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17화 (17/398)

17편 - 첫 출수

장수는 인상을 쓰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전세는 아직 표사들에게 있는 듯 했다.

표두의 실력이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산적들을 쉽게 죽이자 사기가 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산적들의 채주가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놀랍게도 채주는 고수였다. 채주가 표두를 상대하는 동안 표사와 무사들은 산적들에게 밀렸던 것이다. 다행이 표물이 있었기 때문에 벽을 기대고 싸워서 포위를 안 당했지만 점점 불리해지는 상황이었다.

상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표사들을 피한 산적들이 하인들을 학살하러 달려든 것이다.

하인들도 기본적인 단련은 했지만 산적들을 상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때문에 도망을 치거나 죽임을 당할 뿐이었다.

장수는 잠시 생각을 했다.

그때 그의 옆에 있던 단주가 겁먹은 표정으로 장수에게 말을 걸었다.

"도, 도망가야 합니다. 소장주님."

단주는 장원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말을 건 것이다. 장원의 유일한 후계자인 그가 죽는다면 석가장의 미래가 어두웠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마음이 너무 따스했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다. 단주님."

단주는 장수의 미소를 보자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미소로 산적을 상대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장수는 거대한 체격으로 서서히 일어섰다. 그리고 마차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단주가 장수의 손을 잡았다.

"위험합니다. 소장주님!"

장수는 단주의 손을 부드럽게 놓았다.

"제가 하는 것을 봐주십시오."

"안됩니다. 저들은 무공을 익힌 자들입니다. 소장주님은 무공을 익히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당장 도망가셔야 합니다."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습니다."

하인들이 얼굴은 모두 한 번 씩은 본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의 피가 끓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무공을 발휘하고 싶었다. 그래서 산적들을 모두 때려잡고 싶었다.

그때 비명소리가 들렸다. 산적이 하인을 향해 칼을 휘둘렀던 것이다.

산적의 실력은 이류무사 정도의 실력이었다. 하인도 시간이 날 때마다 무공을 연마했지만 전문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산적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다. 산적이 휘두르는 무기에 순식간에 무기를 놓쳤다.

"으아아아악!"

하인의 실력으로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를 보호할 무사들과 표사들은 조금 먼 곳에 떨어져 있었다.

장수는 하인을 죽이려는 산적들을 보자 인상을 썼다. 하인의 얼굴은 그도 아는 자였다. 가끔씩 자신의 흉을 보았지만 자신 주위에서 열심히 심부름을 하던 자였다. 이런 곳에서 죽일 수는 없었다.

장수가 앞으로 나서자 산적들이 비웃었다.

"뭐야? 저 돼지는? 상단에서 키우는 돼지인가?"

"그래. 상단에서 고기를 해먹으려고 돼지를 데리고 다닌다는 말은 들었는데

내 눈으로 볼 줄은 몰랐군."

"어디 한번 오늘 저녁에는 푸짐하게 돼지고기를 먹어 볼까?"

산적들은 말을 하면서 칼에 힘을 주었다. 그들은 장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척 봐도 비싸 보이는 마차에서 나오는 귀한 인질을 함부로 죽일 필요가 없었다. 나중에라도 비싼 가격에 팔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산적들이 말에 장수는 웃음이 나왔다.

'우습구나.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자가 있었다니?'

무언가 가슴을 꽉 채우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부끄러움과 기쁨이 섞여 있는 그런 것이었다.

무공을 배우는 자로써 몸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이제 몸을 움직여 싸울 수 있겠다는 무공광의 기쁨.

장수가 웃자 산적들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돼지가 미쳤나? 분위기 파악을 못하네? 너는 산채로 산채에 데려갈 테니 얌전히 오라를 받아라."

산적들은 말을 하면서 장수를 다 잡은 것처럼 생각한 듯이 방심했다. 장수는 천천히 두 손을 올렸다.

펑!

엄청난 폭음과 함께 한명의 산적이 하늘로 붕 떴다. 그리고 땅에 떨어졌는데 그의 입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뭐야?"

