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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50화 (50/398)

50편 - 작은 변화

청솔이 장수를 데려간 곳은 근처 정자였다. 그는 장수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보기 좋습니다."

"예? 보기 좋다니요?"

"전보다 살도 많이 빠지신 거 같고 동작도 여유로워 지신 거 같습니다."

몸이 빨라졌다는 것을 돌려 말한 것이다. 청솔이 말에 장수는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이 워낙 훌륭하시니 까요."

청솔은 장수의 말에 진정성을 느꼈다. 무슨 미사여구를 집어넣은 것보다 장수가 스승을 생각하는 마음이 절실히 느껴졌던 것이다.

'정말 스승에 대한 존경이 넘치는구나.'

청솔은 문득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 역시 제자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스승님을 존경했는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결론은 아니었다. 자신도 자신을 가르친 스승님을 존경한다 생각했지만 장수의 모습을 보면 자신이 존경한다는 것은 장수가 유운을 생각하는 마음에 비교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청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자가 진정을 다해 스승을 존경하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정말 부럽습니다."

청솔이 말에 장수 역시 미소를 지었다. 하긴 유운 같은 스승이 어디 있겠는가? 유운은 장수에게 필요한 가르침을 아낌없이 가르쳐 주고 있었다.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행운은 스승님을 만난 것입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제자를 만난 유운진인도 큰 행운을 얻었다 생각하실 겁니다.'

청솔은 뒷말을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다. 괜히 말해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전에 말씀하신 거 때문에 왔습니다."

장수는 이미 어제 유운에게 들은 게 있었다. 하지만 괜히 내색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호기심이 찬 표정으로 청솔에게 말했다.

"정말입니까? 어떻게 되었습니까?"

장수의 말에 청솔은 미소를 지었다.

"우선 대답이 늦은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원래 뭐든 것이 절차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청솔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유운의 영향인지 장수의 성격은 점점 유해지고 낙천적으로 되어갔다. 과거라면 화부터 내고 진작 찾아 갔겠지만 성격이 변한 것이다.

"괜찮습니다. 해주시는 게 어딘가요?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아닙니다. 우선 말씀하신 구결에 대한 진위 여부를 조사했습니다. 우선 장수 도우님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워낙 중요한 일이라 진위 파악을 한 것이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셨으면 합니다."

"당연한 것이지요."

무가도 아닌 상가인 석가장에서 알려준 심법이었다. 그것이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진심법을 원로원에… 아, 편의상 저희가 임의로 전진심법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청솔의 말에 장수는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이 원래 이름을 숨겼는데도 불구하고 원래의 이름을 찾는 것을 보니 전진심법의 이름을 감춘 것이 헛수고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전진심법이 무당파를 찾아 온 것, 그리고 제목을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이름을 찾은 것은 모두 순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군요."

장수의 말은 여운이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청솔이 그런 어감을 깊이 있게 파악할 수는 없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진심법은 원로원에서 철저하게 확인 작업을 거쳤습니다."

청솔은 말을 하면서 잠시 그때 장면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원래 이런 일을 할 때는 기밀이 생명이었다. 만약 전진심법이 진짜가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었다. 청솔도 관계자라 어느 정도의 사실은 알려주었지만 일대제자들도 대부분 최근까지 전진심법에 관한 사항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장로들도 회의가 끝나자 원로원에서 몇몇 분들에게만 조언을 구했는데 문제가 크게 벌어졌다. 무려 전설 속 현문의 심법이 새롭게 발견된 것이다.

대다수의 원로들은 현문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현문의 정통 후계자라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의 정통성을 명확하게 해줄 전진심법의 출현은 원로원을 발칵 뒤집히기에 충분했다.

때문에 전진심법에 관한 모든 것은 원로원으로 넘어갔다. 원로원은 원래 실권이 없지만 배분 상으로 대부분 현 장로들의 스승이거나 사조뻘인 분들이었다. 그분들이 직접 검토하겠다는데 장로원에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요란한 난리를 치며 검토에 들어갔고 원로들이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장서각이나 오래된 고서를 보관하는 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진실 파악을 한 것이다.

그것 때문에 뒷수습을 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하지만 그 덕분에 전진심법의 진위 여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청솔도 뒷수습을 하느라 고생을 한 당사자였다. 그 때문에 무당파에서 중요한 현안들이 수십 개나 뒤로 밀려졌고 예산집행이 안 되어 고생을 했던 것이다.

청솔은 잠시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아 낸 뒤 말을 이었다.

"다행히 전진심법은 구결 상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그리고 고서적에서 나오는 현문의 심법과 일치하는 부분을 여러 개 발견했습니다. 나머지는 직접 운기를 하며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니 뒤에 일어날 일이겠지요."

청솔은 말을 하면서 장수의 눈치를 보았다. 그 모습에 장수는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나에게 부탁이 있는가 보구나?'

간단하게 생각해도 금방 알 수 있는 일이였다. 현재 전진심법을 익힌 자는 장수 한 명뿐이었다. 그런 그의 몸을 살펴보는 것이 전진심법의 진위를 파악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그렇군요."

"그래서 도우님께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죄송하지만 원로원에 잠시 와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도우님이 도움이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장수는 무당파에 오랜 시간동안 있을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유운이 죽을 때까지 아니, 유운이 죽어서도 그의 흔적을 기리며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무당파의 웬만한 부탁은 들어줘야 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은 앞으로 처리가 될 것입니다. 유운진인의 집은 허락을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지만 유운진인의 집 옆에 근사한 집을 건설해 드릴 것입니다."

장수는 청솔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근사한 처소는 안 됩니다."

"예?"

청솔은 장수가 무리한 부탁을 할까봐 겁이 덜컥 났다. 호북에서 알아주는 부자인 석가장의 소장주였다. 그가 요구하는 평범한 집도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궁중 대궐 같은 집일 것이다.

하지만 청솔의 예상은 틀렸다.

"근사한 처소는 필요 없고 스승님보다 누추한 집으로 지어 주십시오. 마음 같아서는 스승님의 집보다 작은 처소를 지어 달라고 하고 싶지만 너무 작으면 운신하기 힘들어서요. 그 대신 누추하게 지어 주십시요. 제자가 어떻게 감히 스승님보다 좋은 곳에서 살겠습니까?"

장수의 말에 청솔은 웃음을 지었다. 이런 작은 것도 스승을 생각하는 마음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도우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청솔은 생각했다.

'유운진인이 개축은 싫다고 하셨지만 보수는 허락 없이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두 분의 집은 가장 튼튼하게 다시 지어드리겠습니다.'

장수는 청솔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인자한 미소에 덩달아 같이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예. 그럼 가실까요?"

청솔의 말에 장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가다니요?"

"이 일은 시급을 요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도우님이 상태를 살펴야 전진심법에 대한 것을 자연스럽게 알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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