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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41화 (41/398)

41편 - 현문의 심법

천 년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긴 시간이었다. 인간이 천 년이나 살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 인간은 천 년이나 살 수 없었다. 설사 살 수 있다고 쳐도 유운에 대한 복수를 언제 혈교에 한단 말인가!

"왜 그런 표정을 짓느냐? 도문에 들어온 이상 우화등선해 신선이 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유운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장수는 인정할 수 없었다. 도문에 들어온 것은 유운을 만나기 위함이지 우화등선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물론 자신의 은혜와 복수, 둘 다 갚고 나서 우화등선을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지만 이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 무공을 발휘할 수 없지 않습니까?"

"무공이라니? 그것을 왜 사용하려고 하느냐? 남을 상처 입히고 자신의 강함을 알리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라 믿는 것이냐?"

유운의 엄한 표정에 장수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무공은 자신이 익히는 것이지만 남을 위해 써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 무공을 익히려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다른 무공을 익히도록 하거라. 내가 이 내공심법을 분석해 보니 운기가 자유롭고 다른 심법을 익혀도 워낙 순수한 내공이라 융화가 잘될 거 같구나. 원한다면 강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주도록 하겠다."

유운의 말은 진실이었다. 비록 실권을 모두 잃었지만 당장 유운이 장수의 자질을 말하고 초절정고수를 만들 준비를 하라고 하면 장문인으로서는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는 유운의 말에 힘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장수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닙니다. 저는 사부님 밑에서 무공을 배우는 게 꿈이었습니다."

과연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

장수는 곱씹어서 생각했다. 그가 원했던 것은 자신을 죽이려고 온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목숨을 바쳐 가며 암살자를 살리려 노력한 유운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었다.

"아니다. 너는 생각을 잘해야 한다. 입으로만 스승님이라고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더구나 너는 아직도 젊다. 꿈을 펼칠 나이라는 것이지. 그러니 잘 생각을 하도록 하거라. 너만 원한다면 내가 무당파의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밀어주겠다."

유운의 말에 장수는 단호하게 말을 했다.

"아닙니다. 저는 스승님에게 무공을 배우기를 원합니다."

유운은 잠시 장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장수의 모습에서 어떤 결연함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욕심으로 제자의 앞길을 막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유운의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는 워낙 도문에 대한 애정이 깊었기 때문에 이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윽고 유운의 입이 열렸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되었다. 앞으로 수업에 더욱 열중하도록 하거라. 하지만 명심하거라. 장수야.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이 사부가 힘이 되어 주겠다."

유운 역시 장수에게 인연을 느꼈다. 그는 허언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정도의 힘을 사용한다면 그 역시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유운은 그것을 감수하면서도 장수를 위해 힘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장수는 유운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데로 살아야지. 그걸 내가 말릴 수는 없는 거지. 그리고 사람이란 운명이라는 게 있어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운명에 쓸려가는 경우도 많단다. 그래. 그나저나 장수 내가 느린 이유는 아무래도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이유가 결합된 것 같구나."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이유요?"

장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 원래 너의 집안이 뚱뚱한 것은 태어났을 때부터 그런 것일 거야. 그 대신 상행에 대한 것은 뛰어 날거야. 이런 것은 선천적인 이유 때문이야. 그리고 후천적으로도 집에서 음식을 강요하니 뚱뚱해 진 것일 거야.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게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미신에 민감하단다. 뚱뚱하면 재물이 많이 모인다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소위 있어 보인다고 믿는 거지. 그런 것 때문에 뚱뚱해진거야."

"……."

"그런데 뚱뚱해졌다고 해서 느린 것과는 상관이 없거든. 더구나 현문의 심법을 익혔는데 몸이 느리다는 것은 무엇인가가 잘못된 것 같아. 내가 봤을 때 현문의 심법은 문제가 없었거든. 그걸 보면 내가 놓친 게 있는 거 같구나."

유운의 말에 장수는 망설였다.

'선천지공에 대해서도 말을 드려야 하나?'

장수의 상태는 전진심법의 탓도 있지만 선천지공의 탓도 있었다. 너무 어린 시절에 두 가지의 상승 심법을 운기하면서 계속해서 운기가 되는 체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그의 몸은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몸이 되었지만 그만큼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 장수의 몸으로 한줄기 정순한 내공이 스며들었다. 그 힘은 너무 미약해서 금세 사그라질 것처럼 연약하기도 했다.

그 힘은 간신히 장수의 몸에 스며들어 혈도를 살피고 있었다. 그나마 장수의 몸이 기에 대해 반발력이 없어서 그렇지 만약 보통의 사람의 몸에 들어갔더라면 금세 없어져버릴 정도로 연약한 기였다.

기는 마치 희롱하듯이 장수의 몸을 기어 다녔다. 그렇게 잠시 살핀 기는 단전까지 가서 그대로 사그라져 버렸다.

기가 사라져서도 장수는 그대로 얌전히 있었다. 기실 유운의 연약한 기가 장수의 단전까지 갈 수 있었던 것도 장수가 그것을 허락했기 때문이었다. 전진심법 덕분인지 내부의 기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가 너무나도 약하시구나.'

장수는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런 마음이 간절하게 들자 그의 몸속에 있던 선천진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천진기는 장수의 간절한 마음 때문인지 천천히 유운의 몸으로 스며들어갔다.

더 많은 양의 선천지기가 유운에게 흘러가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장수의 몸에 있는 선천진기의 총량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양이었지만 늙고 노쇠한 유운에게는 매우 큰 힘이었다.

유운은 자신의 몸으로 미약한 기운이 들어오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지?'

양은 적지만 그 절대적인 순수함만큼은 엄청난 선천지기였다.

