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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59화 (59/398)

59편 - 보은(報恩)

장수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유운을 바라보았다. 유운의 운기에 성공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때 유운이 눈을 떴다. 그러자 장수가 급하게 물어보았다.

"어떻습니까?"

“그게 잘 안되는구나.”

전설의 전진심법이었다. 첫 운기부터 잘될 일이 아니었다. 그것을 장수도 알고 있었지만 왠지 가슴이 갑갑했다.

"잘될 겁니다. 스승님."

장수는 단정 지으며 말을 했다. 안될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안된다면 자신의 목숨을 버려서라도 되게 만들 생각이었던 것이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잘되겠지. 다시 한 번 해봐야겠구나."

유운은 눈을 감더니 다시 한 번 운기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자 유운은 힘없이 눈을 떴다. 운기를 못한 것이다.

"……."

유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하의 유운이였지만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전진심법만 익힌다면 다친 혈도가 낫고 상한 몸을 되돌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말이었다.

유운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스승님 제가 운기도인을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해보십시오."

운기도인은 처음 길을 잡아줄 때 스승이 제자에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장수가 해준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심법에 대한 깊은 이해와 많은 경험이 필요했고 혈도에 대해 박식해야 했다. 그렇지 못한다면 시전자와 피시전자 모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거절했다.

"아니다. 괜찮다. "

"아닙니다. 스승님. 제발 저에게 기회를 한번 주십시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장수의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장수가 무공을 못 쓰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장수는 절박한 표정으로 유운을 바라보았다.

유운의 그의 스승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새로운 생명을 준분이라 생각을 했다. 지금도 자신에게 영원히 갚을 수 없는 은혜를 베풀어 주는 참 스승이었다. 그런 분에게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기회였다.

장수는 유운에게 사정했다.

"스승님. 제가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유운은 몇 번 거절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제자를 믿는 게 스승으로서의 역할이었다. 이번일로 죽는다 할지라도 그는 웃을 수 있었다.

"그래. 네 뜻이 정 그렇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거라. 하지만 매우 위험한 일이니 하다가 안 될 거 같으면 지체 없이 멈추도록 하거라."

유운의 허락에 장수는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장수는 유운이 혹시라도 다시 거절할까봐 급하게 뛰었다. 그리고 유운의 뒤에 선 다음 손을 유운의 등에 대었다.

그러자 청량한 유운의 목소리가 천천히 들렸다.

"나는 준비가 다 되었다."

이제 장수만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도인을 해주는 것은 둘이 호흡이 매우 중요했다. 그리고 같은 심법을 익히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였다.

이미 유운은 구결에 대해서는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이해를 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이제 운기만 들어가면 되었다.

"저도 준비가 되었습니다."

장수의 말과 함께 둘은 운기상태에 들어갔다. 그와 함께 장수의 몸에서 정심한 기운이 장수의 손을 타고 유운의 등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천천히 길을 내기 시작했다.

유운의 혈도는 매우 컸다. 초절정의 경지를 훌쩍 넘을 정도로 넓은 혈도는 군데군데 탁기와 사기로 얼룩이 져있었고 거대한 크기와는 다르게 두께가 얇거나 허술한 부분이 많았다.

더구나 조금만 힘을 줘도 끊어질 것처럼 연약한 곳도 여러 곳이었다.

장수는 천천히 자신의 기운으로 길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의 스승의 몸이었다. 자신의 몸보다 더욱 소중하게 길을 청소했다. 그리고 전진심법상의 길을 내었다.

유운이 익힌 심법은 양의심법이었다. 양의심법만 하더라도 무림에서 정순함으로 손꼽히는 최상승의 심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진심법상의 경유하는 혈도보다 적었기 때문에 새로 뚫어야 하는 길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장수는 쇠퇴한 길을 정성껏 뚫기 시작했다. 그러자 태아일 때 생겼다가 점점 쇠퇴해 지금은 흔적도 거의 안 남은 혈도가 새롭게 길이 나기 시작했다.

매우 조그마한 길이였지만 길이 생겼다는 게 중요했다. 이 정도라면 운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남의 몸에 길을 새롭게 낸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유운의 나이는 거의 불가능한 정도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장수가 익힌 심법은 전진심법 뿐만이 아니었다. 전설에도 나오지 않는 선천지공까지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장수는 전진심법상의 기운만으로 혈도를 뚫는다 생각했지만 그것뿐이 아니었다. 선천지공상의 선천지기가 장수의 간절한 마음에 이끌려 나와 도움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전진심법상의 내기와 선천지공의 선천지기와 서로 힘을 합치자 불가능할 정도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유운은 이미 무념무상의 상태에 놓여있었다. 유운이 이런 상태에 든 것은 거의 15년 만에 처음이었다.

