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편 - 첫 출수
표사들과 청솔일행은 그 모습을 그대로 바라만 볼 뿐이었다. 장내가 정리되자 청솔이 장수에게 다가왔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도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청솔은 말을 하다 장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 상처가 심하십니다."
"괜찮습니다."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아까부터 현기증을 느끼고 있었다. 오늘 피를 너무 많이 흘렸던 것이다. 의식하지 않고 있던 것이 갑자기 떠오르자 급격한 현기증과 함께 장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청솔은 장수를 급하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의 몸을 살폈다.
그러자 표두와 단주가 다가왔다.
"어, 어떻습니까?"
소장주는 오늘의 영웅이었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오늘 상단은 전멸을 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는 석가장의 소장주였다. 거기다 장주가 애지중지하는 단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고 어떻게든 살려야만 했다.
표두의 말에 청솔은 급하게 말했다.
"천을 깔아주십시오. 상처를 봐야 합니다."
보기에도 위중해 보이는 상처였다. 이 상태로 내버려두면 필시 죽을 것이었다.
청솔은 급하게 상처를 살펴보았다.
"제 것으로는 모자랄 것 같습니다. 가지고 계신 금창약을 주십시오!"
청솔은 말과 함께 자신이 몸에서 금창약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단주가 놀란 눈을 했다. 청솔이 입고 있는 옷과는 다르게 그가 지금 꺼낸 금창약은 매우 비싼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단주는 급하게 외쳤다.
"금창약을 가져 와라!"
단주가 외치자 하인들은 급하게 금창약을 챙겨 왔다.
청솔은 우선 자신의 금창약을 장수의 몸 구석구석에 발랐다. 하지만 장수의 몸이 워낙 컸고, 상처도 많았기 때문에 그가 가진 금창약은 금세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도사들이 가지고 있던 금창약을 거의 다 사용함과 동시에 하인들이 찾아낸 금창약이 당도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장수의 몸에 난 상처에 금창약을 모두 바를 수 있었다.
청솔이 금창약을 바르자 하인들이 들것 같은 것을 가지고 와 장수를 마차로 옮겼다. 그 뒤를 청솔이 따라갔다.
청솔은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의 질문에 대답해줄 장수는 부상을 당해 정신을 잃고 하인들로 하여금 옮겨지고 있었다.
그 사이에 표두와 단주는 급하게 마차를 정비하고 움직일 준비를 했다.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소장주가 죽는 일이 벌어지면 큰일이었다.
표두는 급하게 표사들에게 외쳤다.
"지금부터 표물 운송을 돕는다."
원래 표사는 표물을 건드리지 않았다. 적에 대한 방비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까의 습격으로 하인들이 많이 죽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더구나 그들은 소장주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 소장주가 싸우는 모습을 그들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사들도 급하게 상단을 돕기 시작했다. 그들의 소장주였다. 만약 소장주가 죽는다면 그들에게 큰 화가 닥칠 것이었다.
더구나 오늘 싸우는 모습은 무사들의 가슴에 불을 지펴 주었다. 언제부터 무공을 익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그들의 소장주는 그들의 영웅이 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비록 너무 둔한 움직임이었지만.
무공을 익힌 무사들과 표사들이 힘을 합치자 상단은 빠르게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죽은 시체는 그대로 땅에 묻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단주가 표두를 바라보았다.
"준비가 끝난 거 같은데요?"
"알겠습니다."
표두는 무사들과 표사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가자!"
표두의 외침과 함께 상단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가는 동안 더욱 조심을 하면서 움직였다. 그들의 소장주가 크게 다친 상황이었다. 주변 경계에신경 쓰면서도 속도는 더욱 빠르게 가야만 했다.
마차 안에는 청솔과 단주가 장수의 상처를 돌보고 있었다.
죽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처였다. 때문에 단주는 계속해서 금창약을 발라주면서 살아있는지 확인을 해야만 했다.
청솔은 이 정도의 중상을 입은 사람을 처음 보았다.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난감하기만 했다.
청솔은 장수를 치료하면서 단주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저는 소장주님이 무공을 익히지 않은 줄 알았는데 고수를 상대하고 있더군요."
청솔이 말하자 단주는 신이 나서 떠들었다.
"예. 저도 소장주님께서 그렇게나 강하신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강하신줄 처음 알았다고요?"
단주의 말에 청솔은 의구심을 가졌다. 수하들이 모르게 무공을 닦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고 귀찮은 일이었다.
"그렇습니다."
"같이 생활을 하지 않으셨나보군요."
청솔의 말에 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도 이번 상단 때문에 소장주님을 처음 뵙거든요. 근데 소문으로는 동작이 매우 느리다고 알려져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 정도로 강하실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요?"
청솔은 장수가 싸우는 장면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가 본 것은 고수의 기운을 풍기는 두 명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하던 한 명의 덩치 큰 혈인(血人)뿐이었다. 사실 그는 그 혈인이 사람 좋은 소장주라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었다.
