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편 - 무당파에 전진심법을 전하다
그때 누군가가 장수에게 다가왔다.
"도우님."
장수는 물을 쳐내는 동작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청솔도사님!"
"지금 무엇을 하시고 계시는 겁니까?"
"예? 지금 유운스승님이 하라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장수의 말에 청솔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수련을 왜 시키시는 거지?'
검으로 일급고수의 경지에 오른 청솔로서는 장수의 수련이 의미 없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유운은 그에 비해 배분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분의 수련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셨군요. 제가 방해가 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쉬려고 했습니다."
말을 하면서 장수는 손바닥을 비볐다. 그러자 붉게 변한 손바닥이 청솔이 눈
에 보였다.
"이런 어쩌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이러다 손바닥의 살이 벗겨집니다."
청솔이 말에 장수는 웃음을 지었다.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제게 연고가 있으니 바르십시오."
"아, 아닙니다. 계속해서 수련을 해야 하는데요. 그러니 내버려두십시오."
장수의 말에 청솔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의 정신력으로 본 파의 검술을 배운다면 그 성취가 대단할 텐데….'
일급고수인 청솔은 무공이라는 것이 자질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뚝심과 인내였다. 스승의 말에 순응하고 아무런 고민 없이 그대로 따른다면 그 성취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장수를 보니 더 안타까움을 느꼈던 것이다.
'직전제자가 되었다면 내 제자가 되었을 텐데….'
청솔은 아쉬웠지만 그것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저도 예전에는 이런 방식의 수련이 있다고 말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효능이 검증이 안 되서 결국은 사장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도우님이 이것을 하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근데 한 가지 전해 드릴 말이 있습니다."
"말씀을 하십시오."
말을 하려는 청솔은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용기를 냈는지 말을 이었다.
"장수님이 익히신 현문의 심법 말입니다."
"예."
"그것을 본문에 전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예?"
장수로서는 청솔의 제안이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예. 본문에서는 현문의 절기를 본 이상 어떻게든 회수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 절기의 상징성도 있고 현문의 후인도 키워야 하니까요."
"그렇습니까?"
장수로서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혈교에서 익혔다. 때문에 전해준다고 해서 어려울 게 없었다.
하지만 말을 하는 청솔로서는 부끄러울 뿐이었다. 현문의 심법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엄청날 정도였다.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도가의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현문의 심법은 그 자체로 상승의 심법이었다. 그것은 어지간한 문파의 최상의 무공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달라고 한 것은 염치없는 행동과도 같았다.
그것을 장수에게 달라고 할 이유가 무당파에는 없었던 것이다. 또한 그런 대단한 심법을 무당파에게 줄 이유가 없는 장수였다. 그 심법이 애초에 무당파 것도 아니었고 현문의 문파는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심법은 장수와 석가장의 독문무공이라 칭할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장수는 호쾌히 허락했다. 그는 전진심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무공을 알고 있었다. 그것들도 조건만 맞으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장수의 호쾌한 말에 청솔은 놀랐다. 이처럼 쉽게 장수가 허락할지 몰랐던 것이다.
만약 장수가 직전제자가 되었다면 자연스럽게 심법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장수는 직전제자가 아니고 속가제자였다. 속가제자는 무당파와 협력단체이거나 예속단체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무엇인가를 함부로 얻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무당파로서의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청솔이 감사해 하자 장수 역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아까 제 부탁을 들어준다고 하셨죠?"
장수의 말에 청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럼 몇 가지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장수의 말에 청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장수를 바라보는 심경이 변화되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 사람이라면 욕심이 나지 않을 수가 없지. 분명 본문의 절기를 달라고 하겠구나.'
청솔은 장수의 욕심에 씁쓸함을 느꼈다.
"말씀하십시오."
장수는 미소를 지으면 말을 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유운스승님의 처소에 대한 것입니다."
"예?"
청솔로서는 의외의 말이었다. 갑자기 유운이 왜 나오는 것인가?
"전부터 유운스승님의 처소가 너무 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 누추하고요. 그러니 좀 더 좋은 곳으로 옮겨주셨으면 합니다. 아니면 좀 더 넓게 지어주셔도 괜찮구요."
청솔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스승의 방을 옮겨달라니 그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다.
