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편 - 수련
장수는 마음으로 감사함을 표했다.
그리고 숙소로 향했다. 해야 할일이 많았던 것이다.
숙소에 가자 안면을 튼 냉하상이 장수를 보고 말을 걸었다.
"수련은 할 만 하십니까?"
"예. 할 만 합니다."
"다행이네요."
냉하상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장수는 냉하상을 보자 묻고 싶은 게 많았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물었다.
"제가 묻고 싶은 게 많습니다."
"예.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제가 오늘 수련을 하면서 이상한 것을 봤습니다. 오전에는 유운스승님에게 제자들이 몰리더니 오후에는 다른 스승님들에게 몰리는 것을 보니 이상하더군요. 혹시 왜 그런지 아십니까?"
장수로서는 그게 계속 신경 쓰였던 것이다. 그래서 청솔에게 물어봤지만 그 역시 자세한 내막은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자 냉하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그거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바쁘게 움직이셔서 가르쳐드리지 못했습니다."
냉하상이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들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냉하상은 잠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하는 말은 그냥 제자들끼리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곳에 온 대부분의 제자들이 목표는 도장을 차리는 것입니다. 물론 그게 아니라 무공을 배우러 오거나 무당파와 연을 맺으러 오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나갈 때가 되면 자신의 이름으로 도장을 내게 되어있습니다."
"도장이요?"
장수로서는 황당한 말이었다.
도장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아마 도장얘기는 처음 들으시는 거 같군요. 무당파에서는 속가제자로 3년간 수료를 하면 동문증을 줍니다. 이것이 있으면 다른 곳에서 무당파의 이름으로 도장을 열수가 있습니다."
장수로서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렇습니까?"
"예. 장수님께서도 이곳에 오셨으니 필시 알아두셔야 할 것입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꿈을 가지고 온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3년 동안 있으면서 도장을 차릴 때 꼭 필요한 무공을 배우기를 희망합니다."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서는 이들의 사고방식이 신기했던 것이다.
"그래서요?"
"요즘 장안에 화제는 검입니다. 특히 무당의 검법은 천하에서 알아주는 검법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수업을 받는 제자들은 대부분 검을 배우기를 희망합니다."
"아…."
장수는 그제야 이해가 갔다. 어차피 이곳에서 무공을 닦는 제자들의 경지는 고수는 꿈도 못 꾸고 겨우 일류무사나 이류무사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 정도의 수준이라면 권법을 배우거나 장법을 배우는 것보다 검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파괴력 있고 강한 무공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장수가 알아듣는 표정을 짓자 냉하상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수업에 대한 것을 얘기 하자면 오전에는 수업 자체가 유운 스승님에게만 배울 수 있습니다. 다른 스승님들은 지체 높은 자제분들이나 권세가의 자제분들을 직접 봐주십니다."
냉하상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볼 살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장수는 냉하상의 말을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예. 무당에서도 후원금이나 기부금을 더 많이 내는 자들에게 무엇인가 혜택을 주어야겠지요. 그래서 묵인하는 경우도 있고 암묵적으로 허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있는 집 자제분들은 스승님들에게 음식 같은 것도 비싼 걸로 사주시고 따로 선물도 주니 스승님들도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죠."
장수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혈교나 여기나 사람 사는 곳은 똑같구나.'
혈교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자신 역시 뼈를 깎는 고통으로 수련을 하지 않았던가?
"그럼 유운스승님이 태극권을 가르쳐 주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입니까?"
장수의 말에 냉하상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유운스승님께서는 원래 장법 위주로 가르치려고 했지만 제자들이 강력하게 항의를 했습니다. 원래 검술을 가르쳐 달라고 했지만 유운스승님께서는 그럼 태극권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마 유운스승님께서는 권법이나 장법이나 같은 손으로 싸우는 것이니 권법을 익히면 장법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들 역시 태극권 정도의 무공이라면 나중에 도장을 차릴 때 가르칠만한 무공이라 배우는 겁니다."
냉하상의 말에 장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지었다.
