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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51화 (51/398)

51편 - 내공출수

원로원은 무당파에서도 깊숙한 곳에 있었다. 원로원의 좌측에는 큰 건물들이 있었고 우측에는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원로원의 우측에 숲과 길이 있는 것은 원로들이 말년에 편하게 숲과 교감을 나누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원로들 중 많은 수가 원로원이 아닌 우측의 숲으로 좀 더 가면 나오는 절벽에 동굴을 만들어 살고 있었다.

그리고 좌측에 있는 것들은 무공서적을 보관하거나 조사전 등 매우 중요한 건물들이 있었다.

원로원이 비록 은퇴를 하기는 했지만 워낙 막강한 위력을 지녔기 때문에 그들의 무공을 이용을 하기 위해서였다.

무당파를 침입한 자들이 원로원이 있는 이곳까지 와도 원로들을 상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원로들은 움직일 수는 없지만 무당파에서 상당한 전력으로 생각하는 고수들이었다.

그런 원로원이었지만 오랜만에 시끄러웠다. 그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현문의 후계자를 말이다.

원로원에 들어서자마자 두 명의 노인이 급하게 장수의 손을 잡았다.

"자네가 전진심법을 가져다 준 자인가?"

말을 하면서 급하게 어딘가로 데려갔다. 그랬기에 장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청솔은 한숨을 내쉬며 따라 들어갔다.

장수가 도착한 곳에는 수십 명의 늙은 도사들이 서있었다. 그들은 장수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늙어 보이는 자가 장수를 보며 말을 했다.

"네가 전진심법을 가져온 아이냐?"

그들은 겉으로 봤을 때 평범한 노인과 다를바가 없었다. 그것은 무당특유의 심법 때문에 그랬다. 무당의 심법은 현문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정심하게 익혀도 외형상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그들의 몸에서 나오는 정심한 기운을 느끼고는 놀라워했다.

'놀랍구나.'

역시 무당이었다. 비록 은퇴했지만 절정고수나 초절정고수가 이렇게나 많은 줄은 장수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전생에 이러한 자들을 만났더라면 손속을 겨룰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을 것이다. 그만큼 전생의 자신의 호승심을 불러일으킬만한 고수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장수는 태연했다. 이들에게 살기가 없었고 자신은 지금 싸우러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들이 미약하게 흘리는 기운은 장수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장수의 몸은 언제나 운기가 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태였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운기를 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주변의 기를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기가 운집된 곳이라서 그런지 평상시보다 많은 기가 들어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허허 네가 전진심법을 가져왔냐고 물었는데 왜 대답이 없는 것이냐?"

그제야 장수는 대답을 했다.

"그렇습니다. 도사님."

"그래?"

늙은 도사의 눈은 떨리고 있었다. 현문이라는 것은 늙은 도사일수록 더욱 심금을 울리는 단어였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현문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남은 것은 그 후신이라 할 수 있는 도문뿐이었다. 그랬기에 현문의 정통성을 각각의 도문들이 모두 주장을 했던 것이다.

"그래. 자네는 얼마나 그것을 익혔는가?"

늙은 도사는 급하게 물었다. 그것은 다른 도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오래전에 은퇴하여 우화등선의 날만 기다리는 늙은 도사라 해도 현문의 전인을 보는 것은 가슴 떨리는 일이었던 것이다.

도사들의 반응에 장수는 의아함을 느꼈다. 겨우 심법 하나의 가치가 이렇게나 클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비록 심법이 혈교 서열 삼십 위권 이내에만 볼 수 있는 것이라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뭐라고 말하지?'

태어나자마자 익혔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어릴 때 익혔다는 것도 말이 안 됐다. 전진심법을 익힐 정도라면 어느 정도 나이가 되어야 익힐 수 있지, 그전이라면 누군가가 가르쳐 주어야 했던 것이다.

말을 만들어 내야 했다. 사실 이것을 알고 있는 자는 자신밖에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말이 틀리다 해도 의심을 받을 리가 없었다.

장수는 잠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한 후에 말했다.

"제가 어릴 적에 한 권의 서책을 보았습니다. 그 당시 막 글을 익힌 상태였

는데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보고 수련을 했습니다."

"그때가 몇 살인가?"

"여덟 살입니다."

여덟 살도 상당히 무리를 한 것이었다. 지금 겨우 열다섯밖에 되지 않는데 나이를 더 이상 줄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 지금은 몇 살인가?"

"지금 나이는 열다섯입니다."

