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34화 (34/398)

34편 - 유운의 제자가 되다

"감사합니다."

"허허. 뭐가 감사한가? 자네가 열심히 수련을 해야 몸도 풀리고 살이 빠질 텐데 말이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앞에서 가르치는 것뿐이라네."

"그래도 스승님이시니까 저로서는 믿음이 갑니다."

"그래. 믿음이 간다면 또 그것대로 좋은 것이지. 모든 것은 원시천존님의 뜻대로 될 거야. 어서 식사를 하게나. 덩치도 커서 배가 많이 고플 테니까 말이야."

장수는 유운에게 물었다.

"같이 식사하러 가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장수의 말에 유운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오랜만에 제자와 함께 밥이라도 먹어 볼까?"

유운이 같이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하자 장수로서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아니. 자네는 밥 먹는 것도 감사한 건가? 자네 하여튼 괴짜군. 생김새도 괴짜인데 하는 행동은 더 괴짜야. 허허허."

유운이 말에 장수도 웃었다.

"스승님이랑 같이 있으니 저도 괴짜가 되는 거 같습니다. 아. 어서 가시지요."

"그래. 가세."

음식 값은 제자가 내는 것이 관례인 듯 했다. 아니, 그것이 관례가 아니라 할지라도 유운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장수였다. 음식 값 정도야 평생을 그가 내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장수는 두 명 분의 돈을 내고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고 유운과 함께 돌아오자 아침과는 다른 풍경이 벌어져 있었다.

아침에는 유운이 가르치는 곳에 사람들이 몰렸는데 정오에는 다른 일곱 군데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유운이 가르치는 곳에는 단 한 명도 서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장수의 말에 유운은 작게 웃었다.

"글쎄? 내가 무공을 잘 못 가르쳐서 그런 거 같네."

장수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초절정고수의 가르침이었다. 이것은 아무데서나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혈교에서 혼자 무공서적을 보며 장법을 익혔다. 그때 가장 원했던 것이 장법의 고수에게 무공을 단 하루만이라도 사사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초절정고수의 가르침을 아무도 원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스승님이 무공을 잘 못 가르치시다니요?"

"허허허."

유운은 그냥 웃었다.

장수는 잠시 생각을 했다.

'왜 그러지? 장법이 원래 이리도 인기가 없는 건가?'

혈교에서도 그랬다. 장법으로 초절정고수가 된 자는 자신이 유일했다.

혈교의 무공서고에는 수많은 마교의 정통무공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장법에 관한 상승무공도 쌓여 있었지만 자신만이 장법을 극성에 이를 정도로 익힌 것이다.

물론 자신 때문에 장법을 익히는 자들도 새롭게 등장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은 겨우 고수에 불과했다.

'그래. 어쩌면 기회일수도 있겠다. 지금 들어오자마자 어떻게 초절정고수에게 무공을 사사 받겠나?'

그렇게 생각하자 장수는 기분이 좋아졌다.

'멍청한 녀석들. 장법이 아무리 인기가 없다고 해도 나 같으면 유운에게 무공을 배우겠다.'

초절정고수가 아니라 고수에게 무공을 배우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그 기회를 놓치는지 이해하기도 싫었다.

그는 유운을 극진히 모시며 자리로 갔다.

"자네 몸이 매우 느리구만."

유운은 껄껄 웃으며 말했지만 장수에게는 가슴이 찔리는 말이었다.

비록 지금은 스승으로 모시는 분이었지만 예전에는 같이 장을 겨루기를 꿈꾸던 호적수수로 생각했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에게 몸이 느리다는 말을 들으니 상심이 컸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앞으로 바꾸면 되지.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나."

유운은 말을 하면서 장수의 눈치를 보았다.

"그런데 자네는 다른데 가서 무공을 배울 생각이 없는가?"

유운으로서는 장수가 다른데 가면 무공을 가르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의 유일한 낙은 제자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제자가 없으면 그냥 홀로 서 있어야 했던 것이다.

"스승님에게 무공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인데 저로서는 당연히 스승님에게 배워야지요."

장수의 말에 유운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래? 고맙네. 고마워."

무공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고맙다는 말에 장수의 심경은 복잡해졌다.

'이해가 안 가는구나. 여기엔 분명 무슨 이유가 있겠어. 그런데 부잣집 도령들이나 가르치던 스승들이 왜 오후에는 무공을 가르치는 거지?'

그로서는 무공을 배우는 첫 날이라 그런지 궁금한 게 많았다. 하지만 그런 것을 유운에게 물어볼 수는 없었다.

장수와 유운이 자리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스승들이 제자들에게 무공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미 시간이 늦었지만 유운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지금까지 늦춘 듯 했다.

유운은 자리에 도착하자마자 유운은 방금전 까지 미소 짓던 것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제자야."

"예. 스승님."

"내가 너에게 가르칠 것은 장법이다."

"예."

장법이라는 말에 장수는 가슴이 뛰었다. 유운의 장법을 미칠 정도로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장법은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고 모든 것이었다.

