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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9화 (19/398)

19편 - 첫 출수

혈의인은 싸움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이거 재미있구나."

혈교에서 명령을 받았을 때는 따분한 일이 될 거라 생각을 했다. 상행을 나서는 자들의 무력이 강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따분한 일로 생각한 상단에 고수가 두 명이나 있었던 것이다.

"조장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부하의 말에 조장은 미소를 지었다. 그 자신은 일급 고수였고 그의 부하들 역시 고수였던 것이다.

"18호가 상대해."

"예."

두 명의 부하가 동시에 움직이려고 했다. 그러자 조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혼자가."

"예? 하지만……."

"혼자가!"

조장의 명령에 18호라 불린 자가 움직였다.

조장은 호기심이 들었던 것이다. 뚱뚱한 녀석의 무위가 궁금했던 것이다.

18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교에서는 상명하복이 철저했기 때문이었다.

'저런 괴물을 나 혼자서 어떻게 상대하지? 둘이서 싸우면 쉽게 이길 수 있을 텐데.'

생각은 반대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조장이 안보이게 인상을 쓰며 장수에게 다가갔다.

장수는 다가오는 적을 느끼자 갑갑함을 느꼈다. 대충 느껴지는 기운이 고수급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매우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혈교.

분명 이 느낌은 혈교의 느낌이었다.

'이를 어쩌지?'

전생이라면 고수정도는 장수에게 우스운 것들이었다. 그때의 장수는 고수정도라면 전력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산적하나를 제압하는 것도 매우 힘들었다. 산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무리와 내공이 있었기에 이길 수 있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자신이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고수를 상대해야 하다니.

장수는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매우 근육질에 덩치가 컸다. 하지만 그 큰 덩치도 장수와 나란히 서자 작아 보였다.

장수는 덩치를 보며 말했다.

"죽고 싶으냐?"

장수의 말에 덩치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죽는 것은 너다."

덩치는 싸움에 대한 경험이 많았다. 그랬기 때문에 장수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장수의 동작이 매우 느리기 때문에 공격만 제대로 피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처럼 느꼈던 것이다.

덩치는 등에 메고 있던 거대한 칼을 꺼내 들었다.

"죽여주마!"

덩치의 말에 장수는 살기를 느꼈다. 덩치의 말은 진심이었던 것이다.

"난 죽기 싫은데?"

장수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과연 자신이 그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수의 속도는 무시할만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장수의 말에 덩치는 씨익 웃었다.

"그것은 네가 판단하는 게 아니다. 내가 판단……!"

말을 하는 사이에 장수의 손이 움직였다. 그와 함께 장력을 발휘했다. 말을 하는 사이에 기습을 한 것이다.

하지만 덩치는 비웃었다. 손바닥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느렸기 때문에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피하면서 너의 몸을 갈라주마.'

고수로서 간발의 차이로 피할 수 있었지만 장력을 상대할 때는 여유 있게 피해주는 게 좋았다. 그래서인지 덩치는 장력의 범위에서 좀 더 피한 후에 장수를 내리치려고 했다.

쾅!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덩치는 왼팔을 부여잡았다. 마지막 순간에 피하려고 했지만 장력이 기이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피할 수가 없었다.

"이, 이놈 무슨 사술이냐?"

사술이 아닌 실력차이였다. 하지만 덩치는 그런 것을 알아볼 눈이 되지 않았다. 그는 장수가 사술을 펼친 거라 생각했다.

"사술이 아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 손바닥을 뻗었다. 고수의 움직임은 엄청날 정도다. 지금 상황에서 장수가 그런 움직임을 따라갈 수 없었다. 지금 승기를 잡았을 때 몰아 쳐야지 그렇지 않다면 제압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장수는 연속해서 장력을 펼쳤다. 장력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가히 고수라 해도 제대로 맞으면 죽을 수밖에 없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하지만 덩치는 결정적인 순간 일 때마다 빠르게 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피해가 누적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장수는 미친 듯이 장력을 내뿜었다. 그리고 덩치는 거대한 칼을 이용해서 장력의 공세를 무위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 모습을 보던 조장은 알 수 없다는 듯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뭐지?"

그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장수의 움직임은 느렸다. 보통의 무사보다도 더 느렸기 때문에 자신의 수하가 잘만 피하면 아무런 피해 없이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반대였다. 자신의 수하는 보이는

움직임을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장은 인상을 쓰더니 크게 외쳤다.

"뭐하는 짓이냐?"

조장의 말에 덩치는 인상을 썼다. 조장에게 찍히면 앞으로 생활이 힘들어지

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교내에는 자신과 비슷한 정도의 실력자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한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는 것이다.

덩치는 인상을 쓰더니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전력을 기울여 칼을 크게 휘둘렀다.

휘이이이익.

엄청난 소음이 사방으로 퍼졌다. 고수가 전력을 다해 휘두른 일격이었다. 장수 역시 최대한 뒤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장수는 인상을 구겼다. 기회가 있을 때 상대방을 제압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이제 상대방이 자신이 공격에서 벗어났으니 우위를 지키기 힘들어 진 것이다.

반대로 덩치 역시 인상을 구겼다. 방금 전 펼친 일격은 그의 진원진기까지 꺼내 쓴 것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회복이 불가능했다.

"너 반드시 죽는다."

덩치의 이마에 힘줄이 튀어 나왔다. 그가 화가 났다는 표시였다.

그는 기수식을 취했다. 도법을 펼치려는 것이었다.

장수는 그의 기수식만으로도 그가 펼치려는 무공이 무엇인지 알았다. 바로 절혼도법(絶魂刀法)이었다.

혈교의 도법 중에서 중급에 해당하는 도법이었다. 장수 역시 저 도법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다.

'녀석을 죽여야겠구나.'

혈교와 관련된 자는 죽여서 복수를 해야만 했다.

장수가 살기를 띠자 덩치도 들고 있던 도에 힘을 주었다. 그 역시 장수를 죽일 생각을 한 것이다.

절혼도법은 그 위력이 강맹했다. 힘을 위주로 사용하는 도법이었고 변화가 무쌍한 도법이었다.

덩치는 기합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기합과 함께 장수를 베었다.

"이런."

장수는 최대한 몸을 비틀었다. 절혼도법이 무서운 점은 공격을 가할 때는 그 자신의 무위가 절정의 경지가 아니라고 해도 강제로 도기를 형성된다는 점이었다.

더구나 방어를 위한 초식이 없기 때문에 매 초식마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서운 마공절학의 도법이었다.

장수 역시 그런 것을 알고 있었고 초식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배에는 날카로운 상처가 하나 둘, 늘어만 갔다.

"윽."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덩치는 연속해서 도를 휘둘렀다. 장수로서는 쉽게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알고 있는 초식의 움직임 위주로 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장수는 덩치의 검이 움직이기도 전에 몸을 비틀며 도의 움직임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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