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편 - 속가제자
장수는 작성을 모두 하자 도사를 보고 말을 했다.
"이제 끝입니까?"
"아직 절차가 남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속가제자들은 속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거하시는데 생활비를 납부하셔야 합니다."
"생활비요?"
"그렇습니다."
장수는 도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돈이라면 그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어떤 곳에서 생활을 하시겠습니까?"
장수로서는 어떤 방이라도 상관이 없었다. 유운에게 무공을 배울 수만 있다면 닭장에서라도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는 아무 방이나 상관이 없습니다."
도사는 천천히 장수가 입고 있는 옷을 살폈다. 그리고 서찰에서 중요한 부분만을 보았다.
'돈이 많아 보이는구나.'
도가문파인 무당파에서 돈을 따지면 안 되었다.
하지만 무당파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익에 계산이 빠른 제자를 이곳에 배치한 것이다.
그는 장수를 보고 상인의 자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랬기 때문에 돈을 많이 뜯을 생각을 했다.
"방은 개인실이 있고 합숙실이 있습니다."
그때 장수가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유운진인이 사는 곳과 가까운 곳이 있습니까?"
장수가 무당파에 온 이유는 유운에게 무공을 배우고 싶어서였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바로 유운에게 은혜를 갚는 일이었다. 그것은 평생동안 해도 부족한 일이였다. 이미 자신의 눈으로 전생의 자신 때문에 무당파에서 어떤 수모를 당하고 있는지 확인한 차였다. 그래서 그는 최대한 유운의 근처에서 봉사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도사는 장수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젠장!'
유운진인은 무당파의 도사였고, 본인이 검소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매우 허름한 곳에 살고 있었다. 스승인 유운이 그러할 진데 그의 제자들의 숙소를 화려하게 치장할 수 없었다. 그래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유운진인이 사는 곳 근처의 숙소는 매우 허름했고, 기부금도 가장 적게 받는 곳이었다.
보통 그곳은 가난하고 자질은 없지만 무공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자들이 도사들의 시중을 들어줘서 기부금은 적게 내고 무공을 배우기 위해 사는 곳이었다.
때문에 만약 장수가 그곳에 숙소를 마련해달라고 하면 기부금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곳은 방도 작고 합숙을 해야 합니다. 더구나 음식은 직접 해먹어야 하고요. 귀한 집 자제분인거 같은데 일부러 고생 하실 것 없습니다."
도사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곳에서 살수만 있다면 더 바랄게 없습니다. 제발 그곳에서 살게 해주십시오."
도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은 언제라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니 원하신다면 언제라도 말씀하십시오. 그럼 바꿔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사실 곳은 기부금이 한 달에 은자 열 냥입니다. 하지만 따로 허드렛일을 하신다면 은자를 받지 않습니다."
도사로서는 예의상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장수도 허드렛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는 유운의 시중을 들고 싶었지 다른 일은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서류가 등록되면 입구에도 도우님이 기록이 남아 언제든지 본파에서 나가거나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들어오면 그달 치 기부금은 꼭 내셔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에 두 달이 지나서 들어오시면 그달 치 기부금만 내시면 됩니다."
도사는 계속해서 말을 했다. 그러면서 한 권의 책을 장수에게 건네주었다.
"이 책에 본파의 규칙이 모두 적혀 있습니다. 그러니 이대로만 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가서 술을 마시는 건 상관없지만 본파 내에서 술을 마시는 건 금지 되어있습니다. 그러니 그 점에 대해서는 주의해 주셨으면 합니다."
도사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서는 유운과 함께한다면 다른 것은 아무 상관도 없었던 것이다.
도사는 이어서 건물이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이렇게 가시면 건물이 나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훈련에 필요한 모든 물건은 따로 사셔야 합니다. 그러니 수업을 받기 전에 알아서 챙기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도사님."
장수는 밖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자 도사가 장수의 앞을 막았다.
"한 가지 잊으신 게 있습니다."
도사의 말에 장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엇 때문에 그렇습니까?"
도사는 장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아, 죄송합니다."
말과 함께 품에서 주먹만 한 주머니를 꺼냈다. 그러자 도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야. 돈이 정말 많구나. 그런데 왜 그렇게 나쁜 방을 골랐지?'
장수는 대충 한 줌 쥐어서 도사에게 주었다.
"미리 선불로 내겠습니다. 그러니 모자라면 그때 가서 말씀하십시오."
언뜻 봐도 백 냥은 넘어보였다. 이 정도면 1년 치를 미리 낸 것이다.
도사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장수는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자 청솔이 무엇인가를 깊게 생각하는 듯이 서있었다. 그는 그렇게 있다가 장수가 나오자 그를 바라보았다.
"끝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청솔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매우 아쉽습니다. 본파의 후기지수가 될 줄 알았는데요."
"저는 오히려 좋습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 기분 좋게 웃어보였다. 그러자 청솔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뭐 도우님께서 좋으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그런데…. 이제 같은 제자니 말을 편하게 하시지요."