"스승님의 처소를요?"
"그렇습니다. 전부터 배움을 구하고자 스승님의 처소에 들르는데 너무 작아서 움직이기도 힘듭니다."
'그건 도우님이 너무 뚱뚱하셔서 그렇습니다.'
청솔은 마음속으로 하는 말과는 다른 말을 했다.
"그렇습니까?"
"예. 그리고 가능하다면 스승님이 집 옆에 제가 기거 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십시오."
"기거할 수 있는 곳이요?"
이번 요구는 장수로서도 쉽게 얘기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차라리 수련생들이 잠을 청하는 처소를 최고급으로 달라고 하면 들어줄 수 있지만 새롭게 만들어 달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무당파에는 수백 개의 건물이 있는데 전부 그냥 지은 것이 아니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무당파였기 때문에 건물 하나를 지어도 수많은 사항을 살피고 지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장수가 원하는 건물이 어느 정도 수준이냐에 따라 공사 기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냥 편하게 눕고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면 좋겠습니다."
"음식이요?"
"예. 제가 직접 만들어서 스승님에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생 무인인 그가 남을 위해 식사를 만든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였지만 유운스승님의 은혜를 어떻게든 갚고 싶었기 때문에 식사라도 해 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 집은 어떤 형식으로 만들어 드려야 하겠습니까?"
자세한 요구사항을 알아야 나중에 장문인에게 말할 때도 편했다. 그러자 장수는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저 제 한 몸 눕고 방에 비라도 안 샐 정도라면 충분합니다. "
장수의 말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정도라면 임시건물로 짓고 나중에 철거를 하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유운의 처소를 고치는 것은 따로 유운에게 허락을 맡아야 하는 일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확답을 줄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것을 원하십니까?"
청솔로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다. 장수도 현문의 심법이 가진 가치를 어느 정도 알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그가 다소 무리한 부탁을 해도 들어주어야 했던 것이다.
"이건 좀 무리한 부탁인 것도 같습니다."
"괜찮으니 말씀하십시오."
"나중에 유운스승님과 함께 문파 밖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장수로서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유운을 데리고 밖에 나가 맛있는 거라도 사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유운진인께서는 현재 무공을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수많은 일급비밀을 알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그런 분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납치를 당할 위험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만약 유운진인이 문파 밖으로 나간다면 초절정이상인 원로님들이 호위를 하면서 나가셔야 하고 그런 상황이라고 해도 납치를 당할 수가 있습니다. 그럼 그 책임은 아무도 질수가 없게 됩니다."
유운의 말에 장수는 눈을 크게 떴다. 생각도 못했던 일이였다.
하지만 잠시 생각을 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유운 정도의 인물이라면 납치에 성공하면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잠시 생각이 드는 게 있었다.
'그럼 유운스승님께서는 갇혀 게신 건가?'
무공을 잃은 초절정고수의 말로는 그야말로 암울 그 자체였다.
장수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당황해 하지 않았다. 그는 일갑자 동안 쌓아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냉정한 표정으로 유운과 자신을 위해 몇 가지 조건을 더 약속 받을 수 있었다.
"그 정도면 되겠습니까?"
장수의 말은 대부분 실현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유운진인을 위한 것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청솔은 의외라 생각을 했던 것이다. 원하면 본문의 후기지수와 같은 대우를 받으면 초절정고수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는 유운을 위해 쓴다는 게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청솔은 임무 때문에 왔고 그 이상은 그가 관여해야 할 바가 아니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제가 무당파의 장법을 하나 익히고 싶습니다. 만약 제자 자질이 되어 무공을 익히게 된다면 장법하나를 배울 수 있게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중급무공이라면 상관없지만 십단금 같은 절기를 가르쳐 달라고 하면 가르쳐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떤 무공을 말씀이십니까?"
"그냥 제가 나중에 자질이 되어 배울 수 있게 되면 부탁을 하겠습니다."
청솔은 자질이라는 말에 생각을 했다.
'자질이 된다는 제약조건이 붙는다면 그렇게 강한 무공을 배울 수는 없을 텐데?'
어차피 어느 정도 무공은 장문인도 생각했을 것이다. 무당파의 태극혜검이라도 가르쳐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현문의 심법의 가치는 그만큼 엄청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