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편 - 동행
낭인채.
낭인채는 근방에서 제법 규모가 큰 산채였다. 낭인채 산적들의 숫자는 대략 백여 명이었다.
그곳의 채주는 거력패웅(巨力敗熊)이라는 무림명을 얻은 고수였다. 거력패웅은 매우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외공의 고수로서 큰 덩치에서 오는 힘을 이용한 무공으로 유명했다. 그런 그는 인상을 쓰며 그 앞에 선자들을 바라보았다.
"교에서 왔다고?"
"그렇소."
호북은 많은 물류가 오가는 곳이었기 때문에 곳곳에 많은 산채가 들어 서 있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녹림에 소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녹림이라고 해도 천하에서 가장 강한 세력을 가진 혈교와 마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낭인채의 채주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는 눈앞에 있는 자들이 분명 좋은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목적 입니까?"
채주의 말에 혈교에서 온 핏빛의 망토를 입은 자가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녹림에 도움을 주기 위해 왔소."
"도움이라고요?"
채주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그렇소."
"구체적으로 말씀 하십시오."
"본교의 정책이 바뀌었소. 소속된 세력에게 어느 정도 힘을 주어 몇 개의 문파를 압박하기로 말이요. 그 중에 무당파를 압박하기로 결졍했고, 나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를 위해 각 세력을 돕기 위해 파견되어졌소."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간단하오. 앞으로 무당파 근처에 움직이는 상단을 모두 공격하면 되오."
혈의를 입은 자의 말에 채주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이 되지 않습니다. 본채의 세력으로는 한 개 표행 정도나 상대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내가 왔지 않소? 그리고 이곳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같은 일을 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하지만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합니까? 우리 같은 약소 세력은 결국 무당파의 보복을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지금 무당파는 보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요."
"예?"
"채주는 본교의 명령만을 충실히 따르면 되오. 그럼 우리가 알아서 하겠소."
겨우 작은 산채의 채주로서 항변할 수도 없었다. 그랬기에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습니다."
날이 밝았다. 장수는 찌뿌둥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그는 간밤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 그것은 두근거림 때문이었다.
'유운은 살아 있을까?'
장수로서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때문에 긴 밤을 뜬 눈으로 보낸 것이다.이른 아침이었지만 하인들은 매우 부산하게 움직였다. 아침부터 준비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단주 역시 뛰어다니며 일을 하고 있었다.
장수는 단주를 향해 인사를 했다.
"간밤에 잘 주무셨습니까?"
"아. 소장주님 일어나셨습니까? 지금 할 일이 매우 많으니 소장주님도 어서 일을 하셔야 합니다."
단주는 말을 하면서 불만 섞인 표정을 지었다. 사실 자신은 혼자 일하는 게 가장 편했다. 딱히 다른 사람의 도움도 필요 없었고, 더욱이 장수의 도움은 도움이 아닌 짐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까지 안 깨운 것이다. 하지만 장수가 일어난 것을 보자 억지로라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왔다.
아침부터 확인해야 할 것은 여러 가지였다.
일단 간밤에 사라진 물건은 없나, 말의 상태는 괜찮은가, 그리고 병자는 없는가 정도였다.
그것을 모두 확인하자 소모품을 확인했다. 가는 도중에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소모품은 사용할 것보다 좀 더 넉넉하게 준비해야 했다.
그 모든 일을 끝내자 무사들이 나타났다.
무사들과 표사들은 간밤에 술을 마셨는지 적당히 붉어진 상태였다. 오랜 상행 중에 마을에서 마시는 술은 그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랬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술은 이해를 해주었던 것이다.
물론 그 중에서 몇 명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 술을 마시는 도중 비상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표두는 가장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그가 해야 하는 일은 없었다.
그는 나타나자마자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표사에게 물었다.
"다친 녀석은 어떻게 되었는가?"
표두의 말에 표사가 대답했다.
"치료가 모두 끝났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들이 주관하는 상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관리할게 없었던 것이다.
준비가 모두 끝났지만 장수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단주는 장수의 눈치를 보았다.
"소장주님. 출발 할까요?"
단주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장수의 말에 단주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곳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장수가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장수는 천천히 객잔으로 들어갔다. 바로 무당파 도사들이 있는 곳이었다.
문가로 가서 문을 두들겼다.
"도사님."
장수가 부르자 곧 바로 대답이 나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말과 함께 청솔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의 얼굴은 매우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운기 중이었구나.'
문을 열자 기운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상당할 정도의 기운이었는데 청솔이 호법을 서던 중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기운이 한 곳으로 모아지는 것을 느꼈다. 운기가 끝난 것이다.
장수로서는 기가 막힌 시기에 문을 두드린 것이었다. 만약 조금 더 빨랐다면 돌아가라고 말을 했을 것이고, 조금 늦었다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운기가 끝날 때쯤에 왔기 때문에 청솔이 경계의 눈빛으로 문을 열고 나온 것이다.
장수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오해를 했겠구나.'
무인은 항상 조심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장수를 볼 때 어느 정도 경계를 할 것이 뻔했다.
장수는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아침이 상당히 지났는데 아직 기침을 하지 않으신 것 같아서 와봤습니다."
"그렇습니까?"
청솔은 장수를 일반인이라 생각하고 경계를 어느 정도 풀었다.
"예. 그런데 언제 떠나실 생각이십니까?"
"저희들은 지금 떠나려고 합니다."
청솔의 대답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상단도 지금 떠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 동행하시겠습니까?"
장수의 갑작스런 제의에 청솔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사이에 도사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사형 무슨 일이십니까?"
"이분이 같이 가자는 구나."
"어디를 말씀이십니까?"
도사의 말에 장수가 대답했다.
"무당파로 가시는 거 아닙니까? 마침 저희 상단도 방현으로 가려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도사들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눈짓을 하더니 청솔이 말했다.
"마침 가는 방향이 갔다면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도우님처럼 친절한 분이라면 여행도 그리 나쁠 것 같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