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편 - 보은(報恩)
유운의 집 옆에는 유운의 집보다 약간 큰 공터가 생겼다.
'여기다 집을 지을 생각인가 보구나.'
지금은 자리만 정리가 되어 있지만 며칠 안에 집이 들어설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장수는 유운의 집을 봤는데 예전이랑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터를 만들면서 보수를 한 것이다.
'수선이 되었구나.'
장수로서는 유운이 뭐든 것이 관심거리였다. 그래서 집이 많이 낡은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던 것이다. 그런데 낡고 헤진 곳이 보수가 되어 있으니 마음 한구석 찜찜했던 것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장수는 밝은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장수가 유운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자 그제야 장수를 따라오던 제자들이 발걸음을 돌려서 갔다.
장수는 유운을 보자 인사를 드렸다.
"스승님."
"그래. 왔느냐?"
"예."
"그래. 잘 왔다."
유운은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장수의 성취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초절정고수였던 유운의 눈에 장수의 장력이 대단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열정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유운은 장수가 앉자마자 쉬지 않고 아까 수련에 대해 말을 했다.
"아까 보니 자세가 좋구나. 하지만 장을 뻗을 때는 부드럽게 뻗어야 한다.
그리고 항상 내력이 끊이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유운은 했던 말을 또 하고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얘기 했다. 그리고 그중에 태반은 장수도 아는 얘기였다.
하지만 장수는 미소를 지으며 들었다. 유운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래. 그리고……."
유운은 계속해서 말을 했다.
사실 유운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전진심법에 대해 말을 들었는데 이 정도로 장력이 위력적일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장수의 실력을 보니 자신이 모든 것을 충분히 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것은 유운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장법의 맥을 이을 수 있다는 것은 유운이 꼭 이루어야 할 일이였던 것이다.
유운은 세세하게 말을 이었고 장수는 묵묵히 웃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얘기 하자 유운은 기력이 떨어지는지 말을 멈추었다.
"그러면 될 거 같구나."
유운은 열변을 토하다가 숨을 헐떡였다. 기운이 빠지는 듯 보였다.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아니다. 괜찮다."
장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유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몸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아니다. 너를 보니 기뻐서 그런다. 참으로 행복하구나."
유운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장수가 보기에 기력이 쇠한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나이를 거스르기 위해서는 그만큼 외공과 내공이 수준급 이상이여야 한다.
그런데 유운은 내공과 외공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균형이 깨졌다. 그래서 인지 나이를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스승님."
"괜찮데두."
장수는 가슴이 아팠다. 유운이 아픈 게 자신이 잘못인 것만 같았다. 거기다 최근에 와서는 자신의 무공을 봐주느라 더욱 신경을 써서 몸이 더욱 상한 상태였다. 때문에 무엇인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어떻게 하지?'
지금 유운의 몸은 혈도가 상한 상태였다. 거기다 내공도 태반을 상실한 상태였다.
'지금 내가 익히고 있는 심법은 어떨까?'
장수가 알고 있는 심법은 무수히 많았다. 흡성대법을 해결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심법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심법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마교와 혈교의 심법이었다.
'마교와 혈교의 심법은 쓰레기야.'
마교와 혈교의 심법은 정상적인 몸으로 펼쳐도 생명이 위험해 진다.
더구나 자신의 안전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많은 내공을 끌어 쓰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쉽게 몸을 상하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교와 혈교의 심법은 빼버려야 했다.
'사파와 황궁의 심법도 쓰레기야.'
사파와 황궁은 정순함이 없기 때문에 초식의 악랄함으로 싸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심법은 마교만도 못했다.
'정파도 부족함이 많아.'
지금 유운이 익히고 있는 심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파 중에서도 가장 정심함을 자랑하는 곳이 무당과 소림이었다.
그런 곳의 심법을 익히고 있는 대도 고치지 못하니 정파의 심법 역시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남은 것은 현문인가?'
장수가 알고 있는 현문의 심법은 딱 두 가지였다. 전진심법과 선천지공이었다. 이 두 가지에 희망을 걸어야만 했다.
