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편 - 재회
청솔은 천천히 장수를 만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자 장문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장문인은 청솔의 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바가 있었다.
"정말 그의 사문이 없는가?"
"예.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확실하게 석가장 이외의 사문이 없었습니다."
"음…."
장문인으로서는 장수에 대해 욕심이 났다. 사실 그 때문에 청솔일행을 내보내지 않은 것이었다. 청솔은 아직 이 자리에서 회의에 참석할 만한 자격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장문인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말했다.
"석가장의 소장주를 다시 들어오라고 하게."
장문인이 말이 끝나고 잠시 후에 장수가 들어왔다.
장문인은 장수를 보며 말했다.
"사문이 아직 없다고 했는가?"
장문인이 말에 장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장문인."
"그래? 자네가 본파에 큰 도움이 되었네. 그래서 자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할 것이 있네."
"무엇입니까?"
장문인은 인자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 본파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무당파에 대해서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무공의 경지에 오르려면 많은 학문을 연구해야 한다. 혈교에서는 음모가 판을 치기 때문에 다른 문파보다도 더욱 학문에 전념을 해야 했다.
장수는 그 때문에 불교와 도가의 지식도 다수 섭렵했다. 그뿐 아니라 석가장에서 다시 태어난 후에는 도가에 대해 한층 더 깊이 있게 공부를 한 상태였다.
장수는 천천히 자신이 아는 지식 내에서 도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장문인을 비롯해 장로들이 표정이 밝아졌다. 무당파의 웬만한 제자들보다도 도문에 대해서 박식했던 것이다.
"역시……."
장문인은 만족한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사실 자네가 익힌 현문의 심법은 본파와 뿌리가 같다네. 그렇기 때문에 자네가 원한다면 본파에서 받아줄 생각이네."
장문인의 말에 장로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제자로 받아들이는 것은 회의장에서 말할 필요도 없었다. 장문인이 가진 권한이면 쉽게 제자로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문인의 말에 장수가 밝게 미소를 지었다. 그로서는 어떻게든 무당파에 있어야할 명분이 필요했던 것이다. 무당파에 남아 유운을 만나야 했다. 그를 직접 만날 수 없다면 그의 흔적이라도 찾고 싶었다.
"감사합니다. 장문인."
장수가 포권을 하자 장문인은 미소를 지었다. 현문의 정심한 심법을 익힌 고수급을 쉽게 얻은 것이다.
회의장에 나오자 청솔이 자신이 일처럼 기뻐했다.
"축하합니다. 도우님."
"감사합니다. 도사님."
청솔은 미소를 짓더니 장수를 보며 말했다.
"이제 도우라는 말도 못하겠습니다. 같은 도사가 되는 거군요."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 그가 죽인 무당파의 도사들이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도사가 된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도사가 되는 거구나.'
"저도 제가 도사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 봤을 때 그에게 인연을 느꼈지만 이렇게 덩치가 좋은 사람이 도사가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정말 인연입니다."
장수 덕분에 중요한 임무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그가 무당파와 인연을 맺으니 청솔은 그에게 각별한 인연을 느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워낙 뚱뚱하고 동그란 얼굴이라 미소가 아닌
주름이 깊게 새겨진 것처럼 보였다.
"결정이 날 때까지는 어디 조용한 곳에 가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접객실이 있는데 그리로 가실까요?"
"접객실이요?"
"그렇습니다. 무당을 방문한 손님은 원래 접객실로 안내를 합니다."
청솔이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저는 이곳을 구경하고 싶습니다."
장수의 말에 청솔은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무당파를 함부로 구경 다니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무당파는 소림과 더불어 정파무림의 양대 산맥으로 금지가 많았던 것이다. 게다가 정식으로 입문한 제자라고 해도 함부로 갈수 없는 곳이 많았다. 장수는 손님으로 온 입장이었다.
하지만 청솔이 허락한 이유는 이제 장수가 정식으로 제자가 되기로 결정이 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명심하셔야 하는 게 있습니다. 본파에는 일반 도우님들은 물론 정식제자라고 해도 갈 수 없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니 파에서 개방을 허락한 곳만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제한되는 공간이 있다는 말에 장수는 당황했다.
