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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3화 (23/398)

23편 - 재회

이것은 분명 무당파와의 거래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만한 일이었다. 거기다가 소장주가 먼저 제안한 것도 아니라고 하니 더욱 좋았다.

“그게 뭐가 어려운 일입니까? 가십시오."

단주는 처음의 생각을 내색하지 않고 뭐가 대수냐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정말이십니까?"

"예. 하지만 하루만 뒤에 가십시오. 소장주님은 업무를 배우러 오신 겁니다. 이곳에서 첫 날의 업무를 다 배우셔야 가실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장수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자 청솔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하루만 기다리면 된다는 말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청솔이 이해해 주자 장수의 얼굴이 밝아졌다.

"알겠습니다. 단주님.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차를 사업체로 옮기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곡식은 사업체 소유의 곡식창고로 옮겨졌고, 광석은 대장간 소유의 창고로 옮겨졌다. 그리고 경비무사도 새로 증원을 했기 때문에 일이 더 바빴다.

그렇게 일이 끝나고 인수증까지 처리하자 표두에게 표행에 대한 금액을 건넸다.

표두는 장수와 단주 그리고 청솔일행에게 인사를 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오랜 상행 덕분에 일행들과 많이 친해졌기 때문에 아쉬웠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표사들을 데리고 근처 객잔으로 술을 마시러 걸음을 옮겼다.

남은 것은 무사들이었다.

그들을 사업체에 고르게 배치한 뒤 임금을 주자 표사들이 간 객잔으로 달려갔다. 표두가 그들에게도 술을 산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끝나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무당파에 갈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유운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유운을 빨리 보고 싶었다. 그가 있는 무당파 근처까지 온 것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장수는 단주를 바라보았다. 단주에게 간다고 말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단주가 어느새 준비했는지 주머니 두개를 건네주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아니 무당파에 가면서 빈손으로 가시려고 하셨습니까? 묵직한 것은 선물입니다. 석가장의 이름으로 가면 장로는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본가의 이름으로 건네주십시오."

단주의 말에 장수는 고마워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주님."

"별말씀을 하십니다, 소장주님. 소장주님은 석가장의 얼굴입니다. 그러니 당당하게 행동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단주님."

단주가 장수에게 건넨 돈은 상당한 금액이었다. 액수로 치면 이번 상행에서 얻은 이익과 비등했다.

하지만 호북에서 무당파와 인연을 맺는 것은 돈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었다. 때문에 단주가 무리를 해서 건넨 것이었다.

장수는 처음으로 가는 무당파였는데 이정도 선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예, 소장주님. 그리고 최대한 빨리 오십시오. 배우셔야 할 것이 많습니다. 저는 그동안 방현에서 기반을 닦고 있겠습니다."

단주는 장수가 무당파에 인사만 하고 온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장수가 무당파를 방문하는 일이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단주님."

장수의 목표는 유운을 만나는 것이었다. 이제 그 목표가 이루어질 것 같았기 때문에 단주의 말뜻을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단주는 청솔을 바라보았다.

"그럼 소장주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단주 역시 장수의 무공을 보았다. 하지만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단주의 말에 청솔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목숨을 걸어서라도 소장주님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사님."

청솔은 단주에게 포권을 취한 후 장수를 바라보았다.

"소장주님 이제 가야 할 시간이 온 거 같습니다."

장수 역시 바라던 바였다.

"알겠습니다. 도사님."

"그럼 먼저 출발하십시오. 제가 뒤따라가겠습니다."

청솔은 장수가 가진 신법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과연 경공 실력은 얼마나 될까?'

궁금한 것은 청솔만이 아니었다. 다른 두 명의 도사도 호기심을 가지고 장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장수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전생에 초절정의 무위를 가지고 있었던 몸이었다. 그리고 혈교의 서고에서 수많은 무공을 익히기까지 했다. 때문에 머릿속에는 수많은 경공법에 대한 구결이 떠올랐다. 하지만 현재 몸으로는 어떠한 경공도 펼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많이 느리니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느리다고요?"

고수의 경지에 오른 자가 느릴 리가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 경공을 배웠어도 일반인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경공을 익히지 못했습니다."

장수의 말에 청솔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장에 남았던 흔적만 보아도 그 수준을 알 수 있었는데 경공을 모른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청솔은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다른 두 명의 도사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청솔은 이내 표정을 굳혔다. 그는 오랜 시간 수양을 한 몸이었다. 그랬기에 감정을 빠르게 정리한 것이다.

"그럴 수도 있죠. 그럼 어떻게 할까요?"

청솔은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청솔이 손을 잡고 이끌기만 해도 충분했다. 하지만 장수의 몸은 일반인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무거웠다. 그랬기에 아무리 청솔이라 해도 경공으로 데리고 갈수는 없었다.

난감한 것은 장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부끄러움에 식은땀을 흘렸다.

'이 빌어먹을 몸뚱이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차라리 어렸을 때 아무것도 안하고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후에 무공을 수련했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의 경지는 지금쯤 일류고수급에, 날렵한 몸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 너무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었다. 지금 상태로는 남의 짐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단주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하며 도사를 바라보았다.

"마차를 타고 가면 되지 거기까지 걸어가실 생각이셨습니까?"

단주의 말에 청솔은 얼굴을 붉혔다. 마차를 타고 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럼 되겠군요."

청솔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마차를 타고 무당파에 이를 수 있는 길도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주를 하기 위해 몰려드는 것이 무당파였고, 이들 중에는 거부가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차를 타고 가는 길은 많이 돌아서 가야하는 길이었다. 때문에 마차가 다니는 관도로는 다니지 않았다. 그들이 자주 다니던 길은 산세가 험했지만 그만큼 거리가 짧았고, 험난한 산세는 경공으로만 다닐 수 있었으나 무공을 익힌 그들에게는 하등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애용했다. 때문에 관도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원래라면 지금 이야기를 빠르게 문파에 알려야 했기 때문에 경공으로 달려야 했지만 석가장의 느린 소장주 때문에 멀리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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