날아간 동료를 보던 산적 역시 순식간에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쾅!

땅에 박힌 산적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순식간에 주변이 조용해 졌다. 덩치가 산만한 돼지가 순식간에 두 명의 산적을 제압한 것이다.

"뭐, 뭐야?"

산적들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실력으로 봐서는 고수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젠장 빌어먹을.'

채주는 인상을 썼다. 겨우 상단 하나에 고수가 두 명이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상대하는 표두도 만만한 녀석이 아니었다. 그런데 다른 녀석의 실력도 보아하니 자신과 비등해 보였다.

반대로 표두는 실력을 발휘한 장수를 보고 놀라워했다.

'말도 안 돼. 실력을 감추고 있었던 것인가?'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전혀 고수라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들린 소리로 봐서는 분명 고수는 되어 보였다. 갑자기 드러난 소장주의 실력에 당황했지만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쨌든 자신들이 유리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장수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장력이 생각보다 강했던 것이다.

그의 몸은 매우 느려졌다. 그래서 방심하던 산적을 향해 최선을 다해서 장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그리고 기대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

"이게 내 실력인가?"

다시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휘한 장력이었다. 그동안 동작은 연습했지만 장력의 위력은 시험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동안 연습하지 못한 장력의 위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뛰어나자 장수는 기분이 좋았다.

장수는 기쁜 마음을 잠시 동안 누렸다. 하지만 길게 기뻐할 수는 없었다. 인상을 쓰면서 산적들이 장수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산적들은 자신들이 들고 있는 칼을 꽉 쥔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방금 전의 녀석들처럼 방심하지 않는 게 눈에 보였다.

'큰일 났구나.'

장수로서는 큰일이었다. 그의 몸은 너무나 느렸다. 그래서 빠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장력의 위력은 충분히 고수였지만 신체 능력은 일반 무사보다 못했다.

산적들은 인상을 쓰며 장수를 바라보았다. 방금 펼친 장력만 보더라도 보통 녀석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를 그대로 둘 수 없으니 포위라도 한 것이다.

그 사이 장수의 손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일단 장력이 펼쳐지자 산적은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장수의 몸은 느렸지만 장력은 상승의 깨달음이 가미되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산적은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다시금 산적의 몸이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갔다. 장수 혼자서 산적 3명을 순식간에 해치운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장수의 의외의 활약에 열세였던 표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상황이 어찌되었든 간에 장수는 그들의 편이었다. 때문에 그의 실력을 보자 함성을 지른 것이다. 그에 반해 산적들이 표정은 일그러졌다. 장수가 너무나도 강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장수는 웃어 보였다.

'아직 내 실력이 녹슬지 않았구나.'

초절정고수였던 그가 겨우 일반무사를 상대로 우위를 보인 것이었지만 그는 매우 흡족했다.

장수는 산적들을 바라보았다.

"흐흐흐. 덤벼라."

장수의 말에 산적들은 몸을 떨더니 급하게 칼을 휘둘렀다. 그도 장수가 맞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심한 압박감에 휘두른 칼질이었다.

그 순간 장수는 인상을 썼다. 칼의 움직임은 똑똑히 보였다. 그런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피해져라. 피해져…."

장수는 간절히 말하면서 있는 힘껏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피하는 게 늦어 산적의 칼이 장수의 몸을 벤 것이다.

"으악!"

엄청난 고통에 장수는 이를 악물었다. 전생이라면 이정도 고통쯤은 웃으며 참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처음으로 고통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인지 베인 상처보다 더한 고통이 장수의 뇌리를 휘저었다.

하지만 더 놀란 사람은 산적이었다. 설마 고수는 되어 보이는 장수가 칼을 그대로 맞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뭐야, 이 자식?"

산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설픈 칼에 맞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녀석, 허당 아냐?"

몸이 느리지만 힘이 강한 녀석이 있다. 그런 녀석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공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산적들은 그 생각을 하자 미소를 지었다.

"빠르게 공격하자!"

산적은 말과 함께 빠르게 움직이면서 장수의 몸을 베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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