장수의 말에 청솔은 안타깝다는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도우님. 속가제자는 본파의 제자와 배분을 따지지 않습니다."
"예?"
"저희들은 속세의 인연을 끊고 도문에 귀의했습니다. 하지만 속가제자는 그 말대로 속인일 뿐이지요. 그래서 본문의 제자와 속가제자는 배분을 따지지 않습니다."
"그,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기부금을 받지요. 원래 정식 제자는 기부금을 내지 않습니다. 물론 집안에서 따로 기부금을 내기도 하는데 그건 성격이 다른 거라."
"그렇군요."
청솔은 잠시 한숨을 내쉰 뒤에 말을 했다.
"그래서 숙소는 어디로 정했습니까?"
청솔이 말에 장수는 위치를 설명했다.
"거기는 숙소가 좁고 쓰는 사람이 많아서 불편하실 텐데요.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청솔이 말에 장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그곳이 편해 보여서 입니다."
"하긴 다른 곳에 계시는 분들 중에는 권세가들이나 부잣집 자제분들이 계시니 오히려 그런 곳이 편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그곳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청솔이 말에 장수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알아서 찾아 가겠습니다."
"아닙니다. 이곳까지 온 것도 인연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저를 따라오십시오. 그리 멀지 않으니 금방 갈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둘은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청솔이 장수를 보며 말했다.
"제가 가끔 가다 찾아와서 무공을 가르쳐 드려도 되겠습니까?"
청솔의 제안은 의외였다. 일대제자인 그가 무공을 가르친다는 것은 보통 제안이 아니었던 것이다.
청솔의 제안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로서는 감사할 뿐이지요."
장수는 초절정의 경지까지 개척한 강자였었다. 겨우 일급고수에게 무공을 배울 일이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가 일급고수를 가르쳐야 마땅했다.
하지만 자신을 신경써주는 청솔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무공의 상승무리에 대해 같이 얘기라도 해야겠다고 허락한 것이다.
하지만 청솔로서는 무리를 한 것이다. 정식제자인 그는 본문의 허락도 받지 않고 속가제자를 가르칠 수 없었다. 하지만 청솔은 장수의 자질이 안타까워서 무리한 말을 한 것이다.
"자, 다 오셨습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청솔이 안내한 곳은 무당파 영역에서 외곽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이었다. 더구나 너무 허름해 보였다.
장수가 넋 놓고 숙소를 보고 놀라고 있을 때 청솔이 포권을 취했다. 그는 해야 할일이 많았기 때문에 더 있고 싶어도 가봐야 했던 것이다.
"저는 이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사님. 어서 가보십시오."
"예. 무량수불 도우님께 복운이 있으면 합니다."
말과 함께 청솔은 어딘가로 급하게 달려갔다.
홀로 남은 장수는 잠시 아쉬움을 느꼈다. 그도 청솔에게 정을 많이 느낀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할일이 있었다. 때문에 청솔과의 정에 미련을 둬서는 안 되었다.
장수는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허름한 방이 나왔는데,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모든 것이 남루해 보였다.
장수는 천천히 주변을 보았다.
"앞으로 이곳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구나."
넓긴 넓었지만 속가제자 몇 명이랑 같이 생활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숙소보다 유운의 처소가 더욱 보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은 갈 수가 없었다. 유운이 사는 곳이 정확히 어딘지를 몰랐던 것이다. 그랬기에 마루에 앉아 다른 사람을 기다렸다.
그렇게 앉아 있다 졸음이 왔다. 그래서 그의 몸은 여유가 있으면 자신의 몸을 재우려 했던 것이다.
그렇게 자고 있는데 인기척이 났다. 장수의 눈은 자동적으로 떠졌다. 눈을 뜨자 이십여 명의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장수를 보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장수는 그들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여러분과 같이 생활할 장수라 합니다."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냉하상(冷霞尙)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 들어올 분이 아니신 것 같은데 어떻게 여기 들어오신 겁니까?"
앞에 있는 자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사람 사는 곳에 귀천이 어디 있습니까? 저 역시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온 것뿐입니다."
장수의 말에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까?"
말을 마치자 그와 남자들은 급하게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들은 매우 빠르게 움직였는데 할일이 매우 많은 것처럼 보였다.
장수는 그들 중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에게 물어보았다.
"무엇을 하시는 겁니까?"
남자는 장수를 보며 말을 했다.
"저희들은 모시는 스승님을 부양해야 합니다. 그래서 매우 바쁘지요."
남자의 말에 장수는 바쁘게 움직이는 자들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일곱 명이었다.
'스승님들이 모두 일곱 분인가 보구나.'
장수는 그들의 행동만으로도 대충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혹시 유운진인을 모시는 분을 알 수 있습니까?"
남자는 장수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 분께서는 부양자를 거부하셨습니다. 지금까지 혼자서 생활하시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그곳까지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장수의 말에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제가 그 근처에 갈 일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뭘요."
"그리고 제 옆자리가 비었으니 그곳을 쓰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남자는 대충 정리를 하자 일어섰다.
"가실 겁니까?"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