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편 - 동행
장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청솔이 그에게 서찰을 가지고 왔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장수의 말에 청솔이 웃으며 말했다.
"갑자기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야 하는데 부탁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장수로서는 도사들과 같이 가고 싶었다. 무당에 아무런 연고도 없었기에 도사들과 같이 있어야 쉽게 무당파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바쁜 일이 생기신 겁니까?"
장수의 말에 청솔은 난색을 띠었다.
"본파의 일이라 자세한 설명은 해 드릴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처리한 후에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꼭 돌아오십시오."
장수의 말에 청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소장주님. 임무만 마치면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드린 서찰은 저희가 오지 않으면 꼭 무당파에 전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도사님."
청솔은 장수의 말에 사람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청솔은 인사를 마친 후 빠르게 어딘가로 향했다.
장수는 그런 도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단주가 말을 걸었다.
"이거 수상한데요. 저 도사들이 왜 상단에서 빠져 나갔을까요?"
단주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요."
장수의 말에 단주는 고개를 흔들었다.
"제가 그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니까. 뜨끔했을 겁니다. 아마 모든 게 들통났다고 생각한 거겠죠. 그래서 떠난 것일 겁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상단에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았지 않습니까?'
"물론 제가 있으니까. 못 입힌 겁니다. 제가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니니까요. 하여튼 소장주님도 오늘 일을 교훈으로 삼으셔야 합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단주님 제가 꼭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단주는 말과 함께 상단을 출발 시켰다.
도사들이 빠져 나간 후 상행은 아무런 이상 없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상단이 움직이는 동안 장수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 뭐지?"
장수의 몸은 비대했지만 그의 몸에는 선천지기로 가득 차 있었다. 선천지기 덕분인지 장수는 타인보다 감각이 월등히 좋았다.
장수는 숲에서 미약한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장수는 단주에게 말을 걸었다.
"저 숲에 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는 웃었다.
"숲이라니요? 저렇게 멀리 있는 숲에 뭐가 있는지 어떻게 아십니까?"
단주의 말에 장수는 할 말이 없었다. 그로서는 숲에 살기가 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장수는 대답대신 마차 밖의 표두를 불렀다.
"표두님."
장수가 부르자 표두가 크게 대답하며 달려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원래 상단에 소속되어 표행을 하면 표두의 입장에서 지켜야할 표물은 하나뿐이다. 하지만 소장주와 함께 가면 지켜야할 표물이 두 개가 되었다. 소장주도 표물인 셈이었다.
표두가 오자 장수는 손으로 숲을 가리켰다.
"저 숲에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장수의 말에 표두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표행과 관련되어서는 무슨 일이든 진지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숲에요?"
"그렇습니다."
표두는 심각한 표정으로 앞에서 경계를 서던 표사에게 외쳤다.
"숲 부분을 위주로 경계를 해라."
"알겠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조사부터 해야 했다. 표두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표두는 경계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뒤에 급하게 장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셨습니까?"
표두의 얼굴은 진지했다. 그로서는 조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표두의 말에 장수로서는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더구나 표두의 재빠른 행동에 당황한 면도 있었다.
"그, 그게…. 숲에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요."
표두는 장수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 사람이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
표두는 잠시 숲을 바라보았다.
"제 눈에도 안 보이는데 소장주님 눈에 보였다니 정말 신기하군요. 상당히 먼 거리인데 눈이 좋으신가 봅니다."
표두는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로서는 이런 일을 미처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때 경계를 하던 표사가 외쳤다.
"표두님. 숲에는 사람 흔적이 없습니다."
"그래?"
"예."
대충 흩어 본 수준이었지만 경험 많은 표사의 말이니 문제가 없을 것이다.
표두는 장수를 바라보았다.
"소장주님 경계는 제가 설 테니, 소장주님은 주위 풍경이나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표두는 맥 빠진 말투로 말을 했다. 그로서는 크게 화를 낼 일이였지만 다른 곳도 아닌 석가장의 소장주라 크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표두의 말에 장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표사가 들어간 곳이 너무 짧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야 합니다."
"네?"
표두로서는 황당한 말이었다. 표사가 들어가 확인한 곳도 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 거리였다. 그런데 더 들어가야 한다니 무슨 말인가?
그때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악. "
"적이다."
앞에 있던 표사들은 외마디 비명밖에 지를 수가 없었다. 숲에서 짧은 순간 수십 발의 화살이 표사들을 향해 날아 온 것이다.
"젠장! 모두 수레 뒤로 피해라!"
표두의 말에 표사와 무사들은 급하게 표물 뒤로 몸을 숨겼다. 화살을 상대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삽시간에 십여 명이 쓰러졌다. 특히 앞에 있던 자들은 하인이나 무사나 할 거 없이 모두 죽어 버렸다.
화살은 계속해서 쏟아졌다.
하지만 거리가 멀었고 활을 쓰는 자들이 실력이 많이 부족했다. 더구나 처음에는 방심을 해서 피해를 입었지만 대비를 하자 죽어가는 사람은 줄어들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화살이 떨어지더니 어느 순간 화살이 멈추었다.
그러자 표두는 인상을 썼다. 이제 산적이 나올 차례였기 때문이었다.
원래 산적은 협상을 시도하고 협상이 틀어졌을 경우에만 공격을 하지 지금처럼 먼저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 경우가 있다면 이유는 한 가지 뿐이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자들을 죽이고 증거를 인멸하려는 짓인 것이다.
잠시 뒤 산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숫자는 무려 오십 명에 달했다.
표두는 산적들의 숫자를 보고 인상을 썼다. 저 정도 숫자면 상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었다. 만약 적들 중에 고수급만 없다면 자신과 표사들이 힙을 합치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웬 놈들이냐?"
표두는 큰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산적들 중 덩치가 매우 좋은 녀석이 앞으로 나섰다.
"죽을 놈들이 알아서 뭐할 것이냐?"
표두는 안색을 굳혔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산적들은 아예 협상 자체를 생각지도 않았다. 그것은 아무도 살려두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우리와 싸우면 너희들의 피해도 상당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겠느냐?"
표두는 최악의 사항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표물을 어느 정도 넘기더라도 석가장의 소장주만은 살려야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산적들은 웃을 뿐이었다.
"하하하! 어리석은 녀석들아 너희들 정도를 잡는데 우리가 피해를 입을 거 같으냐?"
덩치가 좋은 녀석은 크게 외쳤다.
"얘들아! 쳐라."
"알겠습니다."
말과 함께 50 명의 산적들이 달려 나갔다.
산적들이 달려오자 표두는 인상을 썼다. 쉽지 않은 상대라 생각한 것이다. 산적들의 수만 봐도 표사들 수보다 훨씬 많았다. 그리고 풍기는 기도도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녀석들처럼 보였던 것이다.
거기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의 실력은 자신과 비슷해 보였다. 이 정도라면 상황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는 표사들과 무사들을 바라봤다.
"적들이 노리는 것은 표물이 아니라 우리의 목숨이다. 그러니 모두들 목숨을 걸고 싸우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무사들은 평상시라면 표두의 명령을 듣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어린아이라도 알만한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표두의 말을 군소리 없이 따랐다.
표두는 칼을 움켜쥐었다. 산적들이 더 다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괜히 먼저 나서서 힘을 뺄 필요는 없었다.
표두는 적들이 달려오는 것을 자세히 살폈다. 침착하면 살 수 있었다. 그는
오랜 표행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냉정해 질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다!"
말과 함께 표사들과 무사들이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