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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31화 (31/398)

31편 - 유운의 제자가 되다

남자는 매우 빠르게 움직였다. 그래봐야 무사정도의 실력이었지만 뚱뚱한 장수로서는 그 걸음을 따라가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었다.

"빨리 오십시요. 이러다 늦습니다."

냉하상의 말에 장수 역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너무 느렸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덩치가 있으시니 느린 게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이러다가 날이라도 지면 어두워 움직이기가 힘들어 집니다."

"알겠습니다."

장수는 최선을 다해 움직였다. 하지만 그래봐야 속도는 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냉하상은 다급한 표정을 짓더니 억지로 손을 끌고 당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거리는 겨우 1각 정도면 도착할 거리였다. 하지만 장수의 걸음이 느려서 2각이나 걸렸던 것이다.

"저쪽입니다."

냉하상은 손가락으로 위치를 알려준 뒤에 자신이 시중을 드는 스승의 거처로 달려갔다.

장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지만 이미 냉하상은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부럽구나."

장수로서는 저 정도 속도도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수는 고개를 흔든 후 유운의 처소로 향했다.

그렇게 유운의 집에 거의 도착해서 문을 두드리자 유운이 밖으로 나왔다.

"누구지?"

유운의 말에 장수는 눈물이 흘렀다. 장수로서는 유운을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죄스러웠다. 그래서인지 눈물이 흘러내렸다.

"저, 접니다."

"아, 자네는…. 그, 그런데 왜 또 눈물을 흘리고 있는가?"

"그, 그게……."

장수는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다시 태어난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하지만 유운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더니 그를 손짓했다.

"나를 따라오게나."

"알겠습니다. 도사님."

유운이 사는 처소는 허름해도 너무 허름했다. 더구나 가진 가구도 없었고, 서고에 책 몇 권밖에는 없었다.

장수는 주위을 둘러보면서 앉았다. 그러자 유운이 웃으면서 잔에 물을 떠왔다.

"미안한데 줄만한 게 없네 그려. 물이라도 한 잔 떠왔으니 드시게."

장수로서는 물 한 잔 뿐이었지만 기뻤다.

"감사합니다. 도사님."

장수는 목이 탔기에 한 번에 입속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 물맛이 꿀을 탄 듯 달다는 생각을 했다.

장수는 물맛의 여운을 생각하고 있었다. 물은 달고도 달았다. 어쩌면 그저 맹물이지만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준 물이라서 그런지도 몰랐다.

"그래, 무슨 일로 나를 찾았나?"

유운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요 근래에 그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무공을 잃고 폐인이 되자 그토록 자신을 찾던 많은 사람들이 모두 연락을 끊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장수의 방문이 신기했다.

장수는 유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만나게 되자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니, 유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때문에 입으로 말을 하면 마치 꿈에서 깰 것 같은 느낌이라 입을 열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 그게……."

"편하게 말을 하게."

유운의 말은 부드러웠다. 장수는 유운의 말에 그의 얼굴을 보자 심장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장수는 고개를 숙인 채 진지하게 말을 했다. 그러자 유운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제자로 받아달라니? 직전제자는 내 관할이 아니네. 그리고 속가제자 역시 정식 절차를 밟고 오는 거라 내가 상관할 수 없네."

유운이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은 아닙니다. 저는 방금 전에 속가제자가 되는 절차를 모두 마쳤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그런 제자가 아니라 유운도사님의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유운은 장수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제자가 다 똑같은 제자지, 다른 제자가 있는가? 자네가 속가제자로 들어왔다니 내 제자도 되는 걸세. 그러니 자네는 내 제자가 맞네."

유운이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감사할게 뭐있나? 원래 제자라 제자라고 말한 것뿐인데 말이야."

유운의 말에 장수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장수가 느끼는 감정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이번 생의 십오 년 동안을 유운의 제자가 되기 위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꿈을 드디어 이룬 것이다. 정말 꿈에서라도 바라던 일이었다. 이제 장수는 유운의 제자가 된 것이다.

