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편 - 현문의 심법
식사를 마치자 장수는 급하게 우물로 가 몸을 씻었다. 유운을 만나러 가야 했던 것이다.
"어서 가야겠구나."
수련시간에도 보았지만 끝나고 유운을 보는 것도 장수로서는 크나 큰 기쁨이
었다.
유운의 처소에 가자 어쩐 일로 유운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장수로서는 이상한 일이였다.
"스승님?"
장수는 급하게 외치면서 처소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는 유운을 잃고 싶지 않았다. 유운과의 만남을 오래도록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처소에서 유운이 잠이 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 제자 왔는가?"
유운은 잠에서 깨어 장수를 보며 반가워했다.
"예. 스승님."
"그래. 제자를 기다리다가 깜빡 잠이 들었네. 이제 나이가 들어서 말이야. 몸이 말을 안 들어."
장수는 안타까운 마음이 일었다.
"스승님. 건강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무공을 많이 가르쳐 주셔야지요."
"그래. 그것은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 가르쳐 줄때까지는 나는 건강할거야. 걱정하지 말거라."
유운은 말을 하면서 자상하게 미소를 지었다.
"스승님."
"그래. 그런데 태극권에 대해서는 궁금한 게 없느냐?"
유운이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의 몸이 비록 돼지여도 그의 머릿속은 초절정고수였던 것이다.
때문에 무학을 습득하는 시간이 매우 짧았다. 태극권이 무당파에서 유명한 정파의 무공이었지만 유운은 금세 터득한 것이다.
그래서 현재 태극권에 대해서는 궁금한 게 없었다.
"없습니다."
"그래?"
유운은 잠시 무엇인가를 깊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데 몸이 왜 그러지? 내가 봤을 때 너는 놀면서 수련을 대충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제자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편이지."
유운이 칭찬하자 장수는 매우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래. 근데 그렇게 수련을 하고도 몸이 나아지지 않은 것을 보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것이 단지 이틀밖에 안 되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몇 가지 확인을 해봐야겠구나."
"확인이라고요?"
"그래. 스승으로서 제자에 대해 무엇이든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혹시 문제가 있으면 해결을 해 주어야지."
장수는 유운의 말에 감격했다. 장수는 천여 명의 제자 중에 겨우 한 사람일뿐이었다. 그런데 따로 해결을 해준다는 말에 감동받은 것이다.
하지만 유운 역시 이유가 있었다. 천여 명의 제자가 있었지만 장법을 수련하고 자신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오직 장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였기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내가 몇 가지 물어 볼 것이 있구나. 대답해 보거라."
"알겠습니다."
"혹시 가부께서도 체형이 너그러우시냐?"
"예?"
장수는 의외의 말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하루에 얼마나 먹느냐?"
유운의 말에 장수는 잠시 머뭇거렸다. 장수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먹는 것은 생활이 아니라 습관이었다. 집에서는 항상 그가 식사를 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음식을 주었고 장수는 그것을 아무 생각 없이 먹은 것이었다.
그러한 습관은 여기서도 줄어들지 않았다. 때문에 그런 것을 설명하려 하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다. 솔직하게 말을 하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장수는 솔직하게 말을 했고 유운은 계속해서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수를 눕혔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만지더니 장수를 바라보았다.
"몸에 근육이 없는 거 같구나. 근육이 전혀 발달이 안 되어있어."
유운의 말에 장수는 잠시 인상을 찡그렸다. 유운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그의 몸은 근육이 거의 없다고 봐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구나. 아무리 그래도 몸이 그렇게 느린 것은 이유가 있을 텐데."
유운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장수의 몸이 느린 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수는 유운에게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 전진심법에 대해서는 말을 해도 될 거야.'
이미 무당파에서는 자신이 현문의 심법을 익힌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심법에 관한 것은 알려줘도 상관이 없었다.
장수는 유운의 예전 경지가 어느 정도였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초절정의 끝에 도달했는지 아니면 화경의 경지를 개척했는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보여줬던 웅후한 내력은 화경의 경지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가져왔다.
지난일이라 상관없다고 했지만 화경에 도달했을 지도 모르는 유운이 자신의 상태를 본다면 정확하게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스승님."
"그래. 말을 해 보거라."
"제가 예전에 우연히 현문의 심법을 익혔습니다."
장수는 딱 꼬집어서 전진의 심법이라고 말을 하지는 않았다. 어디의 심법인지 말하지 않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말이라는 것은 쉽게 주변으로 퍼졌다. 전진의 심법이라고 말을 하면 심법의 내용은 퍼지지 않아도 전진이라는 말은 쉽게 퍼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곳을 멸망시킨 마교에서 반응을 할 게 뻔했다.
하지만 현문이라 하면 상황이 달라졌다. 현문은 마교에 의해 멸망한 곳도 많았지만 자중지란으로 해체되거나 사라진 곳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오. 그래?"
유운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현문의 문파는 전설 속에서나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도가의 도사들은 현문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아련한 무엇인가를 느꼈다.
"그렇습니다."
