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편 - 스승의 가르침
날이 밝자 다시 수련의 시간이 돌아왔다. 어느덧 수련 삼일 째가 되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수련장에 서서 유운을 기다리다가 유운이 태극권을 가르쳐 준 후 식당에 같이 가서 식사를 했다.
그리고 식사를 끝내고 나자 익숙하게 주방에 가서 보따리에 무엇인가를 싸서 가지고 오자 유운이 의아한 표정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무엇이냐?"
유운이 말에 장수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따 먹을 저녁입니다."
"그래?"
유운은 주먹밥이 든 보따리를 보며 혀를 찼다. 하지만 이미 싼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오후 수련이 되자 장수와 유운은 나란히 섰다. 정말 특혜가 아닐 수 없었다.
보통 속가제자가 전담 스승을 두려면 후원금이나 기부금을 상상이상으로 내야만 한다.
하지만 장수의 경우에는 초절정의 경지를 개척한 스승을 보통의 기부금만을 내고 개인적인 가르침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사정을 모르는 자들이라면 놀라워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검술을 배우고 있는 속가제자들은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수를 비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볼 때 유운에게 장법을 배우는 것은 시간 낭비였던 것이다.
장수는 오늘도 유운에게 상승의 무리에 대해 배울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유운의 표정이 보통 때보다 월등히 진지했던 것이다.
진지한 유운을 보자 장수 역시 긴장했다. 그는 스승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제자야. 그동안 이론 수업은 열심히 들었다. 아직 가르쳐야 할 게 태산 같지만 실전 수련도 해야 하니 이론에만 시간을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란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실전수련이라는 말에 유운은 호기심을 느꼈다. 혈교에서 자신이 한 수련과 얼마나 다를지 몰랐던 것이다.
장법이라는 것은 많은 연습이 필요한 것이지만 내공이 일정량 되면 흉내는 낼 수 있었다. 때문에 혈교에서도 따로 장법 교육이라는 하지만 흉내 내기에 그치는 교육을 하는 것을 본적이 있고 자신 역시 배웠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혈교에서 장법을 가르치는 것은 쓰레기였다. 때문에 자신이 처음부터 책을 보고 독학으로 수련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것과 유운이 가르쳐주는 것이 얼마나 다를지 궁금했다.
현재 유운의 실력으로는 내공만으로도 장법을 쓸 수 있었다. 초절정경지의 무리를 알고 있었고 정순한 내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장법이라 부를 수는 없었다. 일정한 혈도를 통해 사용해야 효과가 더욱 증대되는 것이었다.
장수는 유운을 많은 기대 속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장법에 대해서 얼마나 아느냐?"
유운의 말에 장수는 잠시 생각을 했다.
장법이란 단전에서 손바닥으로 기를 운기한 후 상대방을 가격하는 것이다.
일명 중수법이라 해서 주먹으로 치면 외상을 입지만 손바닥으로 치면 몸속 내부의 피와 수분이 진동을 해서 터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말 단순한 것이 장법이라 할 수 있었다.
"내가중수법이라 해서 상대방의 내부를 격타해 내상을 입히는 것입니다."
"그래. 너의 생각이 맞다. 주먹으로 치면 외상을 입지만 장력을 사용하면 내상을 입게 되지. 내가 가르칠 것도 기실 따져보면 그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유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하지만 내가중수법이지만 강약의 조절을 잘하면 상대방을 쉽게 제압할 수 있단다. 그것도 상처 없이 말이야. 그리고 본문에는 내가중수법을 펼쳐도 금세 치유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단다. 물론 상대방의 위력이 강하면 내부 장기가 상해 목숨을 잃게 되지만 잘 조절하면 그런 경우는 피할 수가 있겠지."
"그렇습니까?"
장수는 유운의 말에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혈교에 있을 때는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쉽게 죽일 수 있을까 하는 것만 생각했다.
그래서 파괴적인 면만을 생각하며 수련했다. 때문에 독장이라 해서 손바닥에 독을 바르기도 하고 파괴적인 면을 증가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유운은 오히려 상대방을 쉽게 제압하고 풀어주는 방법을 먼저 말하고 있었다.
정말 황당한 일이였다. 가장 강한 무공이라 생각했는데 상대방을 쉽게 제압할 수 있는 무공이라니.
장수는 유운이 생각과 달랐기 때문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하지만 그러려면 상대방보다 무공의 경지가 훨씬 높아야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노력을 해서 경지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구제할 수 없는 악인이라면 어쩔 수 없이 그를 원시천존의 곁으로 보내주는 것 또한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장수는 생각이 점차 바뀌는 것을 느꼈다.
역시 스승이 중요했다. 자신은 책으로만 장법을 익혀서인지 이런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혈교에서도 무슨 무공을 배우던지 간에 사람을 죽이는 것만 연구했지 사람을 살리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렇군요."
"그래. 그러니 너는 강약의 조절을 잘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보다 피해를 안 입히고 제압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야. 너는 나와 약속을 해줄 수 있겠느냐? 나한테 무공을 배우면 절대 사사로운 일에 무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이야."
무거운 말이었다. 기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지만 장수는 후에 혈교에 가서 복수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그에게 이런 약속은 해가 되면 되었지. 득이 될 리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편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혈교에 있던 놈들은 암만 생각해도 다 죽어도 싼 놈들이야. 그러니 약속을 해도 될 거야. 난 나쁜 놈들만 죽이면 되니까 말이야. 스승님께서도 구제할 수 없는 악인은 죽여도 된다고 했으니…. 사실 혈교에 구제할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어.'
"알겠습니다. 스승님. 스승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나는 너를 내 제자라 생각하고 있단다. 그래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너에게 가르쳐 줄 생각이란다. 그것은 어젯밤에 결정을 했단다."
유운의 말은 놀라운 말이었다. 장수는 속가제자였다. 때문에 가르칠 수 있는 무공이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가르친다니 유운에게도 무리가 가는 말이었다.
그것은 장수 역시 아는 바였다. 그랬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스승님. 그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아니다. 그것은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니 너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 알겠습니다."
하늘같은 스승의 말이었다. 나중에는 어떻게 되든 지금은 따라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 앞으로는 큰 항아리를 사오도록 하거라."
"큰 항아리요?"
장수로서는 뜬금없는 말이었다. 항아리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그래. 그것을 저곳에 놔두도록 하거라."
스승이 가리키는 곳은 수련장 끝이었다. 그곳에는 수련을 하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저곳에 말입니까?"
"그래. "
황당한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인생을 망친 분이였다. 더구나 남은 인생마저 자신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분이었다. 그런 분이 말이었기에 무조건 따라야만 했다.
장수는 급하게 항아리를 구하러 다녔다. 그렇게 식당에서 항아리를 구한 장수는 겨우 항아리를 그곳으로 가져왔다.
유운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