"제한된다고요?"
"그렇습니다. 워낙 낡아서 무너질 염려가 있는 곳도 있고 원로인 분들이 수양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리고 초대 진인께서 말년을 보낸 곳 역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사연이 있는 곳이 많아서 저 역시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
청솔이 말에 장수는 당황했다.
'이런…….'
혈교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금지가 있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거의 대부분의 구역을 다닐 수가 있었다. 필요가 없어서 모든 구역을 다니지 않았을 뿐.
하지만 무당파는 달랐다. 그가 살아있는 가장 큰 이유인 유운을 찾기 위해서는 무당파 구석구석을 찾아봐야 했다. 그리고 유운이 없다면 그의 흔적이라도 찾고 싶었다. 그것이 금지에 남겨진 흔적이라도 말이다.
장수의 얼굴이 눈에 띠게 실망한 표정으로 바뀌자 청솔도 안타까움을 느꼈다.
"왜 그렇게 실망을 하십니까? 나중에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모든 곳을 다닐 수 있을 실 겁니다."
"때요?"
"그렇습니다. 나중에 경지에 이르거나 본파의 중요인물이 되면 출입을 할 수 있는 곳이 그만큼 늘어나게 됩니다."
청솔은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장수의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이렇게 실망만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유운을 만나기 위해 15년을 보냈다. 만약 유운을 만나지 못한다면 자신은 그의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서 그보다 긴 시간을 보낼 것이다.
장수의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청솔은 의아함을 느끼면서 물었다.
"본파에 특별히 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까?"
"그런 곳은 없습니다."
"실망하신 모습을 보니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 거 같아서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전부터 무당파를 동경했는데 막상 와보니 갈 수 없는 곳이 있다고 하여 아쉬워서 그렇습니다."
장수의 말에 청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수양이 대단하구나. 도가사상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전부터 무당파를 동경했고 막상 와서 구경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고 하자 아쉬움을 느끼는 것을 보니 도교에 대한 수양이 정말 깊은가 보구나. 수양자로서 내 자신이 부끄럽구나.'
청솔은 장수의 생각을 잘못 판단했다. 장수의 말은 충분히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제가 죄송해지는군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도사님께서 왜 죄송하십니까? 규칙이 그렇다면 규칙을 따라야지요."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시간은 금방 갑니다. 그리고 도우님께서는 반드시 본파의 중요인물이 되실 겁니다."
"그래야겠지요."
"저를 따라오십시오. 본파는 매우 넓습니다. 지금부터 부지런히 다닌다고 해도 본파의 적은 부분만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도사님."
그때 청운이 청솔에게 말을 했다.
"사형. 제가 안내를 하겠습니다. 사형께서 그동안 고생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제가 하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청운이 말에 청솔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로서는 장수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다.
청솔은 무당파에서도 일급고수로 지위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안내를 맡을 정도라면 보통 다른 문파의 중요인물이 왔을 때였다.
하지만 장수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직접 안내를 하고 싶었다.
"아니다. 너희들은 빨리 가서 서류를 작성하도록 해라. 중요한 일은 모두 말했지만 따로 서류를 작성해야 하지 않느냐?"
"그렇긴 하지만…."
"아니다. 내가 도우분을 안내할 테니 서류를 작성하고 쉬도록 하거라."
사형이 말이었다. 청운과 청산은 청솔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사형. 그럼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동안 수고했다."
그들이 가자 청솔은 장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그리고 혹시라도 혼자서 다니시면 안 됩니다. 보기보다는 경계가 삼엄해서 외부인이 혼자 다니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도사님."
청솔이 장수를 처음 안내한 곳은 고풍스러운 건물이 늘어선 곳이었다. 건물들은 고색찬연하게 서있었는데 운치가 있어 보였다.
"이곳이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곳입니다."
"그렇습니까?"
장수는 건물을 관심 있게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건물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보는 것은, 찾는 것은 하나의 기운이었다. 바로 유운의 기운을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