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32화 (32/398)

32편 - 유운의 제자가 되다

"그렇군요."

"그래. 그런데 석가장의 자제분이 왜 무당파의 속가제자로 들어왔는가?"

장수가 무당파에 온 이유는 유운 때문이었다. 그 외에는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장수가 멋쩍은 표정을 짓자 유운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한번 맞춰보지. 자네 혹시 위로 형님이 계신가?"

"아닙니다."

"그래? 혹시 부모님이 사업을 확장하려고 그러시나?"

"그것도 아닙니다."

"그래? 그럼 자네 무공을 좋아하나."

유운이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래. 자네는 무공을 좋아해서 왔군."

“그렇습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을 미소를 지었다.

"그래. 무공이란 끝이 없는 길과도 같지. 이 정도 왔으면 끝났겠지 하면 앞에 새로운 길이 있고. 다시 그 길을 걸으면 또 다른 길이 있지. 그런데 길이라는 게 쉴 곳이 없어서 한 번 걸으면 쉬지 않고 걸어야 하지."

유운은 말을 하면서 여운을 남겼다.

"내가 젊었을 때는 쉬지 않고 무공을 수련했네. 그때는 무공 그 자체가 좋았지.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자가 없어서 많이 아쉬워."

"그렇습니까?"

"그래. 더구나 사람들이 겉멋만 들어서 말이야. 검을 들고 다니며 폼만 잡고 다니지 다른 무공은 배울 생각을 안 해."

유운이 말에 장수는 맞장구를 쳤다.

"그런 것 같습니다. 무당을 둘러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검을 들고 다니더군요."

"그래. 무공도 정도가 있거늘. 너무 검에만 집중하는 것은 안 좋아. 권법이라던지 장법이라던지 수법이라던지. 여러 가지를 비슷하게 익혀야 실력이 상승하는 것인데 너무 한 가지만 고집하는 것 같아. 그러다 어쩌려고 하는지. 쯧쯧쯧."

"스승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유운은 계속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장수는 그 이야기에 맞장구를 쳤다.

장수는 사람과 이렇게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었다. 더구나 유운과 대화를 나누니 기분이 좋아져서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은 유운도 마찬가지였다. 근래에 들어서 이렇게 신나게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두 사람은 계속 대화를 나누면서도 이야기가 그치지를 않았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유운이 웃으며 말을 했다.

"이보게. 자네 이제 돌아가 봐야 하지 않겠나? 너무 시간이 지체가 된 거 같네. 나야 늙어서 밤잠이 없지만 자네는 젊지 않은가? 더구나 내일 해야 할 일도 있고 말이야."

유운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며칠 정도는 날밤을 새며 유운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유운의 몸을 생각하자 자신보다는 유운이 쉬어야할 것 같아 몸을 일으켰다.

그때 장수는 잠시 생각난 게 있었다.

"그런데 스승님. 식사는 어떻게 하십니까?"

생각해 보니 유운의 집에는 주방시설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유운이 미소를 지었다.

"나는 선식을 한다네. 그리고 가끔 가다 합숙소의 밥을 먹기도 하지."

"아. 그럼 맛있는 음식도 좋아하십니까?"

장수의 말에 유운은 미소를 지었다.

"맛있는 음식이라…. 나도 예전에는 그런 것을 먹었던 기억이 있네."

"그렇습니까?"

"그래. 하지만 요 근래에는 통 먹을 기회가 없었네."

유운은 말을 하면서 예전의 일을 회상이라도 하는 듯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단 음식을 좋아하시나 보네. 하나 사와야겠다.'

장수로서는 유운의 한마디 한마디가 기억해야할 중요한 말이었다.

"자네 말을 들으니 오래전에 잊었던 미각이 다시 살아나는구만…. 그래, 어서 내려가게. 가는 길이 험할 걸세."

"알겠습니다, 스승님."

말과 함께 장수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유운은 그런 장수의 모습을 오랜 시간동안 지켜보았다.

합숙소로 오는 장수의 발걸음은 그렇게 가벼울 수 없었다.

장수는 합숙소에 도착하자 웃었다.