"정말 오늘부터 다시 보기로 했습니다. 정말 석가장의 홍복입니다. 저렇게나 강한 무공을 가지고 계시니 이제 상단에 필요한 지식만 쌓으시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그렇군요."
청솔은 잠시 생각을 했다.
'가전무공이 있나 보구나. 그렇지 않으면 수하들에게도 무공을 익혔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겠지.'
청솔은 몇 가지 질문을 더 했다. 그러자 단주는 자신이 알고있는 범위 내에서 설명을 해주었다. 청솔은 몇 가지 사실만으로도 대략의 상황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런데 소장주님은 깨어나실 수 있으신 건가요?"
단주의 말에 청솔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제가 의원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보통사람은커녕 무공을 어느 정도 익힌 사람도 피를 이렇게나 많이 흘리면 살 수 없었다.
청솔은 장수의 손을 잡고 자신의 기운을 불어넣어주었다. 기운은 장수의 몸속 혈도를 돌기 시작했다. 추궁과혈을 시작한 것이다.
청솔은 식은땀을 흘리며 장수의 몸속 기운을 복 돋아 주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추궁과혈을 한 후에 식은땀을 닦으며 뒤로 물러섰다.
"어떻습니까?"
단주는 기대를 가지고 청솔을 바라보았다. 단주가 보기에는 청솔이 보통도사가 아닌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말로만 듣던 무당파의 고수를 직접 본 것이다.
장수의 내부는 멀쩡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위험한 상황인거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청솔은 장수의 몸을 보면서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나 빠르게 몸이 상태가 좋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장수의 몸은 끝없이 기가 돌면서 축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외공이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기운을 실질적으로 쓸 수가 없었고 단전과 세부 세맥에 쌓여만 갔다.
그런 상황에서 상처를 입자 선천지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천지기는 몸에 위험이 생기자 스스로 생명력이 있는 것처럼 장수의 몸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청솔도 장수의 몸이 나아진다는 것을 알았지만 선천지기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선천지기를 파악할 정도로 청솔의 경지나 경험이 뛰어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아지는 거 같습니다."
청솔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추궁과혈은 죽은피를 빼내는 정도 밖에 하지를 못한다. 큰 상처를 치료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장수의 몸은 마치 스스로를 치료하는 것 같았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단주가 보았을 때 청솔이 치료를 하자 눈에 보일정도로 나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상단은 빠르게 이동했다.
협상을 원하는 산적들은 돈을 주었고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면 실력발휘를 하면서 빠르게 방현으로 이동했던 것이다.
낭인채.
거력패웅은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오늘의 습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탓이었다. 하지만 함부로 혈의인에게 불편한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다. 혈의인의 배경도 무서웠지만 당장 혈의인을 이길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혈의인에게 부하들이 말을 했다.
"조장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없애야지. 녀석들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예. 하지만 그들의 실력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래. 이것은 교에 직접 알려야 할 사항이다. 우리 전력으로는 상단 하나정도만 상대할 수 있지, 무당파의 무인들을 상대할 수 없다."
"그렇습니다."
혈의인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을 했다.
"녀석들을 없애는 것은 시간이 걸리겠군. 교에 고수들의 수가 많지만 이곳까지 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테니까 말이야."
혈의인이 말에 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때 산채의 채주인 거력패웅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지 입을 열었다.
"녀석들에게 복수는 하지 않으실 겁니까?"
그로서는 교만 믿고 행동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중위급이었던 자신의 산채가 소규모로 아작이 난 것이다.
"아니. 교는 복수를 할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라."
채주는 혈의인이 말에 인상을 풀었다.
"그건 다행이군요. 하지만 녀석들을 빨리 처치하지 않으면 이곳까지 녀석들이 쳐들어 올 것입니다."
산채의 채주로서 무당파의 보복은 무서운 것이었다.
그러자 혈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걱정하지 말아라."
혈의인이 말에 채주는 기대를 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그래. 이곳에 아무것도 없을 테니 그들은 그 무엇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채주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순간 혈의인이 채주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채주는 표두랑 싸우느라 내상을 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혈의인은 순식간에 채주를 제압했다. 그러자 산적들이 인상을 썼다.
"무슨 짓이냐?"
싫든 좋든 그들의 채주였다. 그들은 인상을 쓰며 혈의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혈의인이 말했다.
"쓰레기들을 처리해라."
"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명의 부하들은 거대한 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하나 둘 산적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산적들은 비명을 지르며 고함을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도기를 뿜는 고수들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처참한 도륙의 시간이 지나자 살아남은 것은 채주 밖에 없었다.
혈의인은 채주를 부하에게 넘겼다.
"소중히 보관해라. 본교에 데려가서 작업을 할 귀중한 실험체다."
"알겠습니다. 조장님!"
"그리고 상단의 움직이는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해라. 인원만 충원되면 바로 복수를 하겠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