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39화 (39/398)

39편 - 수련(2)

장수가 정신을 차린 것은 종이 치고 나서였다. 장수는 유운의 설명에 빠져 들어 정신없이 수업을 듣다가 수업이 끝난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은 유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이렇게 몰입을 해서 설명을 하기는 근래에 들어 처음이었다.

"이런. 수업시간이 지났구나."

유운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스승님만 괜찮으시다면 계속해주셔도 저는 좋습니다."

"그래? 껄껄껄!"

유운은 크게 웃었다. 정말 기분이 좋은 듯 했다.

실제로도 근래 들어 이렇게 웃어보기도 처음이었다.

유운은 그동안 자신의 장법을 전수할 제자를 찾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열정을 가진 제자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유운은 자신이 몸이 계속해서 약해지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이미 폐인이 된 그의 몸은 점점 기운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미 나이가 많았다. 이제 백세에 가깝게 된 것이다. 더구나 사고의 후유증 때문에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지니고 있는 절기를 전수해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죽음을 늦추고 있었던 것이다.

유운은 장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자가 바란다면 스승이 들어주는 것이 도리였다.

"그래. 수업을 더 하자구나."

말과 함께 유운은 다시 수업을 시작했다.

이번 그의 수업은 장법의 상승무리였다.

이것은 무공서적으로 배울 수 없었고 경험으로도 알 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유운이 하는 말은 그가 지금까지 자신이 겪었던 모든 경험과 지식, 그리고 깨달음을 함축해서 말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가르침은 인연이 닿지 않는다면 배울 수가 없었다. 아니, 인연이 닿는다고 해도 보통의 사람들은 인연인줄도 모르고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흔했다.

이미 수업은 끝난 시간이었다.

그랬기에 유운과 장수 둘이 수업을 계속 하고 있자 호기심에 다가오는 제자들이 수십 명이었다.

그들은 진지한 장수의 표정과 열변을 토하는 유운의 얼굴에서 무엇인가를 느끼고 다가오는 중이었다.

하지만 유운과 장수에게 다가간 그들이 들을 수 있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들이었다. 같은 한어를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이해를 할 수도 없는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가오던 제자들은 이내 인상을 쓰고 가버렸다. 그리고 끝까지 남아 들으려고 했던 자들도 이내 고개를 흔들더니 가버렸다. 그들에게는 유운과 장수의 대화를 곁에서 듣는 것이 시간낭비였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는 말들이었고 삶의 이정표가 되는 말들이었다.

장수가 걸어간 길은 마를 통한 장법의 극이었다.

그러나 유운이 설명하는 것은 정을 통한 장법의 극이었다.

한 명이 각기 다른 길을 통해 극에 도달하기는 극히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장수는 다시 태어났고 유운과 만나는 일련의 생을 통해 그러한 인연이 닿았다.

물론 유운이 지금 설명하는 것은 그의 방대한 지식 중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이러한 가르침을 들어야 할지 몰랐다.

남들에게는 쓸데없는 이야기로 인해 장수는 길에 올라설 수 있었다. 바로 깨달음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수업이 끝난 것은 모든 제자들이 사라진 뒤였다. 유운은 말을 하다 힘이 드는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거 얼마만인지 모르겠구나."

유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내가 기력을 많이 소모해 말을 멈춘 것은 근 이십년 만에 처음인거 같구나."

유운은 하고 싶은 말을 원 없이 한 것 같았다. 물론 그의 머리에는 아직도 하지 못한 말들이 가득 했지만 지금은 이만큼 한 것도 만족했다.

그것은 장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수는 이러한 가르침을 전생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바라왔다. 그 소원을 지금에서야 이루게 된 것이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수의 머릿속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언젠가 부터는 유운의 말들이 기존에 있던 자신의 지식을 밀어 내고 새로 자리를 차지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말을 들었던 것이다.

몇 시진 동안 쉬지 않고 계속해서 가르침을 들었던 것이다. 그 말에 포함되어 있는 지식의 양이 적을 리가 없었다.

둘은 서로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장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어하신다니 걱정입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제자야. 내가 나이가 있지 않느냐? 이 정도 살았으면 당연히 몸이 좋을 리 없겠지. 나는 나이보다도 젊게 살고 있는 거란다."

유운의 말에 장수는 가슴이 아팠다. 만약 그의 몸이 폭발하는 것을 유운이 막지만 않았더라면 지금 그는 경지를 넘어서 반로환동 했을 수도 있었고 오래 살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 때문에 그런 기회가 날아간 셈이었으니 마음이 더욱 아팠다.