하지만 이미 주요 혈이 봉쇄되고 내공의 양도 적어진 유운으로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더구나 자신의 기라면 단전으로 올 텐데 기운은

유운의 몸에 들어가자 그대로 사방으로 퍼졌다.

유운으로서는 알 수 없는 변화였다. 그래서 그런지 기운이 금세 사라지자 자신이 착각했다는 생각을 했다.

장수는 그 자세 그대로 얌전히 있었다. 유운이 무엇인가를 더할지 몰라서였다.

그때 유운이 입이 열렸다.

"정말 신기하구나."

유운이 말에 장수는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호기심이 들었던 것이다.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말을 하면서 장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너의 몸은 누구나 다 부러워할 몸이 되었구나."

"부럽다고요?"

장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몸은 너무나도 느렸다. 게다가 무공을 익힌 사람답지 않게 뚱뚱했다. 그런데 그런 몸을 부럽다고 하니 황당할 노릇이었다.

"그래. 모두들 부러워 할 상태지."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보통 무인들은 의식적으로 집중을 할 때만 운기가 된단다. 그런데 너는 마치 자연스럽다는 듯이 계속해서 운기가 되고 있구나. 그런데 이 어찌 부럽지 않을 수가 있느냐? 이정도의 경지는 사실 나도 이야기로만 듣고 꿈에서만 상상했지. 내 눈에서 직접 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장수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럼 지금 제 상태가 좋은 상태라는 것입니까?"

"그렇지. 그렇고말고."

장수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뚱뚱한 몸은 그렇다 쳐도 느린 행동은 불편함이 많았다. 그런데 그것이 좋은 상태라니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몸이 너무 느립니다. 더구나 움직이기도 불편하고요."

"그것 역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예?"

유운은 웃으며 말했다.

"지금 너의 상태는 정체기란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전에 움츠러든 상태지. 지금 상태에서 도약할 준비만 끝을 내면 단숨에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정체기요? 거기다 성장이요?"

유운이 하는 말은 분명 자신과 같은 한어였지만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유운이 빙그레 웃었다.

"그래. 너는 지금 성장기란다. 그러니 조급해 하지 말거라."

유운의 말에 장수는 답답함을 느꼈다. 그로서는 지금 당장 초절정고수가 되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절정도 아닌 성장기라 말하고 조급해 하지 말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하지만 유운은 그의 스승이었다. 15년 동안 기다리며 애타게 찾은 스승인데 그의 말을 함부로 거역할 수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래. 그런데 정말 신기하구나. 지금 이정도의 경지에 오르려면 십년, 이십년 정도 수련해서는 안 되는데 어떻게 이정도의 경지에 올랐는지 알 수가 없구나. 아마 천운이 도운 거겠지."

장수는 태어나자마자 전진심법과 선천지공을 운기 했다.

하지만 그것을 말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가 말을 하지 않아도 유운은 스스로 해답을 내놓고 있었다.

"그래. 너와 내가 만난 게 진전의 인연인거 같구나. 무당파에 장법의 맥이 끊기지 말라는 원시천존님의 뜻인 거 같아."

유운의 말에 장수는 잠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내가 열심히 해서 쌓은 내공인데. 원시천존의 뜻은 아닌 거 같은데…. 가만 내가 환생한 게 원시천존의 뜻인가?'

장수는 유운을 만나는 것에만 신경을 써서 자신이 왜 환생을 했나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못했었다. 하지만 유운의 원시천존이라는 말에 그제야 자신이 왜 환생을 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 어쨌든 네가 조급해 하는 것은 충분히 알겠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 살을 빼는 것을 도와주는 것뿐이야. 지금 너의 내공은 내가 볼 때 정상이야."

장수는 환생에 대해 생각하다가 유운의 말에 정신이 확 들었다.

그리고 유운의 말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느려지는 건 어쩔 수 없고 살만 빼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스승님. 그럼 스승님이 보실 때 제가 언제까지 이렇게 느린 채로 살아야 할 것 같습니까?"

장수의 말에 유운은 신비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순간 깨달음을 얻어 다음 경지로 갈지, 아니면 백년 뒤에 내가 늙어죽어 뼈까지 먼지가 되어 사라진 뒤에야 깨달음을 얻을지는 말이야. 하지만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먼 과거에 위대한 현문을 만들었던 전진의 제자들도 너만한 나이에, 너만한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것을 장담한다. 그러니 너는 자부심을 가져야 할 거야. 그리고 기다려라. 어차피 깨달음은 조급해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란다. 그만한 연이 있을 때 어느 순간 너에게 다가와 길을 안내해 줄게야."

유운의 말에 장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알 듯 말듯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오늘은 그만하자꾸나. 몸이 몹시 피곤하구나."

유운은 피곤한 듯이 말을 했다. 방금 전 장수의 몸을 검사하면서 기운을 너무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유운의 몸에는 내공의 태반이 사라졌고 그나마도 중요 혈도가 막힌 상태였기 때문에 방금 전에 한 행동은 몹시 무리한 행동이었다.

장수는 유운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노인인 유운을 상대로 너무 오랜 시간동안 그의 시간을 빼앗은 것이다.

"이런! 스승님.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그래. 살펴가도록 하거라. 그리고 너무 조바심을 내지 말도록 해라."

"예. 스승님."

장수는 공손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다.

장수는 합숙소로 가면서도 내내 유운의 말이 떠올랐다.

"과연 스승님 말씀이 맞는 걸까? 내가 지금 다음 경지로 가기 위한 정체기일까?"

유운의 말이 맞는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었다. 현재 전진은 망해서 흔적도 안 남았고, 전설로만 남은 상태였기 때문에 전진의 심법의 성취를 유운이 자세히 알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운의 이룬 성취를 보자면 그의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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