"허허. 이 사람 툭하면 눈물을 흘리는구만!"

유운은 말을 하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장수가 순진해 보여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더구나 유운 역시 장수에게서 인연을 느꼈다. 그랬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 더욱 컸다.

"스승님!"

장수는 유운의 품에서 다시 한 번 울었다. 그러자 유운이 그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아 젊은 사람이 이렇게 눈물이 많아서 어디다 쓰겠는가? 울지 말게나. 자네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 아닌가?"

"예, 스승님. 스승님 말씀이 맞습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장수는 서서히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 친구가 웬 절인가?"

"스승님에게 구배지례를 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장수의 말에 유운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속가제자의 스승이 될 자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속가제자와 스승의 배분이 정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유운의 배분은 무당파에서 가장 높다고 볼 수 있어서 만약 장수가 유운의 정식 제자가 되면 장문인과 같은 배분을 지니게 되는 것이었다.

"허허. 이거 참……."

유운은 잠시 너털웃음을 짓다가 장수를 바라보았다.

'그냥 순수한 의도로 생각하자.'

어차피 배분으로 스승이 되는 것이 아니고 서로만 아는 스승과 제자가 되는 것이다. 제자가 스승에게 절을 올렸다고 큰 죄가 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유운은 마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무공을 잃은 후로 무당파에서 유운에 대한 관심은 적어졌다.

배분 때문에 함부로 못하지 만약 장문인이 그와 배분이 같거나 높았다면 그는 원로원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살아야 했을 것이다.

그나마 무술교두라도 할 수 있는 게 어디인가?

더구나 순수한 장수를 보니 인연을 느꼈고 진짜 자신의 제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수는 한참을 울고 나서야 눈물이 그쳤다. 그는 유운을 보며 물었다.

"스승님은 무당파의 전설과도 같은 분이십니다. 그러신 분이 왜 이곳에 계시는 겁니까?"

장수의 말에 유운은 잠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전설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무림에 회자될 정도로 무공이 높지 않으셨습니까?"

장수의 말에 유운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자네는 무공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무공이요?"

"그래. 무공 말일세."

장수로서는 유운이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로서는 유운이 물어보는 의도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적을 제압하는 것 입니다."

"허허허. 그래 자네 말이 맞네."

유운은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예전에는 무공이 전부라고 생각을 했다네. 그래서 무공만 높으면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네. 하지만 그건 틀렸어."

"예?"

장수는 유운의 말을 귀를 곧추 세우고 들었다. 그의 말이 심오한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무공으로 많은 사람을 구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고민을 들어주는 게 도사로서의 본분이라 생각하네."

유운의 말에 장수는 무슨 뜻인지 이해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내가 이곳에서 무공을 가르치는 것도 마찬가지네.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 여기서 무공을 가르치는 것이네."

"세상에 소통을 하려면 밖으로 나가면 되지 않습니까?"

장수의 말에 유운은 말을 돌렸다.

"그래. 그런데 자네는 어디에서 왔는가?"

장수로서는 유운이 말을 돌리자 자신이 질문한 것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예. 저는 석가장에서 왔습니다."

"석가장? 아. 자네는 부잣집 자제로군."

유운도 석가장에 대하여 들은 것이 있었다. 유운이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재산이 많았으면 좋겠네."

장수는 유운이 말에 의아한 듯이 물었다.

"재산이 많으시면 무엇을 하시려고 하십니까?"

"이번에 황해에서 크게 수재(水災)가 났다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네. 내가 재산이 있으면 그들을 위해 재산을 쓸 텐데 가진 게 없으니 그렇지 못하지 않은가. 그래서 너무 서운하다네."

유운이 말에 장수는 생각했다.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유운진인에게 건네 드려야겠구나.'

장수로서는 은혜를 갚을 한 가지를 알 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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