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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38화 (38/398)

38편 - 수련(2)

한시진이 지나자 수련이 끝났다.

수련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힘들게 운동을 한 자들도 있었고 대충 흉내만 내는 자들도 있었다.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어차피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태극권을 배우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없는 사람들은 오후 수업만 받으려고 아예 오전에는 나오지 않는 자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장수만큼 열심히 수련하는 자는 없었다.

장수의 전신은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워낙 뚱뚱해서 남들보다 땀도 많이 흘렸던 것이다. 그래서 인지 사람들이 그와 떨어지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장수에게는 창피한 일이었다. 그가 언제 이런 일을 겪어 봤겠는가?

물론 자신의 잔혹한 손속에 의해 사람들이 피해 다니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렇듯 외형적인 일로 사람들이 피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장수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태극권 수업이 끝나자 사람들은 식사를 하러 가거나 어딘가로 이동할 때 자기들끼리 패를 지어 이동했고, 또 어떤 자는 다른 스승에게 배울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먼저 가 기다리는 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태극권을 연습해 보는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유운의 근처에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 수업이 끝나자 휑하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유운 역시 자주 겪는 일이라서 그런지 쓸쓸한 표정만을 지을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장수가 그런 유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유운이 반갑다는 듯이 장수의 손을 잡았다.

"그래. 제자가 왔는가?"

"예. 스승님."

"그래. 태극권을 할 만한가?"

유운은 자상한 표정을 지었다.

"예. 할 만합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태극권은 정말 훌륭한 무공이네. 열심히 수련하다 보면 실력도 늘고 몸도 좋아질 걸세."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껄껄걸. 제자는 나만 믿게나. 내가 제자의 살을 쫙 빠지게 해주겠네."

"하하하. 저는 스승님만 믿겠습니다."

"그래."

장수는 유운을 보며 말했다.

"이제 식사하러 가시지요."

"제자한테 계속해서 신세를 지는 것은 미안하지 않나."

장수는 웃었다.

"그게 얼마나 한다고 그러십니까? 제가 낼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그럼 제자에게 얻어먹어 볼까?"

유운 역시 사람이기에 홀로 선단을 먹는 것이 좋을 리가 없었다.

물론 선단을 먹는 것보다 식사를 하는 게 몸에 좋은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장수와 식사를 하면 기분은 좋았던 것이다.

"가시지요. 스승님."

"그래."

유운은 밝게 웃었다. 그리고 식사를 하러 갔다.

유운은 걸을 때 다리를 절뚝거렸다. 장수는 그 모습이 못내 아쉬웠다.

'나 때문에 저렇게 되신 거구나.'

장수는 굳이 묻지 않아도 왜 그런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이유는 자신의 가슴에도 이미 큰 상처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유운에게 묻지 않았다. 그가 그 일을 떠올려 다시 상처받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였다.

'어떻게 할 수가 없구나.'

지금 장수의 몸 상태는 유운보다 낫다고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만약 유운이 다리를 절지 않았으면 그와 속도를 맞추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장수는 마음으로만 안타까움을 느끼며 함께 걸어가고 식사를 할뿐이었다.

'지금 당장 내가 스승님께 할 수 있는 것은 밥을 사는 것이구나.'

그 밥 역시 자신이 하는 밥이 아니었다. 장수는 유운에게 자신이 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다.

'어떻게든 나중에 요리를 배워야겠구나.'

장수가 배워야 할 게 늘어났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자 어제처럼 유운의 가르치는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일곱 명의 스승 밑에는 목검을 든 속가제자들로 가득했다.

장수가 목검을 든 제자들을 바라보자 유운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왜 검을 배우고 싶으냐?"

유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장수가 간다면 그는 가르칠 제자가 없어서 그냥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이다.

"아닙니다. 스승님께 장법을 배우는데 제가 왜 검을 배우고 싶어 하겠습니까? 더구나 전 일부러 검도 사지 않았습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고맙다."

"아닙니다. 뭐가 고맙습니까? 스승님께 무공을 배우니 제가 스승님께 감사하지요."

