에 놀란 것이다.

이렇게 우연이 무당파 제자를 만나는 것은 희박한 확률이었다. 도사들이라고 해도 신변을 위해 검을 소지하고 다녔다. 그랬기 때문에 표두는 그들이 전혀 무당파일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는데 청솔의 이야기를 듣고 크게 놀랐다.

다른 두 명의 도사들도 도명을 밝혔는데 한 명은 청운이었고, 다른 한 명은 청산이었다.

이름을 듣고 보니 표두의 얼굴색이 변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무당파의 직전제자로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세 명을 대표하는 사람은 청솔이라는 자로 보였는데 다른 두 명이 그를 어려워하는 게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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