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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49화 (49/398)

49편 - 작은 변화

그러자 유운이 장수를 보며 말을 했다.

"제자야. 어땠느냐?"

"헉헉. 제가 알던 태극권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장수는 같은 태극권이 이렇게 달라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약간의 자세 변화가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던 것이다.

"그래. 너는 자세가 많이 틀어져 있더구나. 그것을 다시 잡으려면 보통일이 아니겠구나. 하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인내를 가지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래. 언제나 하던 것을 마저 하거라."

"예."

장수는 천천히 항아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자 장수의 몸보다 작은 항아리가 서 있었다.

"해보거라."

유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수는 큰 손바닥으로 항아리를 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장수의 손바닥이 물을 강타하자 한 번에 많은 양의 물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손바닥으로 물을 때리는 것은 이제까지 몰랐던 것을 알려주었다. 힘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아무리 세게 때려도 자신의 손바닥만 얼얼하지 물이 많이 날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노력하자 손바닥이 수면을 때리면 마치 물이 딸려 나오듯이 밖으로 날아갔던 것이다.

"훌륭하구나."

항아리의 물은 어느새 반이나 밖으로 나왔다. 그것을 보자 유운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래. 너의 자질이 정말 훌륭해. 거기다 자만하지 않고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훌륭하구나."

"모두 스승님 덕분입니다."

"아니다. 내가 말년에 너와 같은 제자를 둘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것이 모두 원시천존님 덕분인 듯하구나."

장수는 놀랐다. 유운의 가르침은 그를 점점 더 강해지게 만들었다. 지금도 유운덕분에 강해졌고 현재의 내공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과거의 그보다 월등히 강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장수는 신이 났다. 잘하면 이번 생에서는 꿈에 그리던 화경의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둘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서로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특히 건강이 안 좋아지는 유운은 그런 생각이 강했다.

'과연 내가 죽기까지 내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있을까?'

유운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그래. 제자야. 그럼 수련을 계속 하거라. 절대 멈추지 말고 정진하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스승님."

사실 장수는 요즘 늘어나는 실력 덕분에 행복했다. 이제는 예전에 만났던 덩치 좋은 고수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보다 몸이 날씬해 졌고 속도도 좀 더 빨라졌다. 그리고 무공의 기초가 생겼다. 기초는 무공의 경지가 아무리 깊어도 중요한 것이다. 그런 기초가 생겼기 때문에 더욱 자신했다.

그렇게 수련을 마치자 장수는 급하게 우물로 가 몸을 씻었다. 유운에게 가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유운에게 가는 길이 매우 길어 보였지만 요 근래에는 짧게 느껴졌다. 그만큼 장수의 몸이 빨라졌던 것이다.

더구나 유운을 방금 전에 봤지만 아무도 없이 둘이서 만나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을 그에게 주었다. 그리고 단둘이 만나서 배우는 것도 제법 깊은 지식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장수는 속도를 더욱 냈다.

장수가 유운의 처소에 도착하자 천천히 문이 열렸다. 장수가 오기를 기다렸던 유운이 문을 열어준 것이다. 이미 유운과 장수가 수업이 끝나고 만난지도 오래되었다. 그래서 인지 유운은 그에게 자신만의 배려를 한 것이다.

그리고 장수는 웃으며 들어갔다.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고 미소만 짓는 것도 스승에 대한 장수의 배려였다.

"왔느냐?"

"예. 스승님."

장수는 기분이 좋았다. 스승의 너그러운 표정을 볼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이런 기분은 누리기 힘든 사치였다. 만약 그가 혈교에 아직도 남아있었더라면 이런 사치는 전혀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유운은 장수를 보며 말을 했다.

"앉거라."

장수는 유운의 말에 천천히 앉았다. 방은 매우 작았다. 거기다 덩치가 되는 장수가 앉자 더 작아 보였다.

유운은 미소를 지으며 장수를 바라보았다.

"오늘 이곳에 오랜만에 손님이 왔다 갔단다."