몸이 폐인이 되서 대주천은 무리고 겨우 소주천과 근처 세맥을 운기하는 정도로 운기를 끝냈던 것이다.

펑!

새롭게 길이 나고 진기가 유통되기 시작하자 유운의 몸에서 거대한 폭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실제로도 몸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천지기가 뭐든 충격을 막아주어서인지 유운이 느낀 것은 환희뿐이었다.

그렇게 하나의 길을 내자 그다음 일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길이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계속해서 작업을 하자 전진심법상의 길을 모두 개척할 수 있었다.

기의 인도가 모두 끝났지만 장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단전에서는 계속해서 기운이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건강을 찾을 수 있을까?'

장수는 자신의 모든 내공을 유운에게 건네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내공을 건넨다는 것은 서로가 동의를 해야만 가능한 일이였다. 이렇게 도인을 하는 것은 무리가 가는 일이 아니었지만 내공을 건네는 것은 억지로 주는 것이었다. 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다면 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장수가 억지로 내공을 건네면 유운이 거부할 것이 뻔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장수는 생각을 하다 상단전을 차지한 선천지기가 생각났다. 이제 장수의 몸에 쌓인 선천지기의 양이 상당했다. 이것은 어떻게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진기 보다 월등히 대단하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것을 주면 어떨까?'

선천지기는 내공이 아니었다. 그리고 기운의 흔적이 진기와는 달라서 거의 알아차릴 수 없었다. 만약 선천지기를 나누어 준다면 스승의 건강을 회복할 수도 있고 자신이 기운을 준 것도 모를 것이 분명했다.

선천지기 역시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게 뻔했고 쌓느라 고생을 한 애물단지였다. 하지만 스승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는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주지?'

선천지공으로 쌓는 법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쓰는지는 장수 역시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장수의 의지가 스스로 움직였다. 놀랍게도 선천지기가 천천히 유운의 몸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선천지기는 진기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고 쌓는 것이 지극히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장수는 유운에게 주는 것이 아깝지 않았다.

잠시 뒤 선천지기는 스스로 멈추었다. 장수가 가진 양에 비교할 때 매우 적은 양이었는데 유운의 상태로는 많은 양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멈춘 것이다.

장수는 그런 것을 스스로 자신의 몸을 관조하면서 모두 알고 있었다. 그는 그런 현상을 매우 신기하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마치 스스로의 의지를 가진 거 같구나.'

선천지기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장수는 신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은 잠시였다. 마무리를 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장수의 기운이 멈추고, 손을 떼고 물러섰지만 유운의 몸은 운기행공을 그치지 않았다.

실로 오랜만에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운기 덕분인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운기행공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이루어진 대주천은 한참이나 지나서야 끝을 맺었다.

유운은 눈을 뜨자마자 인자한 표정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고맙구나."

"아닙니다. 스승님."

"아니야. 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운기를 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야. 너는 정말 나에게 큰 은인이로구나."

유운의 말에 장수는 부끄러웠다. 사실 그 때문에 유운이 폐인이 되었다. 그런데 겨우 운기를 한 번 한 거 가지고 은인이라는 말을 듣기 거북했던 것이다.

"아닙니다. 스승님의 크나큰 은혜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는 작은 일입니다."

"아니다. 내가 어찌 네 고생을 모를 수 있겠느냐? 나는 네가 얼마나 나를 위해 노력한지를 알고 있단다. 고맙다. 제자야. 내가 너를 만난 것은 원시천존님의 크나큰 은혜로구나."

장수는 유운의 말에 멀쑥해졌다.

"아닙니다. 그나저나 몸은 나아지셨습니까?"

"그래. 네가 그토록 애를 써줬는데 당연히 나아야겠지. 내 몸은 그 어느 때보다 좋으니 너는 걱정하지 말거라."

유운은 실로 환하게 웃었다. 대주천이 가능해 졌다는 것은 그의 몸이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비록 혈도의 상태가 안 좋고 아직도 내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오랜 시간 동안 대주천을 한다면 지금보다는 몸이 나아질 수도 있었고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운은 자신이 몸에 선천지기가 들어온 것을 알지 못했다.

장수는 유운의 태도에서 자신이 선천지기를 넣어준 것을 감지하지 못한 것을 알았다.

'다행이구나.'

유운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되돌려 줄려고 했을 것이다. 그럼 그가 곤란해진다. 유운의 상태로는 그런 일을 했다가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운은 죽더라도 그 일을 하려고 했을 것이고 장수는 자신이 행동 때문에 스승을 죽이는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모두 잘 풀린 것 같았다. 그랬기 때문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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