또한 혈교에서 장법을 배우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남들에게 미친 짓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장법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환생해서도 장법을 배울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유운은 장수의 대답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너는 장법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유운의 말에 장수는 쉽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장법에 대해 깊게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혈교에서 살았던 전생에서는 처음으로 익힌 것이 장법이었고, 그것을 통해서 절정의 경지에 올랐었다.

그 이후 여러 공적을 쌓아 흑룡심법을 익힌 이후에 혈교의 여러 가지 장법을 모두 익혀 초절정의 고수가 되었다

장수에게 장법은 가장 가까운 무공이자, 그 분신 과도 같은 것이으로서 그가 강해지는 방법중 가장 신뢰가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운을 만나고 부터는 그 생각이 달라졌다.

이윽고 장수의 입이 열렸다.

"장법은 제 인생입니다."

"인생이라? 하하. 정말 재미있는 대답이구나."

유운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그래. 나 역시 장법이 인생이었지. 그래. 내가 너에게 가르쳐줄 장법은 칠선장이라 한다. 너는 들어 보았느냐?"

장수는 칠선장이라는 이름을 여러 번 들었다. 더구나 자신이 손수 육장을 만들어준 도사들이 가끔씩 쓰던 장법이 바로 칠선장이라는 장법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모양이나 위력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예. 들어보았습니다."

"그래. 칠선장이란 기본 장법이지만 제대로 익히면 정말 무서운 위력을 자랑하는 무공이다."

유운은 천천히 칠선장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장수도 기본적인 장법의 원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유운이 가르쳐 주는 칠선장은 그가 배운 혈교의 무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혈교의 장법은 그 기원이 마교다. 그래서 그런지 몸에 무리가 가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혈도를 인위적으로 돌려서 내공을 증진시킨 후 장력을 발휘했기에, 당하는 사람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지만 시전자의 몸에도 무리가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런 충격을 인위적인 힘으로 해결한 후 힘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무당의 장법은 그 궤를 달리했다. 자신의 힘을 이용하고,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며, 몸속에 최소한의 무리만을 주면서 상대방을 격타했던 것이다.

장법이 궤를 달리했기에 장수는 그 자리에 서서 유운의 설명만을 계속해서 들어야만 했고 이해를 해야 했다.

'그렇구나.'

생각의 인식을 바뀌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가 알고 있던 장법은 힘의 장법이었지만 무당의 장법은 부드러움과 어울림의 장법이었다.

장법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으로 인해 장수는 감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바로 수업이라는 거구나.'

그는 모든 것을 혼자 배워야 했다. 이런 체계적인 가르침은 처음이었다.

유운의 가르침에서 장수는 배우는 게 많았지만 거슬리는 것도 매우 많았다. 그가 뼛속까지 혈교에서 가르침을 받았고 오랜 시간 아집에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오랜 시간동안 수련을 하고 고치려고 노력을 해야 고쳐지는 것이니 지금 당장은 고칠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유운이 말하는 동안 장수 역시 몇 번이고 반박도 하고 호응도 하고 싶은 충동을 여러 번 억눌렀다.

그는 유운의 제자로 이곳에 온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얌전히 듣고 있어야만 했다.

유운의 가르침은 끝이 없었다.

칠선장 하나에 어떻게 이렇게 말이 많은지 보통 사람들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일반 장법의 고수들이라면 이렇듯 칠선장에 말을 많이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법으로 극을 이룬 유운이었기에 할 말이 많았던 것이다. 기존의 칠선장에 유운이 터득한 묘리가 어우러져 상승의 가르침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유운은 한참을 얘기하다 말을 멈추었다.

그러자 장수는 아쉬움을 느꼈다. 그에게 유운의 말은 달고 달은 감로수였기 때문이었다. 마셔도 마셔도 목이 말라 계속 마시게 되는 꿀물이었다. 때문에 유운이 말을 중단 하자 더욱 더 그의 가르침을 갈구하게 된 것이다.

장수는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그러자 유운의 인자한 표정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종소리가 울렸다. 수업이 끝났다는 것을 알린 것이다.

"이런."

장수는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두시진이라는 시간이 지났던 것이다.

장수는 알지 못했지만 벌써 네 번의 쉬는 시간이 지났던 것이다. 그리고 끝나는 종이 쳤던 것이다.

그는 유운을 향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척 아쉬웠지만 내일도 유운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으로 작용했다.

유운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속가제자들이 수업을 마치고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부잣집 자제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오전에만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아니야. 나도 오랜만에 수업을 해서인지 평소보다는 말이 많았던 것 같군. 그래, 자네는 지루하지 않았는가?"

"아, 아닙니다. 정말 많은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 정말 다행이군."

유운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을 보자 장수도 같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수업이 끝났는데 식사를 하러 가시지요."

장수의 말에 유운은 미소를 지었다.

"아까 먹었지 않았는가? 과식은 몸을 둔하게 만든다네. 난 되었으니 자네나 먹으러 가게나."

장수는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식사를 하지 않겠다는 분을 억지로 드시게 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럼 이따가 다시 찾아가 뵈도 되겠습니까?"

"그것은 자네 마음이네. 나의 집은 항상 열려 있으니 자네가 오고 싶을 때 와도 된다네."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래. 어서 가보게."

유운은 한차례 너털웃음을 짓더니 천천히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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