장수의 말에 늙은 도사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장수의 몸은 열다섯 살이라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늙은 도사들을 만났는데도 당당한 태도를 보면 스물은 훌쩍 넘어 보였다.

"보기보다 의젓하구만."

도사의 말에 장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 늙어 보인다는 말을 돌려 말하는 의젓해 보인다는 말.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재로군. 여덟 살의 나이에 전진심법을 익혔다니 말이야."

대단한 일이었다. 아무리 전진심법이 쉬운 내용을 다루고 있더라도 혼자서 익히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던 것이다.

"자네 혹시 그때 일을 자세히 기억 못하는 거 아닌가? 누군가 가르쳐 준 사람이 있다거나 말이야. 혹시 주변에 늙은 할아버지를 알고 있지 않았나?"

늙은 도사의 말은 희망이었다. 현문의 진정한 후계자는 신선지경에 이른 사람인데 석가장의 소장주에게 인연을 느껴서 비기를 전수해주었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장수도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늙은 도사들과 다른 도사들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좀 더 나이가 있고 전통계승자 다운 느낌을 주는 도사를 만나고 싶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렇게 풋내 나는 어린아이가 전통 계승자라니 안타까움을 느낀 것이다.

"그건 아닙니다. 저는 혼자 익혔습니다."

장수의 말에 늙은 도사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전진심법은 현문의 심법으로 초창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구결 자체가 비유나 은어가 없는, 있는 그대로의 깨달음을 그대로 구결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심법의 구결만 알고 있으면 쉽게 배울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장수는 이를 책으로 보았다. 책에는 인체도와 함께 혈도가 찍혀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에 자세한 설명과 함께 있었다면 어린나이에도 심법을 익힌다는 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군."

늙은 도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늙은 도사는 신선을 기대했던 것이다. 늙은 사람일수록 생각이 단순해진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듣던 이야기 속의 신선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상상을 했는지 모르겠다.

장수는 시간을 길게 끌고 싶지 않았다. 어서 유운에게 가서 수련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도사들은 여운을 느끼다가 장수의 말에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그들은 헛기침을 하며 장수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심법서를 보면서 궁금했네. 과연 이론상으로는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지만 실제로 익히면 어떻게 될까? 하고 말이야. 그러니 자네를 통해 진실을 알고 싶네."

장수는 각오했던 바였다. 그랬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도사님."

"그래."

늙은 도사는 장수를 보며 말했다.

"내 이름은 태을(太乙)진인이네. 내가 자네의 몸에 내 기를 불어 넣어볼테니 잠시만 참게나"

말과 함께 장수의 맥문을 잡았다. 그리고 정심하고 심후한 기운을 맥문을 통해 혈도로 보냈다.

그러자 정심한 기운이 장수의 혈도를 파고 들어가 기운을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기운은 태청신공(太淸神功)상의 기운이었다. 그 기운은 노도처럼 혈도를 파고들더니 이내 단전까지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단전의 기운과 맞부딪혔다.

태을은 천천히 기운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태을을 다른 도사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청수가 눈을 떴다. 검사가 끝난 것이다.

"휴. 정말 정순한 기로군."

"어떤가?"

"정말 전진심법상의 기운인가?"

"상태가 어떤가?"

도사들의 말에 태을은 미소를 지었다.

"전설에 나오는 전진심법이 맞는 거 같군. 더구나 상당한 내공을 쌓았어."

"그래?"

하지만 태을은 장수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었다. 태청신공이라면 무당파에서도 상승심법으로 이름이 높았지만 장수의 몸속에는 전진심법이 있었다. 전진심법은 태청신공보다도 상위 심법이었다. 기운 자체가 티 하나 없이 깨끗했기에 정확할 정도의 기운을 측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더구나 장수의 몸에는 전진심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몸에는 선천지공까지 있었다. 태청신공으로도 선천지공을 파악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질도 상당한 거 같군. 몸이 비대해서 몰랐는데 신체가 무골이야."

태을의 말에 도사들의 눈이 변했다. 태을이 사람을 보는 안목은 대단한 편이었다. 거기다 직접 내공으로 몸의 상태를 파악까지 했다.

"그럼 운기를 해보게나."

"운기요?"

장수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도 운기를 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장수는 운기하는 시간이 딱히 필요가 없었다. 그의 몸은 쉬지 않고 운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장수는 잠을 잘 때 외에는 명상을 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이들에게 곧이곧대로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을 설명하다보면 장수는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빠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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