"네가 그것을 어떻게 익혔느냐?"
유운은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미 세수가 백세에 가까웠지만 호기심만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장수는 자신이 얻은 것을 가공해서 이야기했다. 장수의 말이 끝나자 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전의 심법은 아닌 거 같구나."
"그렇습니다."
"정말 보물은 인연자에게 간다고 하더니 그 말이 정말이구나. 네가 순수하니 너에게 보물이 갔어."
유운의 말에 장수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
"그럼 나에게 구결을 들려줄 수 있겠느냐?"
유운의 말은 놀라운 말이었다. 보물이라 할 수 있는 현문의 심법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운은 무당파에서 그에 버금가거나 더욱 훌륭한 심법을 더 많이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장수의 심법에 부러움을 느꼈기 때문은 아니었다. 심법을 순수하게 분석해서 장수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다.
유운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유운이 원한다면 자신이 아는 모든 무공을 알려줄 수 있었다. 그런데 전진의 심법 하나가 무슨 대수겠는가?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게 무공을 분석…. 뭐? 알겠다고?"
선뜻 대답하는 장수의 말은 유운으로서는 놀라운 말이었다.
자신과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은 지 단지 이틀이 됐을 뿐이었다. 그 정도의 시간으로 충분한 신뢰감을 쌓기는 어려웠다.
더구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석가장에서 만금을 풀어 얻은 보물인데 그것을 아무런 대가 없이 주겠다는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 스승님. 제자와 스승님 사이에 무슨 비밀이 필요하겠습니까? 제가 지금 알려드리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감동을 받았다. 단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유운의 심정은 장수를 몇 십 년 동안 믿고 지낸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런 게 바로 인연인가? 드디어 내게 진정한 제자가 생겼구나.'
유운에게는 수많은 제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에는 수많은 제자들이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그가 무공을 잃고 나자 그것들은 모두 허상이었고, 거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무공을 잃은 자신에게 내보이는 장수의 행동에 감동을 한 것이다.
"그래. 고맙다. 나를 믿어주니 너무 고맙구나. 어서 말해 보거라."
장수는 천천히 전진심법의 구결을 유운에게 불러주었다.
낡고 초라한 작은 처소에서 이제는 전설로 불리는 현문의 심법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더구나 현문의 심법 중에서도 최강이라 할 수 있는 전진의 심법이 말이다.
유운은 장수의 심법구결이 끝나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명상에 빠졌다.
그렇게 한참을 있자 스스로 흥이 나는지 입으로 이야기를 했다.
"정말 신기하구나. 신기해. 이런 방식의 운기방식이 있다니. 정말 옛사람들의 지혜는 놀랍다 못해 경이롭구나."
유운은 그렇게 말을 내뱉고도 한참을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오른쪽 무릎을 두어 번 두들겼다.
"좋구나. 좋아. 정말 훌륭해. 이런 자연스러운 방법을 잊고 여태껏 인위적인 방법으로 내공을 운기했다니."
유운은 말을 하면서도 흥이 나는지 스스로 어깨를 들썩였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유운은 눈을 떴다. 하지만 아직도 여운이 남는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 훌륭한 심법이구나. 정말 대단해."
유운이 칭찬을 하자 괜스레 장수가 기분이 좋았다. 유운이 칭찬하는 무공을 그가 익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단한 무공입니까?"
"그래. 정말 훌륭한 무공이지. 이대로만 익힌다면 신선이라도 될 거 같구나."
"신선이요?"
장수로서는 입을 벌렸다.
신선이라니 얼마나 놀라운 말이던가?
신선은 도가에서 상상으로만 전해지는 경지였다. 그 경지는 무의 극치라는 화경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경지였는데 그런 경지를 유운이 말하니 장수로서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내가 선택을 잘했구나. 신선이라니…!'
전생에서 그의 손에는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항상 죽이고 또 죽였다. 명령에 의해서 죽였고 자신이 살기 위해서 죽였던 것이다.
그렇게 지독하게 살았어도 겨우 초절정의 경지를 돌파하지 못하고 흡성대법 때문에 몸이 터져 죽어 버렸다.
그런데 이번 생에서는 심법 하나 잘 익혔다고 신선이 될 수 있다니.
"저, 정말입니까?"
장수로서는 믿을 수도, 가늠할 수도 없는 경지였다. 그러자 유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그래. 내가 보니 이 심법은 훌륭한 심법이다. 이 심법대로 익힌다면 충분히 신선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어, 얼마나 수련하면 그 경지에 오를 수 있겠습니까?"
장수의 말에 유운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글쎄? 이 방식이 경이로울 정도로 순수한 진기를 모으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시간이 조금 걸릴 거 같구나."
"조금이라니요?"
장수는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제대로 익힌다면 천 년은 걸릴 거 같구나."
"처, 천 년이요?"
“그래. 하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다. 이것을 내가 익히지는 않았으니 말이야. 하지만 이러한 진기 방식이라면 천 년은 익혀야 효능을 발휘할 것이다.”
장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