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편 - 보은(報恩)
"정말 다행이십니다."
장수는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그러자 유운도 미소를 지었다. 장수의 진심이 통한 것이다.
"그래. 정말 고맙구나. 이제 또 다른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겠구나."
유운의 가장 큰 희망은 장수였다. 장수가 자신의 제자여서 가장 큰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두 번째 희망이 생겼다. 그것은 다시금 예전의 경지를 향해 갈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가능성을 준 것은 그의 희망인 장수 덕분이었다.
둘은 오랜 시간 서로를 쳐다보았다. 서로의 진심이 통한 것이다. 스승과 제자가 서로 아끼고 존중했기에 서로를 더욱 감사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유운이 코를 막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냐?"
유운의 말에 장수는 자신의 옷을 보았다. 그러자 자신의 옷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토록 정성을 다해 도인을 시켰기에 그의 몸에서 땀이 비오 듯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사정은 유운 역시 별로 낫지 않았다.
유운의 옷도 땀으로 젖었지만 그보다 고약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것은 그 동안 몸속에 있던 탁기와 사기였다. 그리고 불순물들이 여러 번의 대주천을 통해 걸러져 나온 것이다.
그러한 악취 때문에 좁은 유운의 집은 엄청날 정도의 냄새가 나고 있었다.
유운은 잠시 상황을 살핀 후에 웃으며 말을 했다.
"이것은 탁기가 제거되어 불순물이 빠져나온 것이다."
말을 하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 동안은 대주천이 되지 못해서 탁기가 쌓인 것인데 이제 제거되어 나온 것을 보니 이제야 비로소 무인이 된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행이십니다. 스승님."
장수 역시 유운의 상태를 알고 기뻐해주었다. 이것은 좋은 일이면 좋은 일이었지 나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너의 수련이 보통이 아닌 거 같구나?"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에게서 나는 악취보다 네게서 나는 악취가 더 심한 것을 보니 네가 나보다 더 수련을 많이 했다는 반증 아니겠느냐? 그것을 보니 너의 수련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다."
유운의 말은 수련을 많이 했으니 그만큼 탁기가 많이 빠져 나와 냄새가 난다는 말이었다.
"스승님…. 스승님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크게 웃었다. 실로 오랜만에 웃는 박장대소였다.
"허허허허! 그렇구나. 스승과 제자가 악취가 심하니 악취사제라 할 수 있겠구나. 이거 다른 사람에게 걸리면 큰 망신이구나. 사람들이 내가 애제자에게 악취 나는 무공만 알려줬다고 생각할거 아니겠느냐?"
"그렇습니다. 스승님. 저는 먼저 나가겠습니다. 아직 코를 단련하지 못해서 코가 마비될 거 같습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급하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유운도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평소의 근엄하면서 여유로운 태도와는 다른 태도였다. 그 역시 얼른 씻어야 잠을 청할 수 있을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장수가 잠시 멈춰있었다. 그러자 유운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따라 나오다가 장수가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집이었다.
"이런 너에게 집이 생겼다는 말을 깜빡했구나."
유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그러자 장수 역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저에게 집이 생겼었지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낮에 청솔에게 집이 모두 지어졌다는 말을 들었지만 유운의 걱정을 하다가 미처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유운의 걱정을 먼저 했기에 자신의 집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축하한다. 제자야."
무당파에 개인의 집이 생긴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였다. 그것은 장수의 공을 그만큼 인정해준다는 뜻과도 같았다.
하지만 장수는 다른 의미로 기뻐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스승님의 옆에서 보좌할 수 있겠구나.'
장수는 집이 생기면 유운에게 좀 더 잘해드리고 싶었다. 지금도 부족하다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를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그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다주는 스승은 그에게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래. 짐은 다 챙겨 왔느냐?"
유운의 말에 장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장수의 짐은 아직도 수련소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입니다."
"하하하! 집이 생겼는데 아직도 안 옮겼느냐? 어서 옮기는 게 좋겠구나."
"예, 스승님."
장수는 급하게 수련소로 가려고 했다. 그러자 유운이 말렸다.
"그 차림으로 어디를 가려고 하느냐? 씻고 가도록 하거라. 지금 그 차림으로 가면 합숙소의 동기들을 모두 깨우고 말 것이다."
유운의 말에 장수는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긴 그렇죠."
장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우물로 가 유운과 함께 목욕을 했다.
우물의 물은 매우 차가웠다. 하지만 장수의 마음을 깨끗하게 씻겨주는 듯했다.
유운의 몸이 정상이 아닌 것은 항상 그의 마음에 빚으로 남았었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비로소 그 것을 약간이라도 갚은 것 같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씻는데 어두웠던 하늘이 점점 붉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이런."
장수와 유운은 미처 모르고 있었지만 벌써 아침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조금 후면 새롭게 수련을 해야 할 시간이 왔다.
"이런 잠은 다 잤구나."
유운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마 시간이 흐르지도 않은 거 같은데 날이 밝아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밤사이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유운의 몸을 도인했고 대주천을 여러 번 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는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은 것 같았지만 많은 시간이 흘렀던 것이다.
장수 역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유운은 운기행공이라도 했지만 장수는 유운 때문에 긴장을 했고 도인을 하느라 기운도 많이 썼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의 몸은 당장이라도 눕는다면 잠들 것 같은 상태였다.
그런데 날이 밝았으니 잠자기는 이미 그른 상태였다.
장수는 미소를 짓더니 말을 했다.
"예. 근데 피곤해서 오늘 수련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이 화를 벌컥 냈다.
"젊은 사람이 엄살이 뭔가 어서 옷을 갈아입고 오거라! 오늘은 내가 수련을 제대로 시켜줄 테니."
유운은 전진심법을 운기해서인지 전보다 더 활기차게 말을 했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아까 한 말은 농담입니다. 열심히 수련해야지요."
장수로서는 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러자 유운이 웃으며 말을 했다.
"수련을 하면서 쉬는 시간에는 휴식을 취하게 그럼 괜찮을 거야. 그리고 내가 젊었을 때는 한 달 동안 잠을 안자고 수련을 한 적도 있네."
유운의 말에는 허풍이 들어 있었다.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었지만 기분이 좋아서인지 말을 심하게 과장을 했다.
하지만 장수는 그런 유운이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오늘따라 혈색이 돌았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우선 짐부터 옮기고 수련장에 가야겠습니다."
"그래. 그러게. 그럼 이따가 보세."
유운은 활기차게 말을 했다. 아마 폐인이 되고 오늘처럼 기운이 넘치는 날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유운은 새로운 희망이 생겼기 때문에 기분이 더욱 좋아 보였다.