"스승님."
장수는 진지하게 유운을 불렀다. 그러자 유운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그러느냐?"
"제가 전에 심법을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현문의 심법의 구결을 말해주지 않았느냐?"
장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심법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정말 구결만 들어도 편안한 느낌을 받았단다. 그리고 옜 선인들의 놀라운
지혜에 감탄을 했단다. 정말 선인들의 지혜는 놀랍고도 놀랍구나."
유운의 말에 장수는 희망을 가졌다.
"스승님."
"그래. 말을 해보거라. 무엇을 그리 망설이느냐?"
"스승님께서 그것을 익히시면 어떻게 습니까?"
"내가?"
유운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익히겠느냐? 문파의 것도 아닌데 말이야."
유운은 무당파의 제자였다. 그런 그가 문파의 것이 아닌 심법을 익힐 수는 없었다.
유운의 말에 장수는 급히 말을 했다.
"아닙니다. 그 심법은 이제 무당의 것입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무당에서 생활한지만 벌써 2갑자에 가깝단다. 그 긴 세월 동안 본문에 그런 심법이 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단다."
유운의 반문에 장수는 급하게 무당파와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자 이야기를 다들은 유운이 잠시 눈을 감았다.
"음. 그런 일이 있었느냐?"
장수의 말에 유운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어쩐지 이상하다 생각을 했다. 갑자기 내가 사는 집을 사람을 보내 고쳐주길래 이럴 리가 없는데 라고 생각했지. 현재 나를 후원해주는 사람은 없거든."
"후원자요?"
장수의 말에 유운은 말을 돌렸다.
"그런 게 있단다. 흠. 어쨌든 괜한 일을 했구나."
유운은 말을 하면서도 흐뭇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장수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후원자가 뭐지? 물어봐야겠구나.'
"그래. 그런데 이제 본문의 것이라고?"
"그렇습니다. 스승님."
"그럼 익혀도 되겠구나."
유운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장수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전진심법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문의 엄중한 법도가 있었기 때문에 하지 않은 것이다.
유운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마치 전진심법을 익히면 유운의 몸이 금방이라도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 제가 구결을 다시 불러드릴까요?"
장수의 말에 유운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필요 없단다."
유운의 미소에 장수는 알아챌 수 있었다.
"한 번 듣고 모두 외우셨습니까?"
"그래. 내가 전진심법을 익히지 않았을 뿐이지 그것을 연구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구결이 자유롭고 모든 것이 순리대로 돌아가는데 어찌 한번 듣고 외우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유운의 말에 장수는 기뻤다.
"그럼 어서 운공을 하십시오."
하지만 유운은 미소만을 입가에 간직한 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것을 보자 장수는 의아함을 나타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래. 문제라면 문제지. 원래 이런 것은 무당파 것이 되었더라도 사문의 존장에게 허락을 맡아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전진심법이 본문에서 정식으로 허용을 했다면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사문의 존장이라면?"
유운의 나이가 백세였다. 사문의 존장이라 불릴만한 자가 없었던 것이다. 있다면 원로원의 원로들 정도였다.
"장문인이 있지 않느냐? 그에게 허락을 맡아야겠지."
"그럼 다행이군요."
"그래."
장수는 미소를 짓다 잠시 망설였다.
"스승님. 그런데 제가 하나의 심법이 더 있습니다."
"그래? 또 있느냐?"
장수는 선천지공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을 말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운이 건강을 위해서라면 말을 해야 했다.
유운은 매우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진심법만 해도 상고의 심법이었다. 이미 전설에나 나오는 심법을 이은 것도 대단한데 한 가지 심법이 더 있다고 하니까 크게 호기심을 느낀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 심법의 이름은 선천지공이라 합니다."
장수는 그냥 이름을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누가 알거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전진심법은 도가의 학문을 조금이라도 심도 있게 연구한 사람이라면 한번쯤을 들어봤을 심법이었다.
하지만 선천지공은 이름만 들어서는 알 수 없는 심법이었다. 그리고 선천지기를 수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연구였다. 그렇기 때문에 전설에도 남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