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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0화 (20/398)

20편 - 첫 출수

덩치도 장수의 움직임을 보고 상황을 알 수가 있었다. 움직이기도 전에 피하는 것은 검법의 초식을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 자식! 절혼도법을 알고 있구나."

덩치는 인상을 썼다. 그가 10년 동안 고심을 해서 익힌 도법이었다. 그런 도법을 미리 알고 있는 자가 있다면 파훼법을 모두 알고 있는 것과 진배없었다.

"너는 반드시 죽어야겠다."

덩치는 빠르게 도를 움직였다. 최대한 빨리 장수를 죽이기 위해서였다.

장수 역시 여유가 있다면 초식을 펼친 뒤에야 움직였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여유롭지 못했다. 먼저 움직여야 가까스로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으…… 윽."

장수는 최대한 피했지만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덩치가 펼치는 무공은 한 수, 한 수에 도기가 실려 있었다. 더구나 거대한 도를 이용했기에 장수의 상처는 그 수가 늘어났고, 깊이도 깊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자신은 죽을 것이다.

"죽어라."

덩치는 한마디 말과 함께 장수를 두 동강 낼 듯한 기세로 베어갔다.

장수도 반사적으로 두 팔을 도를 향해 뻗었다. 도의 움직임과 깃든 힘이 얼마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공의 경지도 장수가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속도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때 외마디 소리가 터졌다.

"멈춰라."

조장이 말이었다.

덩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본능적으로 도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내려치는 힘이 있었는데 그것을 다시 회수하면 내상을 입을게 뻔했다.

하지만 덩치는 체념한 표정으로 기운을 거두어 들였다. 그와 함께 오장육부에서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속도가 줄어들자 장수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는 죽을 수 없었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목숨 값이었다. 유운에게 어떻게 하든지 간에 은혜를 갚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를 보고 싶었다. 죽기 전에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장수가 원하자 상단전에서 한줄기 청량한 기운이 뻗어 나왔다. 바로 선천진기였다. 그 기운은 매우 빠르게 두 손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장수의 팔이 아까보다 빠르게 움직여졌다.

팍.

장수는 가까스로 도를 잡아 챌 수 있었다. 그와 함께 도를 치우며 동시에 몸을 돌렸다.

쾅!

도는 지면을 강하게 내리쳤다. 이미 덩치가 상당량의 기운을 회수한 뒤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힘을 발휘한 것이다.

그와 함께 장수는 덩치의 빈틈을 강하게 공격했다.

퍽.

소리와 함께 덩치는 그대로 한 바퀴 굴렀다.

하지만 장수도 방금 전에 힘을 모두 소비했기에 그다지 강한 일격이 아니었고, 덩치도 그 정도 일격으로 어떻게 될게 아니었다.

덩치는 조장을 바라보았다. 지시를 다시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녀석을 잡아라. 녀석이 어떻게 절혼도법을 알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조장은 장수의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혈교의 무공이 유출된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 뒷배까지 알아내야 큰 공이 되는 것이다. 이대로 장수를 죽이는 것은 공이 되지 않았다.

"17호. 너도 같이 해라."

조장의 말에 그의 옆에 있던 덩치도 고개를 끄덕이며 급하게 달려 나갔다.

장수는 그 모습을 보자 인상을 썼다. 그 역시 예전 혈교에 적을 두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들의 충성심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들도 세뇌를 받았겠지?'

혈교의 무서운 점은 수하들에게 세뇌를 시킨다는 것이었다. 물론 완벽하게 신체의지를 거두는 세뇌가 아니라 충성심이나 복종심 같은 부분만을 건드리는 세뇌였다.

그 역시 예전에는 세뇌를 당했었다. 하지만 절정고수만 되도 세뇌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고 초절정고수가 되면 가진 깨달음 때문에 세뇌가 깨진다.

장수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두 덩치에게 측은지심을 느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당장은 그가 살아야만 했다.

고수가 두 명이었다. 한 명일 때도 벅찼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승산이 아예 없었다.

뒤에서 구경을 하던 표사들과 무사들도 표정이 굳어졌다.

승부가 빤히 보였던 것이다.

갑자기 괴력을 발휘하던 소장주도 두 명의 고수를 상대할 수 없을 것이 뻔했던 것이다.

두 명의 덩치는 천천히 장수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장수는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로서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것이다.

'무조건 살아남는다. 그래서 유운을 만난다.'

그는 필사의 자세를 잡았다. 그때 내공의 섞인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멈춰라."

거대한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몰렸다. 거기에는 세 명의 도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청솔일행이었다.

"도사님!"

장수는 반가운 목소리로 그들을 불렀다. 그들이 합류하면서 승산이 생겼기 때문이다.

청솔일행을 보자 조장은 인상을 썼다. 계획이 틀어졌던 것이다.

“이런. 네 녀석들은 웬 놈들이냐!”

조장의 말에 청솔은 인상을 썼다.

"그것은 네놈이 더 잘 알지 않느냐?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본파의 앞마당에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내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

무당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조장은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주변을 빠르게 살펴보았다.

'우리가 불리하구나.'

조장은 일류고수였다. 그리고 그의 수하와 채주까지 해도 고수가 셋 밖에 되지 않았다.

저쪽도 고수들의 숫자는 같았지만 피에 절은 저 뚱땡이가 변수였다. 도저히 녀석을 제압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더구나 자신의 부하 중 한 명은 내상을 입은 상황이었다.

"별수 없구나. 후퇴하자!"

‘후퇴’라는 말에 덩치들은 인상을 썼다. 하지만 이미 명령이 내려온 이상 어쩔 방법이 없었다. 그들은 빠르게 조장의 옆으로 다가갔다.

낭인채의 채주가 인상을 썼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이길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의 말에 조장이 인상을 썼다.

"분명 후퇴한다고 명령을 내렸다."

채주는 조장의 말에 인상을 썼지만 자신의 눈에도 이미 전세가 역전된 것이 빤히 보였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산적들에게 외쳤다.

"후퇴!"

채주는 말과 함께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산적들 역시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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