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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4화 (14/398)

14편 - 동행

장수가 내려가자 상단사람들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단주는 장수가 도사들과 같이 내려오자 말을 걸었다.

"어디를 갔다 오시는 겁니까?"

단주의 말에 마현은 미소를 지었다.

"같이 갈 분이 있어서요."

장수는 손으로 도사를 가리켰다.

장수의 손가락을 본 단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분들은 누구십니까?"

"어제 알게 된 분들인데 가는 방향이 같습니다."

도사가 상단에 따라온다고 하자 단주는 인상을 썼다. 하지만 그들의 허리춤에 찬 검집을 보자 볼을 실룩거렸다.

"혹시 무당파의 도사 분들이십니까?"

호북은 무당파의 세력권이니 혹시나 하고 물어본 것이다.

단주의 말에 청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청솔이 말에 단주는 입을 벌렸다. 무당파의 제자라면 무술솜씨가 뛰어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덩치가 좋지는 않으니 그렇게 강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단주는 잠시생각을 하는 듯 했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소장주가 허락한 이상 자신으로서는 결정에 따라야만 했다.

단주가 허락하자 장수는 표두를 바라보았다. 표두는 상행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의 허락이 있어야 일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표두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청솔에게 다가왔다.

"일행으로 합류하셔서 기쁩니다."

말을 하면서도 표두는 청솔의 낡은 옷차림을 봤다.

'이렇게 해진 옷을 입고 덩치도 좋지 않으니 무당파에서도 핵심 인사는 아닌 듯 하구나.'

무공을 익혔다면 어느 정도 근육이나 덩치가 있어야 했다. 그리고 무당파에서 핵심인물이면 지원이 많아서 낡은 옷차림을 할 이유가 없었다.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로 인사가 끝나자 장수는 청솔을 마차로 안내했다.

"오르십시오."

장수의 말에 청솔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수행하는 몸으로 가급적이면 마차를 타지 않습니다."

"마차를 타지 않는다고요?"

장수의 말에 청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청솔의 말에 장수는 곤란함을 느꼈다. 그로서는 마차에서 무당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내려서 갈까?'

장수는 잠시 생각을 해보았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걸을 수는 있지만 몸이 너무 느렸던 것이다.

장수는 자신의 몸을 생각하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몰골이 너무 추하구나.'

장수는 청솔에게 미안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제가 몸이 둔해서 저는 걸을 수가 없습니다."

청솔은 장수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저희들이야 수행하는 몸이니 타지 않지만 소장주님은 그런 것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으니 당연히 타셔야지요."

청솔의 말에 장수는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더 이상 무인이 아니구나.'

그동안은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 오자 무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때 단주가 말을 걸었다.

"소장주님. 출발을 할까요?"

단주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출발하세요."

"그럼 마차에 오르십시오."

장수는 단주의 말에 힘없이 마차에 올랐다.

상단이 움직이자 청운이 청솔에게 말을 걸었다.

"사형.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 정말 원시천존님께서 도움이 크구나."

"본파에서 수색작업을 하라는 상황에서 이렇게 쉽게 상단에 합류할 수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청운이 말에 청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 역시 생각지도 못했다. 보아하니 소장주라는 자는 마음이 착한 거 같구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일이 너무 순조롭게 풀리는 거 같습니다."

"음…. 그렇지.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것을 의심해 봐야 하는 상황이다. 감히 본파의 앞마당에서 상단을 납치하다니 말이야."

청솔의 말에 청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어느 무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본파를 우습게 본 것 같습니다."

청솔은 잠시 상단을 살펴보았다.

"이정도 상단이라면 습격하는 무리가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렇습니다. 그들을 역으로 파악하면 몸통이 들어나겠지요."

"그래. 그래서 빨리 우리 임무를 끝냈으면 좋겠구나."

"예. 사형."

청솔은 두 사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경계를 확실하게 해라."

"알겠습니다. 사형."