'참나. 초절정고수의 경지를 이룬 무인이 하소연해도 무공을 안 익힌다고? 복을 스스로 걷어차는구나.'
장수가 웃자 냉하상은 자신이 말에 동조하는 줄 알고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오후에는 있는 집 자제분들이 휴식을 취하십니다. 그래도 따로 무공을 배우니 실력이 느는 거 같지만 오후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 저희들이 일곱 분이 스승님에게 가서 무공을 배우는 겁니다. 일곱 분 모두 검법을 가르치는데 가르치는 검법이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검법을 가르치는 스승님에게 가서 무공을 배웁니다."
"일곱 분 모두 검법을 가르치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이곳이 바로 천하에서 검으로 가장 유명한 무당파 아닙니까? 당연히 검술을 배워야지요."
장수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15년 전만해도 번천장협 유운 때문에 무당파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장법이었다. 비록 그 당시에도 검술을 익히는 자가 많았지만 무당파의 가장 최고수가 장법을 익히고 있었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컸던 것이다.
하지만 유운이 사라지자 무당파는 완전한 검문이 된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 검을 익히는 제자들이 많아졌다.
"유운스승님께는 무공을 배우지 않습니까?"
"유운스승님이 왕년에는 무학이 대단하다고 하시지만 지금은 몸도 좋지 않고 나이도 있으셔서 그런지 감이 많이 떨어지신 거 같습니다. 그래서 무공을 시연하는 것을 보면 좀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더구나 장법이라는 것이 저희들이 수준하고는 안 맞는 거 같습니다. 어느 정도 내공이 있어야 하고, 수련자체도 해본 분들 말을 들으니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들었습니다. 항아리에 물을 담아 와서 빌 때까지 손바닥으로 친다거나 하는 식으로 단순 반복이고 내공도 많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좀 그렇죠."
"그렇습니까?"
"예. 어제 보니 잘 모르셔서 한가하신 유운스승님에게 가서 수업을 듣는 거 같은데 어제 느끼셨을 거 아닙니까? 몇 시진동안 쉬지 않고 말씀만 하시는걸요? 저도 개인적으로 유운스승님이 친절하고 정도 많고 성실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인생이 달려있습니다. 삼 년 동안 검만 익혀도 도장을 열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언제 익힐지도 모르는 장법에 매달릴 수는 없는 거죠. 장수님도 앞으로는 검술을 배우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검술을 배우려면 목검을 하나 사셔야 합니다. 직접 만들어 쓰셔도 되지만 아무래도 무게 감각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인당에서 파는 것이 착용감도 좋고 무게감각도 절묘합니다."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장수는 궁금한 게 모두 풀리는 순간이었다. 역시 정식제자인 청솔과는 다르게 내부 속사정을 많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냉하상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뭘요. 같은 속가제자끼리 서로 도와야지요.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수련을 할 때는 웬만하면 수련복을 사십시오. 그리고 죄송하지만 땀 냄새가 많이 나니 좀 씻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냉하상의 말에 장수는 안색을 찡그렸다. 자신이 냄새가 난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장수의 몸은 뚱뚱했다. 그래서 조금만 움직여도 냄새가 많이 났던 것이다.
장수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런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가서 옷을 사야겠군요."
"그러십시오."
장수는 급하게 인당으로 달려갔다.
장수는 그 동안 시중을 드는 하인들이 모든 것을 챙겨 주었기 때문에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하인들이 없으니 옷을 갈아입는 것도 까먹고 있었고, 단체생활을 하는데 큰 실수를 했던 것이다.
장수는 급하게 인당으로 달려가서 수련복과 도복을 몇 벌 샀다.
다행이 장수의 몸에 맞는 체형이 있었는데 도복은 정식제자가 입는 것과 달랐다. 좀 남루해 보였고, 화려하기보다는 수수해 보였던 것이다.
"이 옷은 빨아야겠구나."
인당에서 세탁할 수 있는 도구도 몇 개 더 산 장수는 급하게 우물로 가 옷을 빨았다.
그리고는 새로 도복을 입어 자신이 깨끗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도복을 자신이 입다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도복을 입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