'보약이나 한 접 지어드려야겠구나.'

장수는 자신도 모르게 영약을 생각했다. 밖에 나오면 구해야 하는 게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저 때문에 더 쇠약해지신거 같아 걱정입니다."

"무슨 소리냐. 나는 네 덕분에 더 기운이 팔팔 나는 중이다. 네가 보약이구나, 보약이야."

유운은 말을 하면서 다시 한바탕 웃음을 지었다.

장수는 유운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저 역시 스승님이 보약이십니다. 정말 스승님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 많이 배웠다면 다행이다."

유운은 흐뭇한 표정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런데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너도 이제 가서 어서 쉬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스승님."

유운은 장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다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장수는 홀로 남아 유운이 처소로 돌아가는 모습을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남들이 보면 질리지도 않냐고 물을 정도였지만 장수는 그의 스승인 유운을 계속 봐도 질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가셨구나."

유운의 모습이 완전히 안보이게 되자 장수는 자리를 잡았다. 계속해서 수련을 해야 했던 것이다.

장수는 천천히 태극권의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태극권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장수의 자세는 완벽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1년 이상 정심으로 수련을 한 사람처럼 모든 동작이 맞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신체였다. 올바르게 움직여도 워낙 뚱뚱했기에 우습게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속도가 너무 늦었다. 남들과 같이 수련할 때도 반 박자 이상 느렸는데 홀로 하니 더욱더 느렸던 것이다.

원래 태극권은 매우 느린 권법이었다. 실전에서는 빠르게 사용해도 수련은 최대한 느리게 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그보다도 두 박자 이상 늦었으니 달팽이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려 터진 움직임이었다.

정말 재미있는 장면이었지만 장수는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목표가 생겼다. 유운을 만나니 초절정의 경지는 무난하게 넘어가고 화경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곧 화경의 경지에 올라주마."

화경의 경지는 무의 종착지였다. 그리고 당금 천하에서 단 3명만이 이룬 경지이기도 했다. 그런 경지를 겨우 15살인 장수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남들이 들으면 웃을 얘기였지만 장수로서는 충분히 도달 가능한 일이였다.

그에게는 전생에서 이룬 경지와 유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장수는 더욱더 열심히 수련을 했다. 너무 열심히 해서인지 그의 주변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더러워지는 것에 개의치 않고 더욱더 열심히 수련을 했다.

어느덧 태극권 수련을 마칠 수가 있었다.

"드디어 끝이 났구나."

그가 맘먹은 만큼의 수련은 끝이 났다. 그러자 장수는 크게 만족감을 느꼈다. 그와 함께 그의 뱃속에는 거대한 소리가 주변에 퍼졌다.

"꼬르르르륵."

마치 뱃고동이 울리는 소리 같았다. 배의 지방이 워낙 많아 소리가 증폭된 것이다.

"이런 배가 고프구나."

너무 열심히 수련을 해서인지 그의 배는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다. 매일 같이 음식만큼은 제시간에 먹어주었는데 그걸 못하니 괴로웠던 것이다.

"이 시간에도 식당이 할까?"

장수는 이 방법을 해결할 게 식당 밖에 없었다. 그는 생각을 마치자 자신도 모르게 식당으로 달려갔다.

식당에 가서 남는 밥으로 주먹밥을 먹은 장수는 식당의 요리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매일 점심이 끝나면 주먹밥을 만들어 주실 수 있습니까?"

요리사는 장수를 보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식당에서 일하면서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그게… 가능하긴 하지만…. 왜 그러시는 겁니까?"

"그거야 당연히 저녁에 먹으려고 하지요. 수련이 끝나고 이곳에 오는 시간이 아깝습니다."

장수는 수련장에서 식당으로 오는 시간도 아까웠다. 때문에 요리사에게 이러한 부탁을 한 것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도가의 신도들도 있었지만 돈을 받고 일하는 고용인들도 있었다. 장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는 돈을 받고 일하는 고용인이었다.

"물론 가능합니다."

도사에게 돈을 받는 것은 찜찜한 일이었다. 하지만 속가제자는 도사가 아니었다. 이들의 생각으로는 자신들과 똑같은 속인일 뿐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돈을 받는다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던 것이다.

요리사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식사를 하는 만큼의 돈을 드리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요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점심이 끝나면 준비는 해드리겠습니다."

"예. 그런데……."

"말씀하십시오."

"남는 주먹밥이 더 없습니까? 너무 배가 고파서 그렇습니다."

장수의 말에 요리사는 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나 많은 주먹밥을 먹고 또 달라고 하는 장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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