장수는 마차 안에서 답답한 마음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토록 기대했던 무당파의 제자들을 만났지만 의문만 더 생긴 것이다. 더구나 마음대로 걷지도 못하는 몸을 가졌기에 느끼는 실망감은 더욱 컸다.

그때 단주가 장수에게 말을 걸었다.

"소장주님."

"예. 단주님."

"저 도사들을 어떻게 알게 되었습니까?"

단주의 말에 장수는 객잔에서의 일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렇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몰랐는데 소장주님께서는 사교성이 좋으시군요. 이번에는 잘하셨습니다. 저 도사님들이 무당에서의 직위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끈을 만든 것이니까요. 무당과의 관계는 많을수록 좋은 거거든요."

단주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도사라고 모두 좋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원래 도사들 중에는 사기꾼이 많습니다. 그들은 그럴듯한 말을 하며 돈을 달라고 합니다. 그러니 그런 것은 주의 하셔야 합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기꾼이라고요?"

장수로서는 전생에 혈교에 적을 두었기 때문에 도사를 만날 일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단주의 말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잘못 걸리면 전 재산을 탕진하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지금 만난 저들이 무당파의 도사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무당파의 도사가 아니라고요?"

"그렇습니다. 무당파가 도가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기에 많은 도사들이 그곳이 이름을 팝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무당파라고 밝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무당파가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습니까?"

장수의 말에 단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 도사들을 바라보십시오."

장수는 자신도 모르게 단주의 지시에 따라 도사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저들이 걸으면서도 주위를 둘러보는 것을 보십시오. 제가 봤을 때 저들은 무당파의 도사가 아니라 좀도둑일 확률이 있습니다. 그러니 주의하셨으면 합니다."

장수는 단주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객잔에서 도사들이 내뿜는 맑은 진기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설마 좀도둑이 저런 정심한 기를 가지고 있겠습니까?'

장수는 굳이 자신이 생각을 입으로 말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주의 하도록 하겠습니다."

단주는 장수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잘된 거 같구나. 이렇게 미리 사기꾼을 만나주어야 소장주의 교육에 도움이 되니까 말이야. 차라리 저 도사들이 진짜 좀도둑이었으면 좋겠구나. 그럼 나에 대한 소장주의 평가가 높아질 텐데 말이야.'

단주로서는 도사들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는 장사를 해서 이득을 취해야 하는데 도사들은 아무것도 안하고 입으로만 먹고 사는 사람들이였기 때문이었다.

청운은 주의를 세심하게 살피며 가고 있었다. 그로서는 본파에서 받은 임무를 충실하게 따라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주의를 살피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형."

청운이 말에 청솔이 대답했다.

"무슨 일이냐?"

"이곳에 본파의 표식이 있습니다."

청운이 말에 청솔이 인상을 썼다.

"뭐라고?"

청솔은 급하게 표식을 살폈다.

"이런……."

표식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단순히 나무에 상처가 난 것이었다.

하지만 무당파 도사들이 보기에 분명 자신들의 문파에서 만든 표식이었다. 표식에는 많은 뜻이 있지 않았다. 위험하다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말이었다.

"이 표식은 저번에 출발한 청현 사형의 표식입니다."

"그래. 청현이 매우 위급한 상황에서 남긴 거 같구나."

청솔이 안색이 굳어졌다. 청현은 고수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본파의 고수들도 합류한 상태였다.

"어떻게 하지요?"

그들로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표식이 남겨진 방향은 상단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들 3명으로 조사를 하기에도 부족한 감이 있었다. 거기에 상단이 언제 공격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청솔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다가 급하게 서찰을 꺼내 몇 글자를 적었다. 그런데 보통의 글자와는 달랐다. 무당파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문이었던 것이다.

"서찰을 본파에 넘겨주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표식이 남겨진 곳까지 살피고 오자."

청솔은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려고 생각한 것이다. 청솔의 말이 끝나자 청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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