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56화 (56/398)

56편 - 보은(報恩)

유운은 장수의 말에 흥미를 느꼈다.

"선천지공이라 이름이 신기하구나."

"예. 스승님."

장수는 유운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지 간에 갚고 싶었던 것이다.

"제가 구결을 불러드리겠습니다."

유운은 장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불러보도록 하거라."

장수는 천천히 선천지공의 구결을 장수에게 말해주었다. 그러자 유운이 천천히 구결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정말 대단하구나. 대단해. 정말 옛 선인들의 지혜는 깊고도 높구나. 이 심법은 정말 신선이 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구나."

유운이 무엇인가를 느낀 듯 얘기했다. 그러자 장수 역시 호기심이 들었다.

"그렇게 대단한 무공입니까?"

장수의 말에 유운은 신비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건 나도 모른다."

"예?"

"나 역시 이 구결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구나.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문의 심법을 몇 단계 뛰어넘는 정순함을 가지고 있구나. 정말 이대로만 익히면 신선이 될 수 있을 거 같아."

장수는 호흡을 잠시 멈추었다.

'나는 신선이 될 수 있는 심법을 두 개나 익히고 있으니까. 신선이 될 수 있는 건가? 전생에 그토록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신선이 될 수 있다니 정말 믿기지 않는구나.'

장수는 왠지 신선이라는 말에 인연을 느꼈다. 하지만 전생에서의 삶이 신선관은 거리가 멀었기에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왜 그러느냐? 장수야."

"아닙니다. 스승님. 스승님이 보시기에 이 심법을 운기하시면 몸이 회복하실 수 있으실 거 같습니까?"

장수는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유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유운은 잠시 장수를 쳐다보았다.

"그건 어려울 거 같구나."

유운의 말에 장수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유운이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랐기 때문이었다.

"왜 그렇습니까? 선천지공으로도 망가진 몸을 회복할 수 없으십니까?"

"…… 이 무공은 사문의 것이 아니다."

한마디 말이었지만 장수는 알 수 있었다. 유운이 선천지공을 수련하지 않을 것을 말이다.

"그럼 제가 선천지공 역시 무당에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스승을 위해 절세의 무공을 바치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유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면 사문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필요가 없을 거 같구나. 현문의 심법 역시 그 수련기간이 엄청날 정도로 오랜 기간이 필요하단다. 하지만 선천지공은 느낌으로 봐서는 전진심법보다 길면 길었지 짧지 않을 거 같구나. 더구나 약간의 기운을 얻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려서 도움이 될 거 같지가 않구나."

유운의 말에 장수는 허탈함을 느꼈다. 그리고 유운의 나이가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전진심법이나 선천지공은 모두 오랜 시간동안 수련을 해야 성과가 있는 무공이었다.

이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유운이 익히기에는 너무 늦었던 것이다.

"그런데 너는 이 무공을 익혔느냐?"

장수는 허탈함을 느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스승님."

"오오. 선재로다. 네가 정말 무당에 필요한 제자로구나. 무당에 실로 오랜만에 선기를 이었구나. 이었어. 정말 원시천존님이 돌보심이야."

유운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장수가 무공을 익힌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했던 것이다.

"스승님. 제가 익혔다는 것만으로 왜 그렇게 기뻐하시는 겁니까?"

"왜 안 기쁘겠느냐? 네가 가는 길은 신선으로 가는 길이다. 같은 도사로서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가 있느냐?"

"신선으로 간다고 해도 스승님의 몸을 낫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내 몸은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네가 신선이 될 때까지 어떻게든 살아있을 것이다. 제자가 신선이 되는데 그것을 어찌 안볼 수 있겠느냐?"

유운의 말에 장수는 할 말을 잃었다. 유운의 말은 그냥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승님의 건강이 가장 중요합니다."

"나는 건강하다. 이정도 건강하면 되었지. 얼마나 건강해야겠느냐? 그런데 선천지공을 익히니 어떻더냐?"

유운역시 도사로서 선천지기를 모을 수 있는 선천지공에 강한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장수는 한숨을 내쉰 후 말을 이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장수의 감각은 강한 내공을 가진 자들보다도 더욱 섬세했다. 몸속에 있는 선천지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장수는 자신의 몸에 선천지기가 얼마나 쌓이는지도 알 수 있었다.

유운에게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수련기간은 속일 수밖에 없었다. 아기 때부터 심법을 수련한 것을 이야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유운은 장수의 말을 진지하게 들었다. 그리고 심각하게 고민을 하더니 한참이 지나고서야 말을 했다.

"정말 훌륭한 심법이구나. 하지만 문제가 너무 많구나."

문제라는 말에 장수는 호기심이 들었다. 지금 그가 익히고 있는 심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강한 호기심을 가졌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몸이 느려진 것을 고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큰 호기심을 가진 것이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정순한 기를 모을 수 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이런 식으로 내공을 모은다면 나중에 가서는 상승의 경지에 오르기 힘들 거 같구나."

유운의 말은 장수도 느끼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공이었다. 내공을 획기적으로 모으지 못한다면 상승의 경지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질것이기 때문이었다.

유운은 장수를 걱정한 것이다. 그러자 장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스승님. 지금 중요한 것은 스승님의 몸인 거 같습니다. 그러니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스승님 몸을 더욱 신경 써주십시오."

유운은 장수의 말에 미소를 활짝 지었다.

"이렇게 유능한 제자가 걱정을 아끼지 않는데 나까지 내 몸에 대해 걱정 할 필요가 있겠느냐?"

제자는 스승을 걱정하고 스승은 제자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장수는 유운의 말에 가슴이 아픈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렇기 때문에 자신이 스승을 따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망할 수도 없었다.

"스승님."

"그래. 제자야."

“저는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걱정하지 말거라. 제자야. 나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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