유운이 말에 장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작은 집에는 장수가 오면서 한 번도 다른 사람이 오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때문에 사람이 찾아왔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손님이요?"

"그래. 손님이지."

유운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장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녀석. 괜한 일을 했더구나."

"예?"

"얘기는 다 들었다. 내가 사는 집을 다시 지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면서?"

유운의 말에 장수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스승님. 스승님 같은 분이 지내시기에는 이 집이 너무 작은 거 같습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이 미소를 지었다.

"크기가 뭐가 중요할까. 그리고 이 작은 집도 다 채우지 못하거늘 큰 집은 어떻게 채우겠느냐?"

유운이 말에 장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이 집도 나에게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 혼자서 이곳에 있고 찾아오는 손님도 너 하나 밖에 없어. 만약 집이 이보다 작아서 제자가 들어오지 못할 정도라면 집을 새로 짓는 것도 생각할 일이지만 지금 제자가 들어올 공간이 충분하지 않느냐?"

"스승님의 제자들은 많지 않습니까?"

장수의 말에 유운은 미소를 지었다.

"나에게 제자란 너밖에 없다. 다른 자들은 제자이긴 하나 인연을 느끼지 못한 제자다."

유운의 말에 장수는 감동을 느꼈다. 스승은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뭐가 감사하느냐. 제자의 부탁도 못 들어주는 나쁜 스승인데 말이야. 그리고 이 집 옆에 건물을 지어 달라고 했다면서?"

집을 짓는 것과 옆에 짓는 것 모두 유운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사항이었다. 장수는 떨리는 마음으로 유운을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스승님."

"이렇게 매일 보는데 왜 따로 집까지 마련하면서 이곳으로 오려고 하느냐?"

"스승님을 모시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녀석……."

유운은 미소를 지으며 장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나는 상관없다만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그래도 괜찮겠느냐?"

장수는 환호성을 지르고 싶었다. 유운의 말은 자신이 그의 곁으로 오는 것을 허락한 거나 진배없기 때문이었다.

"저는 그럴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옆에 사는 것은 나는 상관이 없다. 그런데 정말 재주가 용하구나. 어떻게 허락을 받았느냐? 많은 정성이 필요했을 텐데 말이야."

유운이 말하는 정성은 은자였다. 막강한 권력과 많은 은자가 있으면 속가제자들이 수련소에 다른 집보다 조금 더 큰 개인 저택을 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무당파에 짓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날 정도의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유운은 그것을 알기에 말한 것이다.

유운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스승님을 모실 수 있게 되는데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해야지요."

"그래. 고맙다."

"아닙니다. 스승님."

"사실 나도 제자에게 좀 더 많은 무공을 가르치고 싶었단다. 그러니 이곳으로 온 김에 더욱 열심히 수련을 하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그래."

유운은 처소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하더니 화제를 바꾸어 무공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지만 장수의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토록 좋아하는 무공이야기였지만 유운의 근처에서 살수 있다는 기쁨에 어떤 말도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날이 되자 이른 아침에 합숙소로 청솔이 찾아왔다.

무당파에 무수히 많은 도사들이 있기 때문에 도사의 신분을 안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청솔의 얼굴과 복장은 보통의 도사와 달랐다. 그리고 합숙소에는 청솔을 아는 자도 있었다.

"일대제자인 청솔도사님이시잖아?"

"그런 분이 웬일이지?"

속가제자들이 사는 합숙소에 무당파의 일대제자가 올 일이 없었다. 일대제자는 말 그대로 무당파의 주축이었고 할일이 많았던 것이다.

청솔은 장수를 보자 말했다.

"도우님. 여기 계셨습니까?"

"아, 도사님. 반갑습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청솔이 장수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자 속가제자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부러 찾아올 정도라면 보통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 보이니 장수에게 뭔가 있어 보였던 것이다.

"전의 일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저랑 같이 조용한 곳으로 가시겠습니까?"

장수는 미리 짐작하고 있었기에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둘이 나가자 합숙소에서는 묘한 정적이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속가제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일대제자를 어떻게 알지?"

"뭔가 있는 사람인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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