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편 - 동행
채주는 세 명의 남자와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로서는 통행료만 받고 싶었지만 자신이 옆에 있는 자들이 무서워서 그럴 수가 없었다.
"어렵겠는데요."
채주는 그냥 무력이 강해서 채주가 된 게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상대방과 자신의 세력을 비교해서 우세할 때만 공격했기에 채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표행은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보통의 상단이라면 표사들의 숫자가 30명밖에 되지 않았겠지만 이번 상단의 표사들의 숫자가 대충 50명은 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채주의 말에 혈의를 입은 자가 말했다.
"전력은 산채가 더 나은 거 같소."
"숫자만 많았지. 실력은 표사들이 더 나은 거 같습니다."
채주는 말을 하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부하 하나를 잃을 때마다 자신의 세가 줄어드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상단은 방심한 채 좀 더 숲에 다가왔을 테고 그때 화살을 쐈더라면 최소한 절반 이상은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상단 녀석들이 걸음을 멈추고 숲을 조사했기 때문에 제대로 피해를 입힐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 한명의 산적이 목숨을 잃었다. 표두로 짐작되는 녀석이 검을 쓴 것이다.
"이런…!"
채주는 인상을 쓰며 표두를 바라보았다. 표두만 없다면 숫자로 밀어 버리면 된다. 하지만 표두 때문에 그게 쉬울 거 같지 않았다.
채주는 간절한 눈빛으로 혈교에서 파견된 혈의인을 바라보았다.
"도와주십시오."
채주의 눈빛에 혈의인은 재미있다는 듯이 표정을 지었다.
"아직까지는 버틸만한 거 같소. 그리고 산적들이 경험이 너무 적은 거 같으니 이번 기회에 실력향상을 시키는 것이 더 좋을 거 같소."
채주는 인상을 구겼다. 그가 볼 때 혈의인은 산채가 전멸해야 나설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제가 나서겠습니다."
표두만 그가 상대한다면 산적들이 충분하게 승산이 있었다. 숫자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시오."
혈의인이 말에 표두는 거대한 몽둥이를 든 채 표두에게 고함을 쳤다.
"이 녀석! 네 상대는 바로 나다!"
거력패웅이라는 무림명까지 얻은 실력이었다. 채주는 몽둥이를 휘두르며 표두에게 달려갔고 표두 역시 그를 보자 안색을 굳힌 채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서로가 맞수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