"드디어 만났구나."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유운과 만났다는 것과 앞으로 그에게 무공을 배운다는 게 꿈만 같았던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벌써 초절정의 경지에 들어서고 앞으로 화경의 경지에 도달할 것만 같았다. 유운과 함께라면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스승님께 은혜만 어느 정도 갚으면 혈마도 짓밟아 줘야지. 감히 스승님을 폐인으로 만들어?"

사실 유운을 폐인으로 만든 것은 장수였다. 더구나 혈교에서의 명이 있었다지만 그는 자신의 의지로 무당파에 온 것이었다.

하지만 장수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생각했다. 게다가 이제는 ‘스승님’이라는 말이 입에 척척 달라붙었다.

합숙소로 들어간 장수는 빈자리에 누웠지만 흥분한 가슴은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정말 흥분되는 구나. 내일부터 정통 장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거야.'

장수는 히죽거리며 웃었다. 그 때문인지 그 옆에서 자던 사람들이 잠결에 깨서 장수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날이 밝자 사람들은 급하게 일어섰다. 장수도 사람들이 급하게 나가자 잠에서 깼다.

"이런 늦잠을 잤구나."

장수로서는 일찍 일어나 유운을 만나고 싶었다. 근데 그것이 어긋나 버린 것이다.

"빨리 가야겠구나."

장수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밖으로 나왔다.

꼬르르르륵.

"배고파……."

장수는 뱃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웃음이 나올 뻔 했다. 자신은 식사를 거른 적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석가장에 있을 때는 장주의 애정과 관심 속에서 매일 상다리가 부러지게 먹었다. 자신의 몸 또한 장수에게 많은 음식을 달라고 조르기 일쑤였기 때문에 한 차례도 식사를 거를라 치면 몸이 난리였다.

그런데 유운을 만난다는 기쁨에 식사도 안한 것이 배의 소리로 나타난 것이다.

장수는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요깃거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어디 먹을 것을 파는 곳이 없을까?"

그때 주변에 있던 자들이 무엇인가를 먹는 것이 보였다. 장수는 집중을 하자 그들이 먹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건량이구나.'

여행 중에나 먹는 건량을 이곳에서 먹는 것이다. 장수는 주변을 둘러보자 건량을 먹는 자들이 그나마 나은 자들이었다. 어떤 자들은 풀 비슷한 것을 먹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장수는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실례합니다."

장수의 말에 남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는 말을 하면서도 음식을 빠르게 먹고 있었다.

"저, 실례지만 이 근방에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습니까?"

"식당이라면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남자는 손으로 먼 곳을 가리켰다.

"그런데 식사를 하는데도 은자가 필요합니다."

장수는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은자라면 그에게 충분히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은자 걱정은 하지 않았다.

식당은 상당히 멀었다.

하지만 장수는 끼니를 거를 수가 없었다. 덩치가 컸기 때문에 소모되는 양도 매우 컸던 것이다. 더불어 유운을 만나는 도중에 뱃속에서 꼬르륵 거리기라도 한다면 이보다 더 창피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식당을 먼저 찾았다.

식당을 찾아 은자를 지불하고 식사를 마친 장수는 인상을 쓰면서 식당을 나왔다.

"맛이 너무 없구나."

무당파에서의 식사라 그런지 기름진 음식을 주로 먹던 그의 입맛과 맞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석가장의 요리사를 데려 올수도 없었다.

"어떻게든 음식을 배워야겠구나. 그래서 스승님에게 맛있는 것을 차려 드려야겠어."

말은 스승님을 위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자신을 위해서였다. 장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수련장으로 향했다.

수련장은 매우 넓었는데 수련생들이 한쪽으로만 서있는 기이한 광경이 눈으로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장수로서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속가제자의 스승은 8명이라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게 한쪽으로만 사람들이 몰려있었던 것이다.

장수는 자신도 사람들이 몰린 곳에 섰다. 그러자 잠시 후 유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운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유운을 바라보았다.

"무량수불 간밤에 편안하셨는가?"

"그렇습니다. 스승님."

우렁찬 목소리가 터졌다.

목소리를 들은 유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태극권을 배우도록 하겠네."

유운이 말에 장수는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태극권이라니?

장법으로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유운이 태극권을 가르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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