유운은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제 어디까지 했더라?"

장법이라는 것은 일반 무학과는 궤를 달리했다. 보통의 무공은 상대방의 외부를 공격하고 외부에 타격을 주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장법은 달랐다.

장법은 외부가 아닌 내부를 타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랬기 때문에 설명도 매우 복잡했고 처음 배우는 사람은 이해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복잡한 무공이고 기본적인 무공도 상승의 무리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초절정의 경지를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었고, 그 역시 전생에서는 장법으로 일가(一家)를 이룰 만큼 대성했기에 현재 유운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제 칠선장의 무리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하구나. 그래. 그것에 대해 설명을 했지."

유운의 얼굴은 눈에 뛰게 밝아졌다.

"그래. 그럼 내가 이어서 얘기를 해주마."

유운은 천천히 칠선장의 무공을 최대한 풀어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것은 무당파에서 오랜 시간동안 바꾸고 고쳐나간 칠선장이라는 무공의 거대한 흐름이었다.

그 안에는 역사가 있었고 사람이 있었고 인생이 있었다.

단순한 칠선장이였지만 그 속에 담긴 무리는 초절정고수만이 알 수 있는 무엇인가를 담고 있었다.

장수는 탄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금 한순간 한순간이 다시없는 기회였고 기연이었다. 유운의 말속에는 그토록 자신이 갈구했던 수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장수는 유운의 말을 최대한 기억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지금 상태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장수가 절정의 경지에만 도달해도 지금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으면 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운과 장수가 칠선장에 대해 깊은 무리를 나누고 있는 동안 멀리서 속가제자를 가르치는 청해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계시는구나."

청해의 말에 속가제자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무공은 몸으로 배우는 것이다. 물론 설명이 필요하지만 그 시간은 매우 짧았다. 설명을 하는데 1각이 걸린다면 몸으로 배우는데 두시진이 걸렸다.

그리고 그것은 기본 무공일수록 더욱 심해졌다.

청해는 무공을 모르는 제자에게 왜 이론적인 것을 먼저 가르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제대로 가르치려면 직접 가르치시지. 왜 이론수업만 하는지 모르겠구나."

"맞습니다."

사실 장법이라는 것도 배워서 나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속가제자들 중에서 장법에 맞는 신체를 가진 자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이미 폐인이 된 유운이 제대로 된 시범을 보여줄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장력으로 어떤 것을 격파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 화려한 검술을 지닌 스승에게로 속가제자들이 가버리는 것이다.

무공을 펼칠만한 몸이 못되니 유운은 장법을 가르치면서도 대부분을 이론만 가르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이론이라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말만 잔뜩 하는 것이었다.

유운이 처음 무공에 대한 가르침을 준 것은 직전제자들이였다. 하지만 그의 가르침은 인재(人才)라고 하는 직전제자들도 이해를 못할 정도의 상승무공이었다. 때문에 유운과 직전제자들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며 서로 맞지 않자, 점점 중심에서 밀려나 이렇게 속가제자를 가르치는 것이 유운의 현실이었다.

청해는 유운과 유운에게 배우는 제자가 안타까웠다.

"어서 빨리 정신을 차리셔야 할 텐데."

청해는 이대로 원로원에 가면 편하게 쉴 수 있는 상황에서 구태여 속가제자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하는 유운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청해는 자신이 가르침을 주는 제자에게 물었다.

"혹시 저 제자의 이름을 아느냐?"

청해의 말에 제자는 공손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제가 듣기로는 장수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왜 저렇게 유운 사숙조님과 함께 다니는지 모르겠구나."

청해를 비롯한 스승들은 속가제자들을 가르치는 일만 하는 게 아니었다.

그들에게 문파에서 내린 명령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유운과 장수가 이틀이나 함께 다니는 것이 못마땅했다.

"아마 처음이라서 그런 거 같습니다."

제자의 말에 청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 덩치라면 눈에 안 튀려야 안 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눈에 안 튄걸 보니 속가제자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것이 분명했다.

"그런가 보군."

청해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다시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로서는 다른 스승들과 상의를 할 얘기였기에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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