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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2화 (22/398)

22편 - 재회

방현.

십여 개의 마차가 줄을 지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크고 튼튼해 보이는 마차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장수가 앉아 있었다.

장수는 큰 상처에 비해 많이 나아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단지 십여 일만에 이정도로 나아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장수는 움직이기 불편했지만 청솔과 즐거운 듯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청솔은 수행자의 몸으로 마차에 타면 안 되었지만 장수에게 대한 호기심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래서 장수의 상처 회복을 위한다면서 마차에 탄 것이다.

장수 역시 무당파에 큰 호기심을 가진 상태였기 때문에 청솔의 이러한 행동을 진심으로 반겼다.

청솔은 장수를 보면서 가전무공에 대해 물었다.

"그동안 몰랐는데 석가장의 가전무공이 대단한가봅니다."

청솔은 단주뿐 아니라 표사들이나 무사들에게도 그날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들은 상태였다. 같은 호북에서 강력한 무가가 있다는 것은 큰 정보였다. 그런 사실은 문파에 자세히 알려야 하는 일이였던 것이다.

장수는 청솔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이미 머리 쓰는 것은 전생에서 충분히 할만큼 했었다. 혈교의 초절정고수가 되기까지 겪은 음모나 계략은 무당파에서 지낸 도사 정도는 우습게 압도할만한 양이었다.

"본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무공서들이 있습니다. 그게 수준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경지는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영약의 힘이 컸습니다."

장수의 말에 청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수의 말을 듣자 모든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영약이 만능은 아니지만 석가장에서 구할 수 있는 영약을 많이 먹는다면 내공을 어느 정도이상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전무공의 초식이 느리기 때문에 몸놀림이 느렸을 것이야. 하지만 내공이 워낙 대단하니 평범한 공격마저 위력적이었겠지.'

청솔은 잠시 장수를 바라보았다.

'성품이라면 괜찮은 것 같군. 그리고 따로 사문도 없는 거 같은데 본파의 제자로 오라고 해볼까?'

현재 무당파의 상황은 한 명의 고수라도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장수를 만난 것이다.

장수를 보니 기본은 어느 정도 닦인 거 같고, 내공이 워낙 대단하니 스승만 제대로 만난다면 실력이 일취월장 할 것으로 보였다.

더구나 지금상황에서도 고수를 상대할 정도의 실력인데 스승을 만나면 얼마나 큰 성장을 하겠는가!

사문이 없다는 것이 실로 하늘이 내려준 보배인 것 같이 느껴졌다.

장점은 그거 하나만이 아니었다.

석가장의 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만약 장수를 제자로 받아들이면 무당파의 어려운 사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원래 청솔은 돈에 대한 집착이 없는 편이었다. 그는 도문의 지식을 탐구하고, 무공을 연마하는 것 이외에는 욕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를 길러준 사문이 위기에 놓이자 자신이 신경 쓰는 것들 외의 것들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청솔은 장수를 보며 말했다.

"혹시 무당파에 들를 생각이 없는가?"

청솔로서는 어떠한 것도 보장을 해줄 수 없었다. 장수의 나이가 어리다면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여 데려가면 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무당파로 데려간다면 자신이 사숙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물은 것이다.

장수는 청솔의 제안에 얼굴이 밝아졌다. 어떻게 하면 청솔일행과 같이 합류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기 때문이었다.

"저야 영광입니다."

장수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청솔로서도 기뻤다.

'참 바른 젊은이구나.'

청솔은 왠지 장수가 좋았다.

잠시 후 도시가 보였다.

드디어 방현에 도착한 것이다.

단주는 다른 마차에 타고 있었다. 장수가 안정이 될 때까지 떨어져 있으면서 자신의 일을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한참동안 서류를 보다가 창밖으로 도시가 보이자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길고 긴 상행이 끝난 것이다.

무사나 표사들도 기뻐했다. 이번 상행에서 살아난 것이 그들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더구나 이번 상행에는 고수들이 네 명이나 합류했다. 이 정도 상행에 고수가 네 명이나 합류하는 것은 거의 힘든 일이었다. 이번 일은 그들에게 두고두고 자랑할 일이였던 것이다.

표두 역시 기뻤다. 그 혼자라면 이번 일은 해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목적지가 보인다."

표두의 말에 표사들과 무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미 처음에 가졌던 경계심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표사들과 무사들은 목숨을 걸고 같이 싸운 뒤로는 마치 동료처럼 서로를 도와줬다.

"도착하면 내가 한턱 쏘겟다."

표두의 말에 무사와 표사들은 더 큰 함성을 질렀다.

이번 상행은 많은 동료들이 죽은 뒤였다. 그들을 술로 씻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자 단주도 한마디 보탰다.

"내가 지원금을 보태겠네."

매우 조그마한 소리였다. 하지만 무사들과 표사들의 귀에는 그 어떤 소리보다 크게 들렸다.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좋아했다.

도시에 도착하자 단주는 무사들과 표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상단의 하인들의 숫자가 많이 줄어든 상태였고, 특별지원금을 준 상황이었기 때문에 표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에 대해 거리낄 것이 없었다.

무사들과 표사들은 힘든 일에 투덜거렸지만 열심히 일을 했다. 지금의 힘든 일은 그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해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동료들의 빈자리를 잊을 수 있는 방법기도 했다.

그들이 해야 할일은 많았다. 석가장의 사업체에 물건들을 분류해서 보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할일은 단순하지만 물품이 많은 것이 문제였다. 그러는 동안 많은 상인들이 단주에게 달라붙었다.

"제발 물건을 팔게. 돈은 갑절로 주겠네."

"아니네. 내가 더 줄 테니 나에게 넘기게."

최근에 산적들의 무분별한 공격으로 물류 이동이 뜸해졌기 때문에 철이나 곡식류는 값이 예전에 비해 훨씬 올라 있었다.

상인들이 요구에 단주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거래는 사업체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그가 가져온 물류의 양은 상당한 양이었다. 이 정도라면 석가장의 사업체들이 지금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단주가 상인들이랑 실랑이를 하는 동안 석가장의 사업체에서도 하인들과 무사들이 나타났다. 그들 역시 물품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단주는 새로 합류한 사람들까지 부리면서 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장수와 청솔일행이 단주에게 다가갔다.

"단주님."

"아, 오셨습니까? 제가 하는 일들을 배우셔야합니다. 그리고 일이 다 끝나면 꼭 의방에 가셔야 합니다."

단주는 말을 하면서도 손으로 업무를 지시했는데, 사람 다루는 솜씨가 보통을 넘었다.

장수는 그런 모습을 기가 찬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것 때문에 할 말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이분들을 따라 무당파에 다녀왔으면 좋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가 잠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

"무당파에 갔다 오겠다고 말했습니다."

단주는 동작을 멈췄다. 그가 멈추자 그의 지시를 받던 하인들도 잠시 동작을 멈추게 되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석가장의 소장주는 이곳에 관광이나 하고 놀러온 것이 아니었다. 석가장의 소장주로서 상인의 일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실제로 활용하면서 후일 장주가 되었을 때를 준비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큰 무공을 지닌 소장주가 달리 보였었는데 지금은 다시 느림보 뚱땡이로 보이려 하고 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단주의 표정에 장수는 청솔과의 대화를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단주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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